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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김근태, 파국으로 치닫는 18년 애증
- [프레시안 제공]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89년 3월, 초선으로 5공 청문회 스타 반열에 오른 후에도 파업현장을 뛰어다니던 노무현 의원과 재야의 기린아 김근태 전민련 정책실장의 첫 대면이 이뤄졌다. 이근안의 고문과 소 파동으로 인한 농민 자살 사건을 화두로 6시간 동안 소줏잔을 부딪힌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이 자리에서 노 의원은 한 살 아래지만 까마득한 운동선배인 김 실장에게 "평소에 연모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2007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을 향해 여당 몰락의 책임을 물었고 김 고문은 "상왕(上王)이냐"고 맞받아쳤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김 전 의장을 향해 "시끄럽게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당을 떠나라"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대로 다음 대선, 아니 그 이후에도 어떤 출렁임이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노무현-김근태, 두 사람이 '드디어 갈 데까지 갔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01년부터 시작된 균열 노태우 정부 시절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10여 년이 지나도록 남달랐다. 1992년, 김근태 당시 전민련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석방 기념회에 참석한 노무현 의원에게 "우리 시대의 정치적 희망"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DJ의 새정치국민회의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여권의 동량으로 서기 시작했던 2000년 경 두 사람의 '밀월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가 적지 않다. 한 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 간다"며 "DJ와 YS처럼 분열의 길은 없다"고 청중들에게 약속했다. 남들은 '김칫국 마신다'고 비웃었지만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김근태하고 나하고 가위바위보로 (대권에 도전) 하면 어떨까"라고까지 말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면서 이처럼 애틋한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1년 두 사람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면서 갈등은 본격화됐다. '민주후보 단일화'론이 제기되자 '노무현 상임고문'은 "국민 지지율로 결정하자"고 제안했고 '김근태 고문'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성은 내가 더 크다"고 맞섰다. 이른바 '운동권 주류·비주류 갈등' 끝에 단일화 논의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노 고문은 격정적 연설과 영남후보론을 내세워 결선티켓을 거머쥐었다. 김 고문은 회심의 카드로 '불법 정치자금 고해성사'를 들고 나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를 모른다'는 비웃음뿐이었다. '민주화의 상징' 김근태와 '늦깍이 운동권' 노무현의 처지가 역전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노 대통령'과 충돌한 '김근태 장관'의 소신 '노무현 후보'는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던 2002년 여름, '김 고문'을 호출했지만 김 고문은 '정몽준과 범여권 후보 단일화' 카드에서 의구심 어린 눈길을 거두지 앉았다. '통합이냐 선명노선이냐'는 갈등의 시발점이었던 셈이다. 다만 대통령 선거, 열린우리당 창당, 탄핵, 총선 등 여야의 대결이 격화되는 동안은 두 사람의 관계도 나쁘지 앉았다. 하지만 총선 이후 통일부 장관을 원하던 '김근태 우리당 고문'이 우여곡절 끝에 복지부 장관으로 내각에 들어간 뒤 두 사람의 관계는 한 번도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해보자"고 모처럼 결기를 세웠던 분양원가 공개 논란,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논란 등 '김근태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논쟁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장관과 대통령 간 갈등의 귀결점은 뻔했다. 일반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김 장관이 소신을 지킨 사례도 없진 않았다. 대통령부터가 "감전된 것 같다"고 극찬하고 정부의 '묻지마 지원'이 이어지던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던 몇 안되는 고위 인사 가운데 김 장관을 빼놓을 순 없다는 평가다. 또한 김병준, 황우석, 노성일(미즈메디 병원 원장), 이상호(우리들 병원 원장) 등 노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인사들이 포진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영리병원 도입의 저지선 역할을 했던 것도 김근태 장관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항'이 대중적 인기로 연결되진 못했다. "정치적 수는 상대가 안 된다" 2006년 여름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당권을 쥔 '김근태 의장'은 "이젠 옛날의 김근태가 아니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사회적 대타협을 내걸고 전경련, 민주노총 등을 연달아 방문하며 '뉴딜 정책'을 내걸었지만 청와대에선 '누구 마음대로 그런 약속을 하냐'는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김 의장 측에선 "바닥을 치고 올라가겠다고 애쓰는데 이렇게 안 도와주냐"는 볼멘소리만 내놓을 뿐 제대로 된 항변 한번 하지 못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인사파동 당시 당내의 '반노(反盧) 여론'을 등에 엎고 김 의장이 반란을 꾀했지만 결과는 또 다시 '완전 진압'. 청와대로 불려 들어가 대통령의 '탈당 불사' 발언을 들은 김 의장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김 의장에게는 "김근태는 어쩔 수 없다. 정치적 수는 노무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다시 뒤따랐다. 애는 썼지만 별 소득도 거두지 못한 채 당권을 내놓은 '김근태 의원'은 뒤늦게 "나를 밟고 가라"며 한미FTA 반대 대열에 합류했지만 노 대통령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이처럼 2001년부터 부침을 거듭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열린우리당 존속 여부에 대한 좁힐 수 없는 이견으로 인해 봉합하기 힘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술적 동거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7년 여 간 나타난 두 사람의 갈등상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완승으로 정리되곤 했다. 