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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 "조국 부부 증거인멸 공범이면 처벌 못해"…檢에 숙제 건네(종합)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을 집중 심리 중인 재판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 교수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검찰의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 전 장관 부부가 받고 있는 사모펀드 의혹 관련 증거위조 교사 혐의에 대해 교사가 아닌 공범으로 판단될 경우 처벌이 불가하다는 해석까지 내놓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18일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정 교수의 19차 공판을 열고 검찰과 정 교수 측에 이같은 석명(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히는 것)을 주문했다.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지난해 8월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관계자들로 하여금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라는 거짓 운용보고서를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어떤 지시를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검찰에 공소사실 보충을 요구한 뒤 “정 교수 또는 조 전 장관이 코링크PE 관계자에게 해명자료 내용을 지시했고 이에 코링크PE 관계자들이 수정한 기재 내용을 주로 조 전 장관이 이를 검토하고 승인한 것이라면 정 교수 또는 조 전 장관이 교사범에 해당하는지, 공동정범에 해당하지는에 관해 설명하라”고 지적했다.특히 재판부는 “교사범이면 처벌할 수 있지만, 공동정범이면 처벌이 안된다”고 못 박았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한 경우 성립·처벌이 가능하다는 형법 제155조에 따른 것이다.다른 석명 요구도 이어졌다.재판부는 정 교수가 금융위원회에 코링크PE가 운용하는 펀드에 출자한 내용의 변경사항을 거짓 보고했다는 혐의와 관련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와의 공모관계를 보강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또 정 교수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와 관련해 해당 정보를 제공한 조범동씨의 법적 지위도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 부부의 딸이 부산 모 호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로부터 받은 인턴확인서와 관련 검찰과 정 교수 측 모두에게 확인서의 작성 주체 및 시기,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했다.이날 재판에서는 당초 조 전 장관의 측근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증인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관계 부처 회의가 있어 참석하기 어려우며, 이미 검찰에서 진술을 다 했기 때문에 나갈 필요성이 없다”며 전날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출석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김 비서관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사모펀드 투자 관련 증거를 은닉·은폐했다는 혐의와 관련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검찰은 지난 2월5일 열린 정 교수 3차 공판에서 김 비서관의 검찰 진술을 제시하며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해명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코링크PE 관계자에 펀드 정관 운용 보고서 등 서류를 전달받았음에도 인사청문회 준비단 신상팀장이었던 김 비서관에게 코링크PE에서 자료가 없거나, 개인정보 문제로 못 준다고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이사는 조범동씨의 요구로 관련 해명자료를 작성했고 정 교수에게 확인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또 당시 정 교수가 해명자료를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전달해달라고 했다가 “준비단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본인의 집으로 가져오라고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 산재 유족 특채 '불꽃 공방'…"고용세습" 논하자 "유족이 무슨 죄"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고용세습은 현대·기아차에 취업하려는 수 많은 청년 실업자들에게 극복할 수 없는 좌절감을 안긴다.” “과연 청년실업의 문제를 산재 유족에게 전가하는 것이 옳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근무 중 산재로 숨진 노동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토록 한 현대·기아차 단체협상 조항의 합법 여부를 놓고 1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공개변론을 진행한 가운데, 현대·기아차와 산재 유족 측은 각각 이같이 주장하며 첨예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산재 유족을 특별채용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인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산재 유족 측은 “산업재해는 한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 사회 기본 단위인 가정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며 “산재 예방과 유족 보호의 책임은 1차적으로 국가에 있지만 현실은 국가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나마 소수 사업장은 단체협약을 통해 유족에 대한 보호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원심은 이마저 무효라 선언하며 산재 유족에 대한 보호장치를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반면 현대·기아차 측은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노동법의 정신 외에도 청년 실업자가 제기하는 공정성의 문제, 기업이 추구하는 채용의 자유를 중시하는 헌법과 민법의 정신도 함께 고려하면 고용세습은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며 “일자리 문제는 노동조합과 회사가 합의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대기업 일자리 문제 공적 영역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 필요한 시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현대기아차 ‘산재 사망 근로자 유족 특채’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권오성 “손목 비틀어 단협했나?”