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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규제·불확실성 '한파'에 은행권 가계·기업대출 쪼그라들어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해 말 당국의 거시건전성 규제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의 가계와 기업 대출이 동시에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기타대출이 줄면서 9개월 만에 감소전환했고, 기업대출은 연말 계절성에 투자 수요 위축에 8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사진= 연합뉴스)◇가계대출 9개월만에 감소…주담대 증가세 넉달째 둔화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4000억원 감소했다. 주담대는 8000억원 늘었으나, 신용대출 등의 기타대출이 1조 1000억원 줄면서 소폭 감소 전환했다. 주담대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거래 감소 등으로 4개월 연속 증가폭이 축소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7월 4만 9000호로 정점을 찍고, △8월 4만 3000호 △9월 3만호 △10월 3만 8000호 △11월 3만 1000호로 감소흐름을 이어갔다.기타대출은 연말 상여금 유입,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감소 전환했다. 기타대출은 이같은 계절적 요인으로 통상 매년 12월 전월비 감소 전환하는 경향이 있으며, 올해 감소폭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작다. 2023년 12월에는 2조원, 2022년 12월엔 2조 9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하락 전환한 상황이고 거래량도 수도권 같은 경우 고점의 약 3분의 1 정도 수준이어서 당분간은 주택 관련 대출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경우도 성과 상여금, 명절 상여금 등으로 연초엔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는 감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박 팀장은 “은행들의 가계 대출 태도가 완화적으로 돌아서고 있고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 거래가 다시 활성화될 경우 가계 대출이 대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 한국은행)◇기업대출 11.5조원 감소…8년만에 최대폭으로 줄어 기업 대출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모두 줄면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은행권 전체 기업대출은 11조 5000억원 줄면서 전월(2조 2000억원 증가)대비 감소로 돌아섰다. 작년 4분기 내내 부진했던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12월에 크게 줄면서 분기 기준으로도 감소 전환했다. 기업대출이 4분기에 감소 전환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며, 12월 기업대출 감소폭 역시 8년 만에 최대다. 2016년 말에는 전반적으로 기업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조선·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기업대출이 크게 줄었다. 기업대출 역시 가계의 기타대출과 마찬가지로 12월에는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다. 기업들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주요 은행들의 자본비율 관리가 겹치면서다. 지난해 연말의 경우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은행권은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기업대출이 더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됐다. 박 팀장은 “수요(기업)와 공급(은행) 요인이 맞물리면서 기업대출이 감소했다”며 “일부 은행 같은 경우에는 자본 비율 관리를 위해서 위험 가중치가 다소 높은 기업 대출을 조금 타이트하게 운영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대출이 더 많이 줄었다. 은행권 중기 대출은 7조 1000억원, 대기업 대출은 4조 3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회사채는 기관들의 연말 결상 영향으로 순발행 규모가 3000억원으로 전월(7000억원)에 비해 축소됐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는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등으로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4조 4000억원 순상환됐다. 은행권 수신은 수시입출식예금을 중심으로 16조 5000억원 늘면서 증가세를 지속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자금예치와 가계의 상여금 유입 등으로 43조 5000억원 급증했다. 반면 정기예금은 대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은행들의 조달 유인이 낮아진 데다 지자체의 연말 재정집행자금 인출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21조원 줄며 감소 전환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 및 은행의 자금 인출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를 중심으로 23조 3000억원 줄었다. 주식형펀드와 기타펀드는 각각 5조 3000억원, 9조 2000억원 늘며 자금 유입이 확대됐으나, 채권형펀드는 11월 2조원 증가에서 12월 8조 7000억원 감소로 자금 흐름이 반전됐다.