이번 사태 역시 노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맹공을 퍼붓지만 김 전 의장 측은 말을 아끼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상황은 권력의 저울추가 대통령 쪽으로 기운 탓도 있지만 '인파이터 스타일'인 노 대통령과 '햄릿 형'인 김 전 의장의 스타일 차이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물론 이라크 파병, 분양원가 공개, 한미FTA 등 정책적 현안에서 김 전 의장이 노 대통령보다는 진보적인 위치에 서 있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지금도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다. 그렇지만 5.31 지방선거 완패 이후 김 전 의장이 기업인 사면, 출총제 완화 등 보수적 정책을 들고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범여권 인사들은 '대선을 앞두고선 어떤 식으로든 다시 뭉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 와중에 노 대통령과 김 전 의장도 다시 한 배를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무현과 김근태의 18년 인연'이 정치적 갈등을 넘어 신뢰 상실의 단계로 접어든 지 오래라는 점이다. 이는 향후 전술적 동거는 가능할지 몰라도 신뢰 회복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 (미리보는 경제신문)10만·5만원권 2009년 발행
-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다음은 5월3일자 경제신문 주요 기사이다.(가나다순) ◇매일경제 ▲1면 - 원자력에너지 확보전 한국, 일본에 달렸다 - 아시아판 IMF 구체화 - 적립식펀드 2년만에 5배 증가 - 5만원·10만원 고액권 2009년초 동시 발행 ▲종합 - 강남 불패신화 사그라들것..李건교 - 신흥시장 부동산에 주목..박현주 - 고교때부터 취업 걱정 - 美대표기업 베트남에 다모였네 - 여수·울산에 오일허브 만든다 - 개발열기 뜨거운 서해안벨트 - 일본 중공업의 화려한 부활 - 전국 어디서나 주민증 재발급 - 한국은 제조업 일자리 창출 급감 - 산업銀, 거물급 中인맥 활용 홍콩서 펀드대박 ▲국제 - 머독 "다우존스 사겠다" - 기업사냥 나선 두바이 오일머니 - 70대 그린스타인회장 델타항공 회생시켰다 ▲금융·재테크 - 고액권 초상인물, 광개토왕·김구 여론조사서 선두 - 산업은행 벤처 M&A 전문펀드 - `삼성맨` 줄잇는 동부금융 입성 ▲기업과 증권 - 현대·기아차 판매실적 들여다보니 - 마케팅비 절대 안줄인다..최지성 - 신권덕에 효성 깜짝 실적 - 신도리코 컬러복합기 시대 연다 ▲부동산 - LA한인타운이 맨해튼처럼 바뀐다 - 창동 차량기지 이전 엇박자 - 남아공 첫 진출..고급타운하우스 건설..사람과미래 - 공장 재테크 바람 분다 - 7월께 용산역세권 사업자 재공모 - 은마 실거래가 하락 어디까지 ▲소비생활 - 맥주·라면·콜라..식음료값 오른다 - 스파클링 와인 잘 나가네 - 경품으로 `아파트 1평` 자금 드려요 ◇서울경제 ▲1면 - `깡통법인`이용 론스타식 세금회피 "중과세 정당" 판결 - 김우중·최원석·정태수前회장등 공자금 부실관련 재산 재조사 - "경영프로세스 혁신 제조경쟁력 높이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 5만·10만원권 2009년 나온다 -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신성우 한양대 교수 ▲종합 - 유비쿼터스형 기지국 ETRI, 세계 최초 개발 - 李건교 "집값 더 떨어져야" - 랜드마크투신운용 내주 매각 입찰..美·유럽 금융기관 4~5곳 참가할 듯 - 주민등록증 재발급 전국 어디서나 가능 - 내수 지표 개선됐지만 소득정체등 악재 널려 - "제조업 일자리 너무빨리 사라진다"..상의 보고서 - 작년 서울시민 1인당 세부담 100만원 돌파 - 국세청, 골드만삭스 세무조사..부실채권 처리과정·불성실 신고 집중 점검 - 참여정부, 복지에 20조 쏟아부었지만..빈부격차 되레 심화 -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수사..김회장 집무실도 압수수색 - 2007 대한민국 청소년은 "부모와 고민상담" 4명중 1명 불과 ▲금융 - 좋은+대운+홍익저축銀 자산·부채 예아름으로 이전 `패키지 매각` 추진할 듯 - 어린이 통합보험 첫등장..메리츠화재 `출생부터 성인까지` 위험보장 상품 출시 - 내년 4월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앞두고 "설계사 대량 실직" 우려 - 300억규모 `M&A 사모펀드` 출범..산은 주도 4~5개 기관 참여 - 금감원, 생보 대리점 실태조사 ▲정치 - 이명박, 강재섭 체제·당 쇄신안 조건부 수용..파국 피했지만 불씨는 여전 - "대권, 거저먹는것 아니다"..盧대통령, 여야 대선주자 싸잡아 비판 - 이재오 최고 연일 침묵 왜? `잔류`로 입장 정했지만 마음 다스릴 시간 필요한 듯 ▲국제 - 머독 `월가의 황제`도 노린다..WSJ 보유 다우존스 50억弗에 인수 제의 - 中 `1인 1카드` 시대 눈앞 - 터키 이르면 내달 조기경선 - 부시, 이라크 전쟁비용 법안 거부권 행사 ▲산업 - 현대기아차 실적개선 `시동` - "시장경제 뿌리내리려면 더 많은 시행착오 필요"..이윤호 신임 전경련 상근 부회장 - 대성그룹 `대성`으로 새출발 - SK㈜, 현대EP와 손잡아 - 강원랜드 `게임도시` 만든다 - 이통사 `제살깎기식 마케팅` 수익성 악화초래.."출혈경쟁 지양 새 수익원 찾아야" - KT, 기업용 인터넷전화시장 공략 박차 - 넥슨 `카트라이더` 美시장 진출 - 옥션-인터파크 `적과의 동침`..인터파크 식품·생활용품코너 옥션에 입점 - 맥주 출고가격 오른다 - 코카·펩시 `대중교통 광고戰` ▲증권 - 5월증시 산뜻하게 열었다 - 미수규제 첫날 창구 혼란 없었다 - 삼성證 국제투자포럼 개최..10~11일 ▲부동산 - 김포신도시 `시범단지 지정` 논란 - 대치동 은마 34평형 10억원에 거래..공시가격-시세 역전? - 건설사 해외진출 러시..작년말 2000개 돌파 - 은탑산업개발, 강남에 첨단 메디컬타워 건설 ◇한국경제 ▲1면 - 한국은 스트레스 공화국 - 수도권 민간아파트 공급 비상 - 주민증 재발급 전국 어디서나 가능 - 10만·5만원권 2009년 발행 ▲종합 - 백화점 `재고 명품` 세일 사라지나 - 中, 일본기업에 이중과세 철회 - KGI증권 인수 1차 우선협상자 국민銀·솔로몬저축銀 등 3곳 선정 - 진로·하이트맥주도 지난해 세무조사 - 카자흐 우라늄광산 개발 무산 - "강남집값 68%올랐는데 이제 1% 떨어져" - 10만원권 김구·5만원권 신사임당? - 졸업 후 취업까지 평균 1년 걸려 - 재경부-균형위 `법인세 경감` 충돌 - 보험사 `RBC제도` 1년 연기 - 美 간호사 시험 `족보강의` 물의 ▲국제 - 뜨고..우슐라번즈 제록스 사장 - 지고..존 브라운 BP최고 경영자 - 월스트리트저널 넘어가나 - 美 인종증오 단체 `골머리` - 中, 임금체불·최저임금 전면 조사 ▲산업 - 현대차 "하반기엔 턴어라운드" - 삼성, 4년만에 바뀐 이미지광고 `고맙습니다` 호평 - "시장경제 아직 뿌리 못내려"..이윤호 전경련 부회장 - 의사결정·생산·공급 "스피드를 더 높여라"..윤종용 - LG필립스LCD, 고객만족 경영 2년..어떻게 변했나 - 진대제 `이해못할 행보` - 웅진 지주회사 `웅진홀딩스` 출범 - 다음, 1분기 실적 크게 좋아졌다지만… - "이통기술 진화해도 장비 교체 필요없다" - 인터넷쇼핑몰 오픈마켓에 투항 - 엄마품의 카네이션도 중국산 ▲부동산 - 4차 뉴타운 기대로 강북 `들썩` - 다음달 전국 2만764가국 입주 - 새 아파트 보유세 어떻게 부과하나 - 광진구 화이자공장터 `군침도네` - 중대형 주공아파트 1867가구 나온다 ▲금융 - 카드大戰 `2라운드` - 어린이보험 상품 쏟아진다 - "차·종신보험 방카슈랑스땐 설계사 최대 9만여명 실직" - 300억 규모 벤처M&A 사모펀드 출범 ▲증권 - 외국인, IT株 공격적 매수 왜? - 두산重 1분기 실적 `예상대로` - 제약주 "우리도 신고가" - 신용등급 오르니 주가 쑥쑥 - "투자종목 재무제표 외우고 다녀"
- 국내 1조4000억 시장, 6대로펌이 절반 차지