…김선수 “왜 유족에 비난”사회적 측면에서 양측의 주장 모두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는 만큼, 참고인들은 물론 대법관들 역시 뚜렷한 입장차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산재 유족 측 참고인으로 나선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으며 눈길을 끌었다. 권 교수는 “단체협약의 개별조항은 다른 조항들과의 유기적 관계에서 포괄적으로 합의된 것으로 특정 조항을 무효화할 경우 당해 조항의 반대급부로 단체협약에 포함된 조항과의 대응관계가 무너지게 된다. 개별조항 무효화는 신중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특별채용 조항은 기업 스스로 약속한 것으로 손목을 비틀어 도장 찍게 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무효화가 채용의 자유를 침해할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또 권 교수는 “법상 단체협상은 2년이라는 기간이 있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섭 통해 조항을 빼고 새로운 단체협상을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이제 와 새삼 법원으로 재판 끌고 와 이것은 사회상규에 반하니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더군다나 세계적인 기업이 산재 유족을 상대로 기본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김선수 대법관 역시 질의응답 시간을 빌어 산재 유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김 대법관은 “산재 유족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무엇을 잘못 했길래 양질 일자리의 대물림이라느니,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적 특혜라느니 이런 비난을 왜 받아야 하는가”라며 “사랑하는 아버지가 가장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회사의 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고 이에 20년 이상 이어져 온 단체협상에 따라 특별채용을 요구했는데, 회사가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되물었다.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전경.(이데일리DB)◇고용세습 한 명에 지원자 740명 눈물…이기택 “구직자들 고려해야”반면 현대·기아차 측은 “단체협상 조항이 보호하려는 가치인 산재 유족에 대한 배려가 이로 인해 희생되는 청년 구직자들의 기회 균등 및 채용의 공정성이라는 가치가 더 무겁고 중하다”며 “굳이 다른 청년들의 채용기회를 박탈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실제로 산재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으로 이른바 고용세습의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현대·기아차 측은 “일례로 기아차의 경우 생산직 정기 공채에 74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해가 있었는데 당시 한 조합원 아버지가 야간 중식시간 체육 활동을 하던 중 상대편과 부딪혀 사망했다는 이유로 산재 유족이 특별채용된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이어 헌법재판소가 군(軍) 가산점 위헌 결정을 내렸을 당시 결정문 중 ‘제대군인에 대해 여러 가지 사회정책적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다른 집단에게 동등하게 보장돼야 할 균등한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부분을 인용하며 “산재 유족 보호 역시 다른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지원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기택 대법관도 이번 특별채용 합법 여부가 대다수의 구직자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나섰다.이 대법관은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에 관해 입주권을 받은 임차인이 도중에 자격을 잃어 임대인이 나가달라고 재판을 해 임차인을 보호하는 식으로 결론이 나면 따뜻한 판결이라고, 나가라고 하면 야박한 판결이라고들 할 수 있다”면서 “임차인이 나가지 않으면 정당하게 그 주택에 들어와 살 수 있는 다른 무주택 서민에게 돌아갈 권리를 부당하게 무자격자가 차지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역시 특별 채용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회사가 아닌 다른 구직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신중하게 검토 후 추후 판결 선고기일을 통지하겠다고 밝혔다.
- '고용세습' vs '약자 배려'…대법, '산재 유족 특채' 공개변론서 답 찾...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일까, 아니면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일까.대법원은 기아차에서 근무하다 업무상 재해로 숨진 A씨의 유가족들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오는 17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공개변론 열고, 이같은 쟁점을 놓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구한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이데일리DB)이번 공개변론을 앞두고 대법원은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한국노동법학회, 서울대 노동법연구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4개 단체에 관련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대법원에 제출된 의견서들은 기업 또는 노동자, 법리적 입장에서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됐다.먼저 대한변호사협회는 특별채용의 방식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변협은 “산재유족을 사실상 무조건 채용하는 방식인지 또는 사회·경제적 요인 및 회사의 귀책사유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의 가산점을 부여해 우대하는 방식인지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취업의 공정이나 채용에 있어서 기회의 균등에 현저하게 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살펴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기업과 노동자 측은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민주노총은 “이번 단체협약 규정은 노조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리에서 그 목적에 부합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일을 하다가 회사의 과실, 회사의 사업 활동에 내재된 위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직원에 대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기업의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채용의 공정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반면 경총은 “기업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며 우리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채용의 공정 내지 기회 균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산재유족 특별채용을 인정하다면 우리 사회에서 고용세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공개변론 당일에는 노동법 전문가인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이달휴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앞서 1985년 기아차에 입사한 A씨는 23년간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금형세척 업무를 맡다가, 2008년 현대차 남양연구소로 전출한 지 6개월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0년 사망했다.