- "어디에 투자할까"…변동성 커지자 파킹통장 등에 '뭉칫돈'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국고채 금리가 내리는(가격은 상승)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11월에 ‘파킹통장’ 등 수시입출식예금에 약 11조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처를 찾는 대기성 자금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사진= 챗GPT)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평잔)은 전월대비 11조4000억원 증가했다. 자산시장 변동성이 확대 등에 따라 투자대기성 자금이 들면서다. 작년 11월 국내 증시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와 국내 기업 실적 둔화 우려 등이 작용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고채 금리는 미 대선 이후 국내 경기 둔화 우려와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 등을 반영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이처럼 국내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는 호조를 보이고, 정기예·적금으로의 자금 쏠림도 잦아들었다. 한은 관계쟈는 “일부 은행들은 대기성자금 유치를 위해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상품을 확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파킹통장은 연 3%대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2년미만금융채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발행여건 개선에 따라 5조 5000억원 늘며 전월(3조 4000억원 증가)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단기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및 표지어음 등 시장형 상품은 2조 7000억원 줄며 전월(9000억원)대비 감소 전환했다. 광의통화(M2)평잔(계절조정계열 기준)은 4143조원으로 전월대비 32조 3000억원(0.8%) 늘었다. M2 평잔은 지난해 4월에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4000조원을 돌파했다. M2는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금,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을 포함하는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정기예·적금,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시장형 상품,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을 더한 것이다.경제 주체별로 M2의 변동을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및 정기예적금 중심으로 10조 6000억원 늘었다. 기업과 기타금융기관은 각각 5조 3000억원 15조 8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부문은 7조 5000억원 감소했다. M1 평잔(계절조정계열 기준)은 1248조 9000억원으로,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1.2% 증가했다. 금융기관유동성(Lf)평잔은 5646조 9000억원으로 0.8% 늘었고, 광의유동성(L) 월말 잔액은 7094조 2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0.7% 증가했다.
- 노동시장 경직성 풀어 일자리 해결…재정은 복지보다 '생산성' 집중해야
-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국가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개인이나 가계 차원에서 보면 소득이 정체해 앞으로 지금 누리는 생활 수준보다 더 나아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잠재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시적인 불경기가 아닌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하고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확장적인 재정정책이나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말 그대로 경기안정화 정책이지 경제의 장기 성장 능력, 즉 기초체력을 개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상을 당했거나 나이가 든 선수에게 진통제를 단기 처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상황에서의 단기적인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만 자극할 수 있다. 저출생 문제의 해결과 생산성 향상이 가장 시급하다. 정책 대안의 패러다임을 한국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재정을 장기적 경제 체질 강화에 활용하려는 전환이 필요하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잠재성장률 하락 가장 큰 이유는 저출생…사회 구조 관점서 접근해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저출생·고령화다. 노동은 잠재성장률의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고령화 속도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경제 활력 약화와 복지 부담은 잠재성장률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출생 문제는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해결이 가능하다. 즉, 인구감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초저출생을 가지고 온 지금의 사회구조가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경제적 기회 즉 일자리 부족 △낮은 성장률 △높은 비용(육아비용·교육비·주거비) 등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늘리려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것은 기업의 혁신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지원하고 투자환경이 조성되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렵다. 또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없애는 노동개혁도 수반돼야 한다.단기적으로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인식의 변화와 제도적인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단기적인 육아 휴직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아이를 키우는 게 쉬워질 수 있도록 학교 역할이나 돌봄이 확장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 노동력의 활용을 위해선 교육 시스템도 전업주부가 대부분이었던 1970년대식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일하는 ‘일하는 엄마’뿐 아니라 교사의 노동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해 학교에서의 돌봄 시간을 충분히 길게 운영하되 근무부담은 줄여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서울의 인구밀도를 분산하는 정책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장시간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돌봄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경쟁압력도 세고 주거비용부담이 높아 출산율이 낮다는 한은의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생산성 하락으로 투자도 감소…성장동력 확보에 재정 써야 다음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다른 선진국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현상은 인구구조 변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같은 구조적 요인 외에도 총요소생산성 및 자본투자 증가세가 모두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자원을 