- [조선일보 제공] 한국의 로펌(법률회사)은 최근 10여년간 급성장을 거듭했다. 8년 전과 비교할 때 전체 변호사는 3831명에서 8136명으로 약 2.1배 늘었지만, 최소 5명의 변호사로 구성되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3.2배나 늘었다. 국내 로펌 대부분은 법무법인 형태다. 3년 전 서울변호사회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추정한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 지난해 규모가 1조4000억원대로 늘어났다고 가정하면, 6대 로펌의 전체 매출액은 7200억원 정도(본지 취재 결과)로 추정된다. 변호사 수로는 불과 11.4%인 6대 로펌 변호사들이 전체 법률시장 매출의 절반을 가져간 셈이다. 대형 로펌들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은지, 왜 유능한 법조인들이 줄줄이 로펌으로 몰려드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확연히 드러난 변호사 1인당 매출액본지는 각 로펌 대표들을 상대로 반복 질문하고 경쟁 로펌들에도 재확인, 지난해 연간 매출액 윤곽을 잡아냈다. 그 결과 김&장은 3500억~3700억원, 태평양 1000억~1100억원, 광장 800억, 화우 500억, 세종 600억, 율촌 600억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이를 각 로펌별 국내·외 변호사 1인당 매출액으로 환산해보면 김&장은 약 11억원, 태평양은 약 6억5000만원, 율촌은 6억1000만원, 광장은 4억9000만원, 세종은 4억1000만원, 화우는 3억6000만원 정도다. 이는 로펌의 수요자인 국내 30대 기업에 대해 물어 본 ‘지난해 가장 많이 애용한 국내 로펌’의 순서와도 일치한다.◇월급 5080만원 이상 변호사 150명로펌의 높은 매출이 개별 변호사들의 고액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이 2005년 6월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뽑아내 그 해 9월 분석·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소득 6억960만원(월 소득 5080만원) 이상인 변호사는 150명이었다. 이중 김&장 소속 변호사가 114명(76%)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광장과 화우 변호사가 각 9명씩이다. 변호사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김&장이 급여 수준도 최고임을 보여준다. 김&장의 분야별 책임자급 변호사들은 수십억원대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장은 “비용이 포함됐고 세금이 제외된 액수여서 실제로는 훨씬 적다”고 했다. 다른 로펌의 대표급 또는 간판 변호사들도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봉은 많지만 로펌 변호사들은 ‘일 벌레’다.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은 따로 없다. 저녁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가 밤 12시를 전후해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대형 로펌들‘종합병원’탈바꿈대형 로펌들은 ‘종합병원’처럼 변하고 있다. 복잡·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분야별로 상담하고 해결해주는 ‘토탈(total)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형화·전문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로펌들은 ‘고문(顧問)’이란 직함으로 경제부처나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관세청 등에서 고위직을 지낸 다수의 인사들을 최근 들어 많이 영입했다.〈표 참조〉 관료 출신의 로펌행이 급증한 것은 2003년 현 정부가 ‘민간 근무 휴직제도’를 시행한 이후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민간으로 파견한 15명 중 10명이 5개 로펌(김&장 5명, 바른 2명, 태평양 1명, 세종 1명, 율촌 1명)으로 옮겼다.관료 이외에 경제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한다. 구본영 전 OECD대사는 조지워싱턴대, 이석채 전 경제수석은 보스턴대, 조학국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고문들은 대부분 수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법원·검찰의 요직을 지낸 거물급 인사들의 로펌행도 많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작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01년7월~2006년 8월) 퇴직한 판·검사들 중 16대 로펌으로 간 사람은 모두 347명. 판사출신(239명)이 검사출신(108명)보다 많다. 판·검사 출신의 로펌행은 2002년 22명, 2003년 20명, 2004년 16명이었으나 2005년 44명, 2006년 8월까지 48명으로 최근 들어 급증 추세다. 1999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16명 중 14명이 모두 로펌으로 갈 정도다.◇고액 연봉의 그림자들그러나 로펌들의 정확한 연간 매출이나 변호사 1인당 소득 등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이런 자료들을 매년 공개하는 선진국 로펌들과 달리 한국 로펌들은 자체적으로 공표한 적이 없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내 로펌들도 이제는 전체 매출액과 변호사 1인당 수익, 파트너 변호사 1인당 매출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또 일부에서는 국내 로펌에 대해 ‘외국 자본을 도와주는 집단’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먹튀’를 돕고 고액의 수임료를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로펌 대표들은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 인수 때 재미를 본 경우가 간혹 있지만 손해를 본 외국기업들도 많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법률적으로 돕는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 [업글! 아시아] 교토, 전통 속을 경쾌하게 누비다
- [조선일보 제공] 10년 전 처음 교토(京都)에 갔다. 한창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 가장 흔한 패턴인 오사카-교토-나라 3종세트로 묶어 가서 ‘잠만 자고 나오는’ 비즈니스 호텔을 대충 골라 교토서 1박만 했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킨카쿠지(金閣寺)-긴카쿠지(銀閣寺)를 점 찍고 서둘러 나라의 도다이지(東大寺)와 사슴 공원으로 떠났다. 교토 스타일을 찬찬히 느끼기에는 마음이 바빴고, 환율이 무서웠고, 일본 특유의 끈적한 습기 때문에 너무 더웠다. 사찰과 신사가 2000여 군데에 달하고 아직도 기모노와 버거운 머리장식 차림의 게이샤들이 거리를 오가는 교토. 진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도 은각사 근처 ‘철학의 길’을 걸으며 든 생각. ‘어, 여기 예쁘장 하네? 다음에 오면 슬슬 산책하고 싶다….’ 첫째날: 기본 떼기…히가시야마 인천서 일찍 떠나도 교토 도착하면 오후. 일단 기요미즈데라 인근 산넨자카→니넨자카 산책부터 마칠 것. 교토에 단 하루 있는다면, 역시 교토 관광의 엑기스, 1번지라할 히가시야마(東山)쪽 구경에 나서야 한다. 요즘에는 고다이지(高台寺)에서 5월초까지 야간 조명(라이트 업) 행사 중이다. 벚꽃과 단풍 시즌에 펼쳐지는 교토 ‘라이트 업’은 색색 조명이 아닌, 그저 화이트 톤인데 분위기가 더욱 산다. 거리에 유치찬란, 난리 난 간판이 없어 조명이 산다. 어둠이 깊어지면 본토초(先斗町)로. 교토를 흐르는 가모강(교토 도시샤대 2학년 와타나베 유코양은 “가모강변이야 말로 교토에서 가장 낭만적인 곳”이라고 말한다)에 붙은 유흥가다. 사람 둘이 나란히 가면 어깨를 스칠 만큼 좁은 길 양 옆으로 전통 이자카야부터, 사케 바, 프렌치 레스토랑, 교야사이(교토 야채) 전문점까지 미니 가게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간판과 문짝과 창문이 예뻐서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금방 고를 수가 없다. 유흥가라 하면, 축축, 퀴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긴 그런데 너무 깨끗하다. 당장 청결검사를 해보자는 심정으로 이 코너 저 코너를 뒤져도 완벽한 정리정돈의 흔적만 발견할 뿐이다. 