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고 공단은 1억8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유가족은 또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6급 이상 장애로 퇴직할 경우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단체협약 97조(우선 채용)를 근거로 자녀 중 한 명을 채용하고 안전배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 2억3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1·2심은 산재를 인정하며 손해배상금 1억800여만원을 배상하라면서도 단체협약 자체는 무효라고 판단해 자녀 특별채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의 고용계약 자유를 제한하고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가족은 특별채용 관련 단체협약은 오히려 기업의 채용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 [서초동 결정적장면]미성년자 성폭행범서 무죄로…진술 신빙성이 갈랐다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유포 등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사건으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최근이다. 이런 와중 미성년자 남학생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한 30대 여자 학원강사 A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 강사는 항소심 과정에서 반성문을 통해 “이 정도 장난쯤은 괜찮겠지라며 살았다. 격 없던 장난이 선을 넘으면 누군가에게 상처로도 남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평소 학원 학생들에게 종종 스킨십을 했던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항소심은 물론 대법원까지 1심의 선고를 깨고 무죄를 판단한 이유, 이번 주 서초동 결정적 장면이다.서울 모처 학원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피해 학생들의 구체적 진술…1심은 믿었다A씨는 2016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B군을 상대로 여러 차례 추행하고 또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어 2017년 당시 중학생이었던 C군을 또 다시 여러 차례 추행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A씨는 B군과 C군이 다니는 보습학원의 강사였다.통상 성범죄는 구체적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은 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는다. 이 사건 역시 두 남학생의 진술이 판결의 핵심 근거로 작용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는데, 1심은 이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상당히 높게 평가해 A씨가 유죄라고 봤다.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와 전후의 상황, A씨의 범행 방법 및 범행의 주요 부분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했다”며 “특히 피해자들의 연령을 감안 할 때 피해자들의 일부 진술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할 수 없는 세부적인 상황 묘사, 사건·사물·A씨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 A씨와 주고받은 상호작용,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구체적 진술 깨뜨린 진료기록다만 항소심에서는 “A씨 혐의가 반대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정반대의 판단의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B군의 진료기록이었다.B군이 처음으로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일시는 2016년 9월 9일 경으로 추정됐다. B군은 해바라기센터에서 “(9월에) 그냥 제가 학교를 가기 싫어 가지고. 이유는 없어요. 이제 학교를 안 간다고 하니까 다른 애들이 없잖아요. 그래서 선생님이 학원 내일 미리 일찍 가 있을 테니까 11시까지 오래요”라고 진술했다. 즉 학교를 결석한 그날, 아무도 없는 학원에서 범행이 벌어졌다는 취지였다.학교 출결현황 조사 결과 실제로 B군은 그해 9월 9일 결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문제는 결석 사유였다. 이유 없이 결석했다는 B군의 진술과 달리 당시 B군은 모 병원의 진료기록에 비춰 전날 다리를 다쳐 병원을 다녀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져 내린 결정적 대목이었다.같은 해 10월 말 벌어졌다는 두 번째 성폭행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구심을 가졌다.B군은 해바라기센터에서 “학교에서 수업 중 ‘조퇴하고 학원으로 오라’는 A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3, 4교시쯤 조퇴해 학원으로 갔고 학원에 있는 창고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는데, 법원의 사실조회 결과 그해 B군의 조퇴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반 학생은 ‘학생 수가 적어 선생님 몰래 조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서울 서초동 대법원.(이데일리DB)◇진술로 내려진 징역 10년, 진술로 무죄 ‘대반전’두 번의 성폭행에 대한 B군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지면서 B군에 대한 다른 여러 추행 주장 역시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B군이 해바라기센터에서 결석 사유를 착오해 잘못 진술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보더라도 앞서 본 B군의 부상정도에 비춰 첫 번째 성폭행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다리를 다친 상태였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할 때에도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거의 모든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과연 진실하게 신고한 것이 맞는지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B군에 대한 의심은 그 다음 해 벌어진 C군에 대한 여러 추행 주장에도 합리적 의심을 들게 했다.C군은 해바라기센터에서 ‘2018년 2월 B군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하던 중 서로 A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게 됐으며, 함께 의논하다가 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진술했던 터, 이번 사건의 신고 과정에서 B군과 C군 간 사전 논의가 이뤄졌었기 때문이다.