본토초 초입 ‘우미(海)’는 200종 이상의 청주와 200 종 이상의 일본 소주를 갖춘 전통주점. 술 이름을 적은 종이로 실내가 온통 도배돼 있다. 술은 한 잔에 500엔 대부터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부어라’ ‘마셔라’ 폭음할 만한 저렴한 술집은 아니지만, 한 잔에 35도 이상도 있으므로, 취하는데 문제는 없다. ‘교토매실주(12도)’가 한 잔에 890엔. (075)213-1860 ▲ 아라시야마 덴류지에서 노노미야신사를 지나 기오지 쪽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청량감 만점의 대나무숲.둘째날: 아라시마야 산책 교토역에서 28번 버스 타고 교토 시내 서북쪽 벚꽃놀이·단풍놀이 명소 아라시야마(嵐山) 도착. 점심은 오반자이(교토 가정식)로 결정했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 ‘가게쓰엔후쿠야(花月園 福家·075-861-0225)’에서는 오반자이가 2625엔. 식당 입구에서 ‘스미마셍(실례합니다)’이라고 부르니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이 종종 걸음으로 달려 나와 마루에 쿵 하고 무릎을 꿇는다. 이어 또 다른 종업원이 달려 나오더니 역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다시피 공손하게 손님을 맞는다. 이 집 오반자이는 다른 집에 비해 좀 더 스타일을 살렸다. 손바닥 만한 바구니에 한폭의 산수화, 아니 작은 우주를 담았다. 보들보들 달걀말이는 한쪽 꼬리를 살짝 들어 올린 자태. 한 송이 매화 모양의 어묵은 반쯤만 살짝 핑크 물을 들였고 은행은 한 귀퉁이에 금박 장식을 달고 있다. 새우는 허리에 김 장식을 날렵하게 둘렀다. 이건 인건비가 장난이 아니겠다. ‘이러니까 교토 물가가 비싸지’란 생각이 절로 든다. 맛은? 쨍한 맛에 익숙한 한국 관광객의 혀에는 애매모호 찝찔 짭짤. 그러나 엄청난 공을 들인 스타일링에 이미 압도당해 맛이 있고 없고는 큰 문제가 아닌 것이 돼 버렸다. 음식 나르는 종업원도, 먹는 손님도 모두 소근소근. 속이 뒤집어져야 후련하게 먹었다 싶은 관광객은 절대 가면 안 된다. 그래도 조심조심 먹다보니 배는 부르다. 이어 대나무 길 산책이 기다리고 있다. 아라시야마 덴류지(天龍寺)옆으로 해서 노노미야신사(野宮神社)쪽으로 걸어가면 대나무길을 만난다. 덴류지 북문을 지나면서 줄기는 굵어지고 빛깔은 연청록에서 청회색으로 깊어진다. 이끼 정원으로 유명한 기오지(祇王寺)를 찾아가는 길에는 주택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공방 정원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인형, 옛날 가옥 마치야를 개조한 찻집 등이 전통을 세련되게 디스플레이하는 ‘교(京)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준다. 푹신한 융단같이 펼쳐진 기오지의 연한 올리브색 이끼 정원 위로 한 송이 붉은 동백이 떨어져 있다. 당장 액자에 담고 싶은 풍경. 휙휙 돌면 5분이면 다 보고 나올 스케일인데 입장료는 300엔. 밤에는? 당연히 다시 본토초로. ▲ 후시미이나리다이샤에서는 붉은 도리이 터널 속을 걷는 특이한 산책을 할 수 있다.셋째날: 좀 더 낯선 산책…후시미이나리다이샤 교토 시내 남쪽에 자리잡은 후시미이나리다이샤(伏見稻荷大社·JR 이나리역)는 일본 만화, 그 중에서도 요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이다. 여기서는 여우가 추앙 받는다. 방울을 달거나 흰 수건을 두른 여우상이 곳곳에 서 있다. 이나리산(233m)을 따라 4㎞쯤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촘촘히 세워놓은 빨간색 ‘도리이(보통 신사 앞에 세워놓는 문)’가 신비로운 터널을 만든다. 걷다 보면 공동묘지도 만나고, 사당도 만난다. 어두컴컴한 실내를 들여다보니, 한 가운데 한 쌍의 여우를 사이에 두고 거울을 모셨다. 그리고 그 앞에서 타오르는 촛불. 은근히 겁이 나다가도 도리이 기둥마다 적힌 이름을 보면 분위기 ‘깬다’. ‘○○주식회사 △△대표이사’ 등 수백만~수천만엔의 기부금을 낸 기업인들의 명단이 줄줄이 이어진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분위기가 뒤섞인 공간이다. 점심도 해결할 겸 교토 중심가 ‘니시키 시장(錦市場)’ 구경을 갔다. 400m 남짓한 거리에 126개의 점포가 밀집된 이 시장은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 1620년에 창업했다는 생선가게, 50가지 어묵을 파는 50년 된 어묵 가게, 70년 된 야채절임 전문점 등이 하나같이 얄밉도록 똑 떨어지는 진열과 포장의 기술을 자랑한다. 예쁘다 못해 교태를 부리는 듯한 교토 화과자, 손님 도착 직전, 욕조에 뜨거운 물 받고 뚜껑을 덮어놓는 료칸, 길이 1㎝, 폭 5㎜ 짜리 쓰케모노(절임) 한 점 위에 굳이 초미니 레몬 조각을 붓 터치처럼 올리는 상차림…. 전통으로부터 요즘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현대적 감각을 뽑아내는데 귀신이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까지?’ 싶다가도 즐거운 닭살이 살짝 살짝 돋는 재미가 있는 곳이 교토다. 가는 길|인천~오사카 간사이 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이륙 후 약 1시간20분. 간사이 공항서 JR하루카 열차 타고 교토까지 75분. 자유석 2980엔/지정석3690엔. 대략 매시 16분·46분 출발. 100엔=약 800원 쇼핑|교토역 교토 시내 화과자점에 들를 시간이 없었다면, 교토역 ‘JR 중앙 출구’ 옆 ‘京名菓’에서 사가면 된다. 딱히 ‘교토스러울’ 필요가 없다면, 평범한 카스텔라나 모나카, 찹쌀떡 등은 간사이 공항 면세점에서 사도 된다. 열차 시간까지 1시간 반 넘게 남았다면 이세탄 백화점 6층의 찻집 ‘쓰지리(都路里)’에 들려보자. 기온에 본점을 둔, 교토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찻집 겸 카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 자취를 감춘 ‘파르페(여기서는 ‘파훼’)’가 있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떡을 유리잔 안에 타워처럼 쌓아 놓았다. 토요일 점심에 갔더니, 30분 줄 서고, 20분 기다려서야 ‘파훼와 떡 세트(1155엔)’를 먹을 수 있었다. 맛 보다는, 거의 모든 여행 가이드에 등장하는 ‘유명한 곳에서 파훼를 먹었노라’ 정도로 만족. 교토에서 건진 게 없어 허전한 여행자라면, 마지막 날 눈을 뜨자마자 그냥 간사이 공항으로 가 버린다. 공항에 짐 맡기고 ‘린쿠(Rinku)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셔틀버스(100엔)를 타고 간다. 편도 30분.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만 엄청난 것을 건질 것이란 기대는 금물. www.premiumoutlets.co.jp 자세한 교토 관광 문의는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02)777-8601, www.welcometojapan.or.kr 여행문의|①오사카·교토 자유 호텔팩 4일=일본항공 이용. 3박 4일. 43만 9000원~45만 9000원선. 6월 말까지 가격. 인천~오사카 항공권·비즈니스 호텔 세미 더블 3박, 공항세, 유류 할증료 별도. ②교토·고베·나라·오사카+온천 4일 (1일 자유)패키지=대한항공 이용. 3박 4일. 69만 9000원선. 문의 넥스투어 (02)2222-6652, www.nextour.co.kr 교토 먹거리 ▲ ①‘사바 즈시 세트(1785엔)’. 소금에 절인 고등어에 식초·설탕·소금으로 간한 밥을 올리고 김밥 싸듯 꾹꾹 누르고 하루 정도 숙성 후 썰어 먹는다. 시모가모 신사 인근 ‘사바카이도 하나오레(花折)’. www. hanaore.co.jp▲ ② ‘오반자이(2625엔)’ 중 메인 요리. 아라시야마 ‘가게쓰엔후쿠야’.▲ ③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야채상 ‘가네마쓰’ 2층에 있는 식당 ‘야오야노 니카이’의 ‘장수 (長壽)런치 세트(2100엔)’. 손님은 오전 11시부터 하루 200명만 받는다. 담백한 교토 야채 요리로 유명한 집. http://nishiki-kanematu.com/nikai.htm, 예약 이메일(한국어 가능)은 kyotoyaoyanonikai @yahoo.co.jp▲ ④ 말차와 화과자(1020엔선). 난젠지 인근 화과자점 ‘세이칸인(淸閑院)’. www.seikanin.co.jp호텔 VS 료칸 깔끔한 일본풍 욕실에서 낭만 꿈꾼다면 '호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하루 원한다면 '료칸' ▲ 하얏트 교토 ""딜럭스 발코니 룸"" 욕실(하얏트 호텔 사진)하얏트 리젠시 교토 교토역에서 택시 타고 가면서, 히가시야마라는 고풍스러운 동네에 하얏트라는 국제 체인 호텔 건물이 어울릴까 싶었다. 운전 기사가 ‘다 왔다’고 해서 두리번 두리번. 하얏트 호텔은 교토국립박물관 맞은편에 거의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조용하게 들어앉아 있다. 법적으로 외관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30년 된 구식 건물을 내부만 개조해 지난해 문 열었다. 로비에서부터 인테리어를 맡은 수퍼포테이토 그룹(서울 파크 하얏트 디자인)의 내공이 느껴진다. 로비 천장에는 하얀 종이판 곳곳에 자를 대고 칼로 섬세하게 오려 낸 듯한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했다(저녁에 불이 들어오면 더욱 장관이다). 딱, ‘컨템포러리 교(京)스타일’이다. 방(딜럭스룸)은 천장도 낮고 넓지 않지만 창밖에 심어놓은 대나무, 종이 바른 조명 갓, 비단을 덧대 놓은 듯한 침대 머리맡 장식까지, 하나도 튀는 것이 없고 마무리가 완벽하다. 욕실에는 작은 나무의자를 배치해 히노키 욕조 없이도 일본풍 욕실 분위기를 완성했다. 딜럭스 룸은 비수기 주중 기준으로 2만엔대부터. 벚꽃 시즌 등 성수기에는 3만엔대로 뛴다. (075) 541-1234, http://hyattregencykyoto.com ▲ 히이라기야 료칸 객실(히이라기야 사진)료칸 히이라기야 일본의 3대 여관 중 하나. 1818년에 문을 열었다. 오카미상(료칸 여주인) 니시무라 아케미씨는 창립자의 6대손이다. ‘어디서 묵냐’는 교토 사람의 질문에 찰리 채플린도 자고 가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묵었다는 ‘히이라기야’라고 대답하는 순간, 인상이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다. 그렇다고 포시즌스풍의 럭셔리를 기대하면 안 된다. 문짝, 복도, 계단, 그리고 방 안의 탁자, 경대, 시계, 연필꽂이, 재떨이까지 시간의 때가 묻어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계승되고 관리돼,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모습을 눈 여겨봐야 한다. 낡아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처음에는 좀 실망. 최근 확장 공사를 마쳤다는 ‘신관’을 구경하러 갔다. 일본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는 최신 스타일 료칸이다. 고야마키로 만든 욕조는 구관보다 큼지막하고, 누드톤 나무로 꾸민 객실은 더욱 환하고 현대적이다. 그런데 구경을 마치고 다시 구관으로 돌아오니,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같은 낡은 방이 더 근사해 보인다. 일본 료칸이 비싼 건 밥 때문이다. 어차피 교토에서 저녁식사로 교토 요리의 정수 가이세키를 예약해서 먹을 생각이라면 료칸에 머무는 것이 편하다. 꽃잎을 띄운 핑크색 전통주는 벚꽃이 만발한 교토의 봄. 색색 건더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꼭 연못 같은 국 그릇을 들여다 보면 작은 물고기가 휙 지나갈 듯 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쓴 료칸은 북쪽에 따로 있지만, 이곳 히이라기야에서는 비 내리는 풍경에 푹 빠졌다고 한다. 미시마 유키오도 머물렀다. 평범한 여행자라도 날카롭게 깎아놓은 연필로 반 투명 편지지에 뭔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분위기다. 1인당 3만엔(신관은 3만5000엔부터)부터. 조식·석식 포함. 노천탕이나 대욕탕은 없다(가족탕은 있다). 결론은 숙박시설이 여행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는 것. 아침·저녁 먹는 캬라멜 마키아토 한달만 끊고 가볼만 하다. (075)221-1136, www.hiiragiya.co.jp
- 출출하고 심심해? 시장 한바퀴 돌아볼까
- [조선일보 제공] 심심한 날, 기분이 바닥에 깔린 날에는 시장으로 가자. 고무줄 바지 입고 가서 시장판의 ‘먹자 골목’을 누비는 거다. 재래 시장 중에서도 청계천 복원 후 다시 ‘떴다’는 광장시장을 추천한다. 특수 플라스틱 천장 아래 반짝이는 노점의 불빛. 굵기가 팔뚝 만한 ‘왕 순대’에 기가 질리고, 찰랑대는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소한 빈대떡 냄새에 혼미해진다. 별미 시식 사이사이에는 산처럼 쌓인 옷감 더미, 한복과 이불, 전통의 ‘코티분’과 ‘99% 다크 초콜릿’을 늘어놓은 수입잡화상을 구경하며 돌아다닌다. 어느새 불룩했던 배가 쑥 꺼진다. 게다가 시장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바로 최고의 산책코스로 떠오른 청계천이니, 광장시장이야 말로 최고의 맛집 기행지인 셈. 단, 깔끔 떠는 사람, 시장이라고 무조건 쌀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가지 말 것. ① 먼저 30년 전통의 마약 김밥을 찾아갔다. 정식 이름은 ‘꼬마 김밥’. 시장통에서는 ‘손가락 김밥’ ‘모녀 김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머니에서 딸로, 대를 이어 김밥집을 한다고 해서 붙은 ‘모녀 김밥’이란 수수한 별명 대신, 2000년대에는 좀 더 강력한 애칭을 얻은 셈. 한 입 먹는 순간, 바로 중독된다는 뜻이다. 기대에 부풀어 손가락 만한 김밥을 겨자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이게 도대체, 왜, 특별하다는 거지?’ 사장 유양숙(46)씨도 “들어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멈출 수가 없다. 얇게 썬 단무지나, 그저 시금치·홍당무가 겨우 들어가 있는 김밥이나 특별할 게 없다. 심심하고 참기름 발라 살짝 짭짤한 맛인데, 자꾸 옛날에 집어 먹던 김밥 생각이 난다. 1인분에 2000원.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미니 유부 초밥’도 2000원. 광장시장 먹자 골목에서 좀 떨어져 있다(지도 참조). 영업 시간은 밤 9시~다음날 오후 5시 무렵까지. 토요일 밤에는 쉬고, 일요일 밤에 다시 나온다. (02)2264-7668 ② 어머니와 함께 은성횟집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중현(40)씨는 “매운탕(2인분 1만3000원, 3인이 2인분 주문 불가) 드실 거죠!”라고 인사하며 손님을 맞는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불에 올릴 수 있도록 대구와 내장의 일종인 곤이, 보리새우 등 매운탕 건더기를 가득 담아 입구에 켜켜이 쌓아 놓은 냄비는 굉장한 설치 미술이다. 육수를 큰 솥에 따로 끓여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건더기에 부은 후 미나리를 푸짐하게 얹어 끓여 낸다. 덕분에 건더기가 풀어지지 않고 쫄깃쫄깃 잘 씹힌다. 민물새우를 넣어 국물이 시원하고 곤이가 담백하다는 것도 은성횟집의 자랑이다. 매운탕이 가장 유명하지만 회도 푸짐하다. 광어 2만5000원/3만5000원, 농어·도미 4만원/5만원, 해삼 1만5000원, 멍게 1만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밤 10시(주문은 오후 9시까지). 신용카드 사용 가능. (02)2267-6813 ③ 광장시장 빈대떡집들을 보면 걱정이 된다. ‘맛 보고 가라’며 쉬지 않고 빈대떡 조각을 손에 쥐어 준다. 노점상 앞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공짜로 빈대떡 맛을 실컷 보게 된다. 아무튼 아주머니들이 쉴새 없이 빈대떡 반죽을 솥뚜껑만하게 펼치고, 기름 위에서 노릇노릇 지지고, 가위로 한 입 크기로 싹둑 싹둑 자르는, 그 빈틈없고 규칙적인 리듬을 지켜보면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간다. 순희네 빈대떡 사장 추정애(54)씨는 “빈대떡을 부칠 때는 절대로 꽉 누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빈대떡은 1장에 4000원.