재판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B군이 과연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는지 상당한 의심이 드는 이상, 피해자들이 서로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고민을 나누다가 학교에 알리게 된 것이 사실인지도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사건은 대법원 상고심에 이르렀지만, 대법원의 판단 역시 항소심과 다르지 않았다.대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되고 그 외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무죄 판단했다.
- 긴급체포 3년7개월 만 최서원 단죄…특검 "뇌물공여자 공소유지에 최선"(종합)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을 자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징역 18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2016년 11월 검찰에 긴급체포된 이후 3년 7개월여 만으로, 총 다섯 번에 걸친 법원의 판결 끝에 단죄가 마무리됐다.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및 공소유지를 이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은 최씨의 대법원 재상고심 확정 판결에 “합당한 처벌”이라며 이 부회장에 대한 공소유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서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다섯 번의 판결…징역 18년에 벌금 200억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재상고심에서 특검과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씨에게는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하고 63억3676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6000만원을 선고하고 1990만원의 추징과 뇌물로 받은 핸드백 2개에 대한 몰수를 명령했다.이번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을 합쳐 최씨와 안 전 수석의 판결은 총 다섯번에 걸쳐 이뤄졌다.앞서 1심에서는 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고 72억9427만원의 추징을 명령했고,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하고 4290만원의 추징과 몰수를 명령했다.이어 2심에서는 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하고 추징 70억5281만원을 명령했고, 안 전 수석에게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원을 선고하고 1990만원의 추징과 몰수를 명령했다. 다만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일부 강요 및 강요 미수 유죄 부분에 대해 강요죄에서의 협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해당 혐의를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이같은 취지를 받아들려 다소간 줄어든 형을 선고했다.◇직권남용에 뇌물까지 혐의 수두룩…일부 강요만 무죄최씨와 안 전 수석은 함께 공모한 혐의 7개를 비롯해 최씨와 안 전 수석이 별도로 받은 혐의 역시 각각 11개, 3개에 이른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 범행으로는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모금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한 것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롯데그룹·포스코그룹·KT·GKL·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 포레카 등을 상대로 직권을 남용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 금전적 지원 또는 계약을 강요한 혐의다.최씨의 경우 △사기미수 △증거인멸 교사 △삼성그룹과 GKL에 대한 영재센터 후원 관련 직권남용 및 강요 △삼성·롯데·SK그룹 관련 뇌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하나금융그룹 인사 개입 △미얀마 한인타운 건설에 개입, 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는다.또 안 전 수석은 △전경련과 케이스포츠재단 증거인멸 교사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비선 진료 관련 뇌물 등 별도의 혐의를 받았다.대법원은 전경련·현대차·롯데·포스코·KT·GKL·삼성 등에 대한 일부 강요 및 강요미수는 무죄로, 나머지는 모두 유죄로 봤다.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모습.(사진=연합뉴스)◇특검, 이재용 겨냥 “뇌물공여자 공소 유지 최선 다할 것”대법원 재상고심 판결 직후 특검은 입장문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을 언급하며 삼성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검은 “약 3년 7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특검 및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최씨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이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확정 판결의 취지에 따라 현재 파기환송심 계속 중인 이 부회장 등 뇌물공여자에 대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대검도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해 기업인의 승계작업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관련 사건들에 있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앞서 이 부회장 상고심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 승마 지원을 위한 말 3마리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해 뇌물액이 늘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었지만,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예단을 갖고 불공평한 재판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면서 현재 `개점 휴업` 상태다.마찬가지로 파기환송심 중인 박 전 대통령은 다음 달 10일 오후 2시 40분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총 징역 35년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