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하고 폭신폭신하다. 흥건한 기름기가 은근히 걱정 되면서도 역시 한 번 먹으면 멈출 수가 없는 별미. 식당은 오전 9시 30분~밤 12시(노점은 오전 8시~밤 9시까지) 영업. (02)2268-3344 ④ “여기서 장사한 지 몇 년 되셨어요”, “몰라, 40년 됐나”, “처음엔 얼마였나요”, “한 그릇 50원, 국수 20원!”…. 귀여운 빨간 털모자를 쓴 원조 쌀·보리밥 권영문(75) 할머니에게서 돌아오는 투박한 대답들이 재미있다. 친절하게 손님을 맞고 혼자 온 단골이 심심치 않게 명랑한 입담을 펼치는 ‘마케팅 담당’은 딸 조향(48)씨다. ‘무제한 리필’ 보리밥에 국과 된장찌개까지 합친 가격은 착하게도 3000원. 보리와 쌀을 반씩 섞은 밥에 기타 재료를 마음대로 얹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먹는 뷔페 비빔밥이다. 배추김치·깍두기·멸치·파·고사리·콩나물·상추·무나물·돈나물·참나물· 부추…. 총 스물 두 가지. 입맛 따라 골라 넣으면 된다. 지게꾼들이 오며 가며 싼 값에 배 채우라고 개발된 메뉴라는데, 지금은 건강 채식으로 인기다. 영업 시간은 오전 8시~밤 10시. (02)2267-5478 ⑤ 100년 된 광장시장에 ‘2대째 장사’는 흔하다. 할머니집 순대는 시어머니 한상임씨가 꾸린 맛집을 며느리 오인숙(58)씨가 이어 받은 경우다. ‘함경도 사람’에게 순대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는 한씨는 13년 전 ‘비법’을 며느리에게 전수하고 함께 장사를 해오다 2년 전 세상을 떴다. 쫄깃한 돼지 머리고기와 적당히 간이 밴 막창·대창 순대(한 접시 5000원)를 먹다 보면 동동주 한잔(1000원) 생각이 안 날 수 없다. “울 어머님은 인심이 후해서 인기가 많았지. 덕분에 단골이 1000명이 넘어. 1960년대 가난한 대학생들은 순대에 술까지 잔뜩 먹고 어머님 졸고 계신 틈을 타 도망치고 그랬다지, 아마. 요즘도 가끔 돈 갚겠다는 아저씨들이 찾아오고 그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밤 10시. (02)2274-1332 ⑥ 사람마다 순대 취향이 제각각이겠지만, 광장시장 3시 50분 순대를 ‘내 인생의 순대’로 명명할 순대 마니아들이 분명히 있을 듯. 정확히 오후 3시 50분에 등장한다. 거대한 대야 속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가 가득 담겼다. 그 앞에 작은 도마를 놓고 앉은 이복자(60)씨는 “1976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고 한다. 후추를 듬뿍 넣어 매콤하고, 순대의 사이즈가 빈약하지 않으면서도 찹쌀이 촘촘하게, 꽉꽉 들어차 씹는 순간의 만족감이 확실하다. 포장은 300g에 3000원, 400g에 5000원. 먹고 가면 1인분에 2000원. 국물은 없다. 아주머니가 간을 줄 때도 있고, 안 줄 때도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앉아서 먹고 가자. 순대 써는 아주머니 곁에 바짝 붙어 앉아(나무 의자가 너무 낮아 거의 시장 바닥에 앉는 수준. 그런데 그렇게 앉으니 시장 풍경이 달리 보인다) “난 이제 여기 순대 밖에 못 먹어”라며 찾아오는 단골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후 7시면 영업 끝. 일요일은 쉰다. ⑦ “카, 먹다 보니 국물까지 후루룩 비워버렸네. 난 뜨끈뜨끈한 여기가 안방보다 좋은데…. 그래도 어여 자리 내줘야겠지?” 칼국수 한 그릇을 8분만에 뚝딱 잡수신 50대 아주머니 덕분에 간신히 자리가 비었다. 강원도 칼국수. 어깨를 맞댄 손님들은 은박 쿠션이 깔린 좁은 의자에 참새처럼 촘촘히 앉아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과 세상사의 고단함을 시장 골목에 부려놓은 사람들. 3500원짜리 맛깔진 칼국수 한 그릇이 가져다 주는 짧고도 완전한 행복에 풍덩 빠진 듯 좁은 자리에도 즐거워 보인다. 이 집 칼국수는 국수 씹는 맛이 일품이다. 여섯 번, 일곱 번 열심히 빚은 밀가루 반죽을 나무 도마에서 쓱싹쓱싹 쓸어내는 주인 아주머니 김일내(62)씨의 ‘손맛’이 듬뿍 배어서 그렇단다. 담백한 국물과 어우러지는 상큼한 열무물김치도 맛깔스럽다. 오전 6시 30분~오후 8시, 일요일은 쉰다. (02)2269-1387 ⑧ 먹자골목서 도자기상가 쪽으로 살짝 돌면 양념 돼지고기로 이름난 ‘남매등심’이 나온다. 메뉴는 동그랑땡(250g 8000원)과 꼼장어(200g 1만원) 단 두 개. ‘동그랑땡’은 양파·마늘즙과 고추장 등을 섞은 양념에 무친 얇은 목살 숯불 구이다. 간판에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등심’은 메뉴에 없는데, 굳이 찾는 이들에게는 내주기도 한단다. 그런데 왜 가게 이름이 ‘남매 등심’? “아, 그게 남매목살, 남매목살…. 듣기에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등심이라고 했어요. 남매등심, 남매등심…. 괜찮죠?” 양념 목살을 ‘동그랑땡’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에 누가 동그랗다고 농담처럼 ‘동그랑땡’이라고 했는데, 그냥 괜찮은 것 같아서”라는 주인 조태수(59) 아주머니의 설명이다. 이쯤 되면 “정말 남매가 하는 집인가요” 란 질문은 하나마나다. “그냥 듣기 정겨워서 붙인 이름이지, 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30분~밤 12시. 신용카드 사용가능. (02)2272-3034
- 튀김·전·젓갈·조림·쌈… `봄멸`로 밥도 짓지요
- [조선일보 제공] 통영은 옛날부터 멸치로 유명했다. 봄에 산란하려고 통영 가까운 바다로 들어오는 멸치를 잡았다. 이 멸치가 ‘봄멸’이다. 크기가 남자어른 손가락 정도. 요즘은 배와 장비가 좋아져 1년 내내 먼 바다에 나가 멸치를 잡아들이지만, 여전히 통영사람들은 ‘봄멸’을 최고로 꼽는다. ‘봄멸’은 주로 회로 먹는다. 머리를 떼내고 뼈와 내장을 발라낸 다음 초고추장과 참기름, 참깨, 고추, 상추, 당근, 미나리, 배 등을 넣고 버무려 멸치회를 만든다. 멸치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기름진 감칠맛이 진하다. 매콤새콤달콤하다. 살짝 씹기만 해도 뭉그러질만큼 살이 부드럽다. ‘봄멸’로 만드는 멸치쌈도 별미다. ‘봄멸’을 깨끗하게 다듬어 냄비에 깔고 물과 고춧가루 진간장, 다진 마늘 조금을 넣고 졸여서 상추에 쌈 싸 먹는다. 멸치가 쉬 부서지니 졸이는 과정에서 젓가락으로 뒤적이면 안 된다. 통영에서는 봄이면 웬만한 식당에서 ‘봄멸’을 버무린 멸치회를 밑반찬으로 내놓는다. 워낙 흔하게 먹는 멸치여서인지 멸치만을 따로 내는 식당이 통영에 딱 하나 있다. 식당 이름이 ‘멸치마을(055-645-6729)’이다. 주인 박성식(56)씨는 어려서부터 멸치가 그렇게 좋았단다. “말리기 위해 삶아서 널어놓은 멸치를 앉은 자리에 한 채발씩 먹었어요. 1㎏어치는 족히 될걸요? 일반 사람은 비려서 그리 못 먹습니다.” 사랑하는 멸치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2005년 통영 정량동에 식당을 냈다. 멸치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이 나온다. ‘멸치회(2만원)’는 기본. 멸치튀김, 멸치전, 멸치젓갈, 멸치조림, 멸치쌈, 멸치시락국(시래기국의 사투리), 멸치젓을 넣어 담근 김치…. 상이 온통 멸치로 만든 요리이고 밑반찬이다. 멸치전은 파전과 비슷한데 잔 멸치가 군데군데 들었다. 멸치튀김은 튀김 옷을 입혀 미리 튀겨둔 멸치를 생선구이용 오븐에 한 번 더 구워낸다. “멸치에 워낙 기름이 많아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느끼합니다.” 다양한 멸치요리 중에서 가장 특이한 건 ‘멸치밥(7000원·사진)’이다. 작은 뚝배기에 멸치육수를 붓고 불린 쌀을 더해 밥을 짓다가 실 멸치를 더해 뜸 들인다. 밥을 퍼서 대접에 담고 달걀노른자와 김 가루를 뿌려 손님에게 낸다. 멸치액젓과 간장을 섞어 만든 양념장으로 비벼서 먹는다. 의외로 비린내 없이 구수하다. 일본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박성식씨가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량해 한국사람 입맛에 맞춰 개발했다. 통영 유일의 멸치요리전문점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아직 미적지근하다. 식당이 한산한 편이다. 멸치가 너무 흔한 통영이라 그런 모양이다.
- 종갓집 떡국…전통의 맛 ‘남다른 정성’(VOD)
- [조선일보 제공] “종갓집 떡국이라고 별다른 거 없어요. 그저 남들 설에 먹는 떡국하고 똑같아요.”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서울에서 30리 거리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차를 달리면 서울 광화문에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이곳에 고풍스런 한옥 사랑채가 양지바른 언덕에 번듯하게 들어 앉았다. 수락산이 옆과 뒤를 둘러싸 포근하면서도, 앞은 툭 트여 도봉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1629~1703) 선생이 살던 곳이다. 지금은 선생의 11대 종손 박찬호(朴贊鎬·85)옹과 아들 용우(龍雨·55)씨 부부, 손자들 이렇게 3대가 산다. 설을 맞아 전통적인 떡국은 어떤 모양이며 맛일지 궁금했다. 전통 지킴이 하면 종가(宗家)만한 곳이 없지 않은가. ‘한배달 우리차문화원’ 원장이자 국립문화재연구소 전통음식조사자문위원인 이연자씨가 박세당 종가를 추천했다. 이 댁에서 전해오는 떡국 만드는 법은 이렇다. 우선 양지나 사태를 넉넉히 삶아 육수를 낸다. 사골을 고기와 함께 쓰는 집이 많지만, 여기선 고기만 쓴다. 몇 해 전 세상을 뜬 시어머니를 대신해 종부(宗婦) 역할을 하고 있는 차종부 김인순(金仁順·53)씨는 “사골을 쓰면 국물이 우리 입에 너무 진하고 탁한 것 같아 그런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삶은 고기를 건져내 식으면 쪽쪽 찢어서 조선간장(국간장)과 소금,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깨로 조물조물 무쳐 떡국에 얹을 꾸미를 만든다. 달걀 노른자와 흰자로 부친 지단은 가늘게 썰어 둔다. 떡국을 맛보니 다른 집보다 간이 약하고 담백한 것이 옛날 맛이다. 차종부 말마따나 종갓집 떡국이라고 준비과정이 별다를 바 없다. 하지만 떡국을 드시는 분들이 다른 집과 다르다. “저희 집이 자손이 적어서 설날 다 모여도 10여 명이 전부지요. 그런데 종가라서 4대 봉사하거든요. 윗대 할아버님 네 분과 그 부인들, 그리고 돌아가신 시어머니까지 아홉 분에게 떡국을 올려요.” 산 사람이 먹는 떡국과 돌아가신 분들 잡숫는 떡국 그릇 수가 비슷한 셈이다. 그리고 떡국에 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다른 집들처럼 썰어둔 가래떡을 떡집에서 사오지 않는다. 쌀을 떡집에 가져가 떡을 뽑아서 2~3일 집에 뒀다가, 떡이 꾸덕꾸덕 마르면 직접 썰어 쓴다. 차례상에 잡채가 오른다는 점이 다른 종가에 없는 독특한 전통이다. “숙채 대신 쓰는데, 옛날부터 그랬다고 어른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돼지고기 편육도 상에 오른다. 돼지 목살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물·술·진간장·국간장·다진 마늘·다진 생강·후춧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장에 2시간쯤 재 뒀다가 삶는다. 고기가 무르면 건져내 식혀서 폭 4㎝로 저며 제기에 담아 올린다. 양념장이 따로 필요 없다. 빈대떡은 유난히 노랗다. “치자를 넣어요. 치자를 넣으면 더 쫀득해지기도 해요. 쫀득하라고 쌀가루도 녹두에 섞어 부쳐요.” 잡채와 편육, 빈대떡 외에도 반(밥), 갱(국), 탕 세 가지, 각종 전, 밤, 대추, 배, 사과, 조과(산자, 약과), 숙채(도라지, 시금치, 고사리나물) 등등 갖은 음식이 차례상에 오른다. 떡국이 올라가는 설 차례상에는 반과 갱이 없다. 보통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 않을 듯한데, 올해로 28년째 음식을 준비해온 김인순씨는 담담하게 말한다. “우리는 상이 간단해요. 증시조(박세당) 어른이 제사상이나 차례상 음식 많이 차리지 말고, 낭비하지 말고 시대에 맞춰서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실학자시잖아.” 자부심 넘친다. 올 설에도 아홉 분이 맛있게 떡국을 드시겠다. ▲ 박세당 종가 떡국 / 김성윤 기자 ▒ 기본 떡국 레시피 ▒ 가장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떡국이 궁금하면 역시 궁중요리로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과 정길자씨가 펴낸 ‘조선왕조 궁중음식’에 나온 떡국 레시피. 분량은 4인 기준. 재료: 흰떡 5가래(750g), 사골 1/2개분, 쇠고기 100g, 달걀 1개, 국간장 적당량, 대파 1대, 마늘 2쪽, 김 2장 쇠고기 양념: 간장 1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① 흰떡을 얄팍하게 썬다. ② 사골을 토막 내 뽀얀 물이 나도록 곤다. ③ 쇠고기를 다져서 양념해 볶는다. ④ 뼈를 꺼낸 국물에 다진 마늘을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끓인다. ⑤ 끓는 육수에 떡을 넣는다. 떡이 끓어올라 부드러워지면 채 썬 파를 넣고 달걀을 푼다. ⑥ 대접에 떡국을 담고 쇠고기 볶은 것과 김을 구워 부순 것을 올려 낸다.
- 트뤼플 초콜릿과 화이트 소스에 조려낸 돼지고기
- ▲ 내 마음 속에 있는 당신에 대한 사랑처럼 예쁜 바구니에 담은 트뤼플 초콜릿. 필자에게는 어린 유학시절 지독한 향수병을 달래줬던 친구들의 ‘우정의 초콜릿’이기도 하다. 음식 김노다ㆍ사진 김상영[한국일보 제공] 친구란,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존재감만으로 큰 힘이 된다. 기쁠 때는 물론이고 슬프거나 아플 때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나게 하는 그런 이상야릇한 힘을 가진 존재. 어떨 때는 가족보다 더 끈끈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존재…. 일본 유학시절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어렸을 적 몇 년간 일본에 거주했던 덕분에 낯선 타향 땅에 초등학교 친구가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탓인지 내 몸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심한 감기몸살을 앓고 있었다. 아마 자취생이나 유학생 등 집을 떠나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나 또한 엄마가 막 해주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하얀 밥 한 그릇에 뜨끈한 국물을 떠먹으며, 옆에서는 말이 없이 걱정스레 나를 보시는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간을 지내고 있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내 고마운 친구들 아키라와 타이라가 나를 위해 기운을 내라며 무언가를 사온 것이 아닌가. 뚜껑을 열어보니 참 못나게 생긴 팥고물 경단 같은 것이 들어있다. 입에 하나를 베어 무니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부드러운 초콜릿에 씁쓸한 맛까지 더해진 초콜릿. 손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정신없이 먹었다. 마법이라도 부리는 양 입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을 뿜어내는 초콜릿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픈 몸에 감격스러운 음식이라 더 맛있었을까. 그 후로도 친구들과 함께 그 제과점을 여러 번 찾아가 그 맛을 즐기게 되었고, 어느덧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하지 않게 이탈리아의 유명 요리학교인 I.C.I.F에 현지 요리를 배우러 떠나게 되었다. 그 곳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 이탈리안 룸메이트는 한동안 일본 만화에 심취되어 있어 나에게 일본 만화에 대한 정보들을 연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항상 도움을 받기만 했던 자신이 미안했던지 하루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 왔다. 난 기다렸다는 듯이 이탈리아 가정에서 먹는 음식들이 궁금하다고 답했고 그는 학교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자신의 할머니 집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에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 와 난 흔쾌히 받아들였다. 드디어 주말에 그 녀석의 할머니 집에 가게 되었다. 너무나 따뜻이 맞아주시는 할머니께서 자신이 요리를 만드는 동안 뭐라도 조금 먹겠냐며 제법 큰 바구니에 종이를 한 장 깔아 한 아름 내어주신 초콜릿. 예전 친구들의 감동스런 초콜릿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다니. 또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예고 없이 찾아와 초면에 무례를 범하면서 할머니를 졸라 배워보았다. 일단, 3가지의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여 생크림을 섞은 후 기다란 틀에 넣어 굳힌 뒤 가래떡 썰 듯 썰어내어 코코아 가루에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놀랍도록 쉬운 요리법에 또 한번 감탄하며 제대로 맛을 보니 왜 카카오가 ‘하늘이 내려주신 신의 재료’라 칭해지는지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사실 카카오는 지독하리 만치 씁쓸한 재료이다. 여기에 섞이는 덩어리 초콜릿들의 진한 맛도 맛이지만 코코아 가루 역시 반드시 달지 않은 무가당 코코아 가루여야만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까? 인절미 마냥 콩고물의 텁텁함 안에 쫄깃한 떡을 즐기듯 서양사람들도 텁텁하면서도 씁쓰레한 코코아 가루 사이로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부드러움이 흘러나오는 트뤼플 초콜릿을 사랑하는 가보다. ▲ 화이트 소스에 조려낸 돼지고기이것만으로 나의 이탈리안 가정 방문기가 끝나도 후회가 없으련만, 나를 위해 할머니께서 한껏 솜씨를 뽐내며 만들어 주신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는 시간이 다가왔다. 얼핏 보면 수프 같기도 한 이 요리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보쌈이나 김치찜 같이 덩어리째 푹~ 끓여내어 도톰하게 썰어내는 요리와 비슷하다고 할까? 우유의 담백한 맛과 진한 향이 돼지고기를 감싸고 또 우유가 연육작용을 하여 씹는 감촉마저 못 느낄 정도로 훌훌 넘어가기까지 한다. 오래토록 사랑으로 끓여내는 정성이 있어서일까. 고기의 지방이 녹아내려 고기자체는 담백해지고, 끈적할 것 같은 국물은 시원한 감마저 돈다. 이렇게 먹고 있자니 보쌈을 응용하여 백김치와 함께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메뉴들은 나의 발렌타인데이 강의에 주 메뉴가 되고 있다. 사제 초콜릿을 사서 예쁘게 포장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음식은 본인의 정성이 들어갈 때 감동이 배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친구들의 사랑하는 마음과 손자를 대하는 마음의 요리를 내어 놓으신 이탈리안 할머니까지, 그들의 정성이 있기에 나에게 그 요리들은 감동으로 돌아왔고 또한 나는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답하는 사랑공식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물론 발렌타인데이는 여성이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발렌타인데이는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화이트소스 돼지고기와 트뤼플 초콜릿을 함께하며 내 방식대로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되었다. 나는 이 날을 위해 또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 식탁을 차려내려 한다. ▲ 트뤼프 초콜릿 초컬릿 재료: 생크림100cc, 세미 다크 초콜릿200g, 다크초콜릿300g, 와일드베리쨈60g, 바카디2큰술 장식 재료: 코코아 파우더 적당량, 슈가 파우더 적당량 초컬릿 다져서 녹이기 - 일단 다크초코렛은 잘게 다진다. - 냄비에 생크림을 넣어 중불에서 실리콘주걱으로 끓기 직전까지 젓는다. 끓기 직전에 불을 끈 다음, 세미 다크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을 넣어 휘스크로 잘 저으면서 서서히 녹인다. - 전체적으로 녹으면 와일드베리쨈, 바카디를 넣은뒤 역시 휘스크로 잘 젓는다. 주머니에 넣어 굳힌 후 자르기 - 냄비에서 스텐볼로 옮긴 후 얼음물에 중탕해 바닥면이 굳기 전에 재빨리 섞어준다. - 뭉치기 시작하면 삼각주머니에 넣고 냉장고에서 약3~5분간 둔다. - 넓은 쟁반에 두께2cm, 길이 6cm로 짜 놓은 다음 냉장고에 약 5분간 굳힌 후 적당한 크 기로 떡을 썰듯이 자른다. 코코아 가루 묻히기 - 큰 볼에 코코아 파우더를 넣고 그 안에 잘라놓은 초컬릿을 굴리면서 옷을 입힌 후 살짝 굳히면 완성! 화이트 소스로 조려낸 돼지고기 (조리시간 : 약2시간) 재료: 돼지목살2근(1.2kg), 황토소금1g(없으면 구운소금) 화이트 소스: 우유 2리터, 월계수5장, 생로즈마리20g, 통후추1g, 감자2개 ▲ 돼지고기 밑간하기, 재료 손질하기 - 돼지목살에 황토소금을 뿌린 다음에 손으로 문지른다. 실온에서 약15분간 재워놓고,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3cm 두께로 자른다. 화이트 소스 만들기 - 볼에 화이트 소스 재료를 모두 넣어 잘 섞어준다. 끓이기 - 중간냄비에 재워둔 목살, 생로즈마리, 월계수, 우유를 넣고 강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불로 조절한 후 감자를 넣고 조려낸다. 국물에 목살 기름기가 떠오르면서 감자가 익으면 불을 끄고 목살을 건져낸다. 소스 조리기 - 남아있는 국물을 다시 약불에 올려 우유가 되직할 때 까지 조려준다. 찍어먹는 소스 곁들이기 : 요플레1개(100cc), 머스터드1큰술, 머스터드씨1큰술, 다진양파2큰술, 타바스코소스 1작은술을 골고루 섞어 낸다. Cooking Tip - 목살을 통으로 이용할 경우는 칼집을 넣어 유연하게 만든다. 생로즈마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수 있으며 1팩에 2,000원 정도다. 요플레는 플레인 요플레를 구입하는것이 좋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상영
- 돼지 저금통 "돈 맛본지 언제였던가"
- [조선일보 제공]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미여(34·경기도 이천시)씨 가족은 4~5년 전까지만 해도 매달 소득 300만원 중 80만원을 저축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득이 250만원으로 줄어든 데다 지출은 오히려 늘어 저축을 전혀 못한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두 자녀의 교육비에만 90만원,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등에 30만원이 들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인 A증권사 김모(38) 과장 부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그만 사업을 하는 부인과 합산한 가계소득이 월 935만원에 이르러 5년 전보다 35%나 늘어났지만, 저축은 오히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외식이나 쇼핑은 확 줄였지만, 지난해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받은 은행 대출 이자(94만원)에 아이 사교육비(137만원)를 내고 나면 저축은 65만원밖에 못한다. 빨간 돼지저금통의 추억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한국 경제의 고성장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던 저축률이 2000년대 들어 가파른 속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소득은 정체 상태인데, 집 사느라 빌린 은행 대출 이자와 치솟는 사교육비, 그리고 세금·연금 부담 등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이 급감한다는 것은 미래의 잠재적인 투자 및 소비 재원이 줄어들어 미래의 충격에 취약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급락하는 저축률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3.2%로 정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급격히 떨어져 작년엔 2%대에 그친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02년 신용카드 대란(大亂) 당시 2%로 떨어진 후 최저 수준이다. 가구당 저축액도 1999년 연간 400만원이던 것이 작년엔 6분의 1도 안 되는 63만원(추정)으로 떨어졌다.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1999~2006년 사이에 미국·일본·영국 등 OECD 14개 국가의 저축률은 평균 6.6%에서 5.3%로 1.3%포인트 하락에 그친 반면, 한국은 그 열 배인 1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우리 저축률이 미국(-0.5%), 일본(2.4%)보다 높다고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선진국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 2만 달러 달성 당시 저축률이 10% 안팎(일본 13.5%, 영국 9.4%, 독일 13.9% 등)이었으나, 한국은 그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선진국 문턱도 가기 전에 저축률만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셈”이라며 “경제가 악화되면 위험에 완충(buffer)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 자산이 없어 파산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주머니에 쌈짓돈이 없기 때문에 위기가 닥치면 버틸 여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저축 양극화 심화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가계는 돈을 아껴 저축하던 구조에서 빚 내서 쓴 뒤 벌어서 메워 넣는 구조로 바뀌었다. 빚을 내 집을 장만하는 서민들이 늘면서 가구당 가계 부채는 1999년 1465만원에서 작년 3518만원으로 연평균 20%의 증가율을 보였다. 여기에 세금과 연금 등 비소비지출 부담도 소득 대비 11.5%에서 14.8%로 늘었다. 반면 소득 증가는 더디니 저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 7년 동안 가처분소득(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 증가율은 연간 14.7%에 달했지만, 1999~2005년 사이엔 소득증가율이 예전의 4.7%로 떨어졌다. 저소득층의 경우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위 20% 소득 계층의 흑자율(처분가능 소득 중 소비지출을 뺀 금액의 비중으로 저축률을 엿볼 수 있는 수치)은 1997년 1.9%에서 2005년 -13.5%로 급락했다. 저축률 하락은 향후 소비 회복에도 악영향을 준다. 정부 관계자는 “저축을 끌어다가 소비를 하는 소비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미래의 투자 재원인 저축률이 하락할 경우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