활용하는 효율성과 기업들이 기계나 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속도가 모두 둔화되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오랜 기간 유례없이 높은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생산성의 성장률이 다른 국가보다 높게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은행(WB) 연구진과 함께 분석했던 ‘이노베이트 코리아(Innovative Korea)’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생산성 성장률은 빠르게 하락해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생산성은 자본의 수익률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자본 투자 증가세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따라서 잠재성장률 문제는 결국 생산성 증가율을 회복하느냐로 귀결된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초기에는 현금 지급 등 단기적인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썼지만, 팬데믹이 진정된 이후에는 장기적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재정이 역할을 했다. 인프라 투자법, 반도체 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이 그 예다. 우리나라 역시 단기적 소비 지출이나 복지 확대보다 생산성 향상 등 성장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투자에 우선 사용해야 하며, 저성장 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혁신기업 육성과 기업투자 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자본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성 향상이 획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성장 잠재력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전망치와 잠재성장률에 대한 각 요소의 기여도. (자료= 한국은행)
- 美 상무부, AI 반도체 추가 수출통제…엔비디아 “정부 과잉개입”(종합)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뉴욕=김상윤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신규 수출 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으로 직접 가는 AI 반도체를 차단하는 기존 수출 통제를 넘어서 중국이 동남아, 중동 등의 제3국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AI 역량을 키우거나, 제3국이 보유한 미국산 AI 반도체를 수입하는 등의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단, 한국 등 동맹국에는 제한 없이 판매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할당량 넘어선 AI칩 수출 금지…韓 등 동맹국은 예외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산 AI 칩과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를 전 세계로 확대하고 수출과 재수출, 국가 내 이전 등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120일간 업계 및 다른 국가들과 협의한 후 1년 후에 시행될 예정이다. 20일 시작하는 트럼프2기 행정부에서 일부 수정이 될 여지를 남긴 것이다.상무부는 국가별로 수출 상한 할당량을 지정해 할당량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AI 칩의 수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을 포함한 약 20개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 대해서는 미국 기술이 포함된 AI용 반도체 판매에 제약을 두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예외 적용대상에 포함됐고,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수출통제 예외 대상이다. 본사가 이들 국가에 위치하며, 높은 보안 및 신뢰 기준을 충족한 단체(기업)들에 ‘보편적으로 검증된 최종사용자(UVEU)’ 지위를 부여한다고 상무부는 밝혔다.UVEU 지위를 얻은 단체는 AI반도체를 세계 어느국가에도 배치할 수 있다.반면 중국과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20여개 ‘우려국가’에 대해서는 기존의 AI칩 수출 통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폐쇄형 AI 모델이 이들 국가로 이전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새롭게 추가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미국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은 물론 첨단 기술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기존 중국에 대한 고(高)사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더해 중국이 제3국이 보유한 미국산 AI 반도체를 수입하는 등의 ‘우회로’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첨단 칩에 대한 중국의 접근성을 저해하고, 새로운 가드레일을 추가함으로써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4년간의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번 정책은 AI와 관련된 국가 안보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의 기술 혁신이나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억제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번 조치로 우리의 국제 파트너와 산업계에 더 큰 명확성을 제공하면서 미국의 첨단 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악의적인 행위자의 안보 위험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또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700개(약 5000만∼6000만달러 상당)까지는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고 국가별 판매 한도에도 산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주로 대학교, 의료기관, 연구기관 등에서 AI 반도체를 사용할 때 구입 절차를 간소하게 해주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엔비디아 “정부 과잉개입” 중국 “무역질서 심각히 훼손”이번 조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엔비디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엔비디아의 대관담당 부사장인 네드 핀클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시장 결과를 조작하고 경쟁을 억압함으로써 미국이 어렵게 얻은 기술적 이점을 낭비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미국은 혁신과 경쟁, 그리고 전 세계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승리하는 것이지, 정부의 과잉개입이라는 벽 뒤에 숨어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다”고 비난했다.중국도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해 국가 간의 정상적인 경제 및 무역 교류를 심각하게 방해하고 시장 규칙과 국제 경제 및 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해 글로벌 과학 및 기술 혁신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은 자국의 권익을 단호히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밝혔다.
- 美 상무부, AI 반도체 신규 수출통제정책…한국은 제외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등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단, 한국 등 동맹국에는 제한 없이 판매한다고 단서를 달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사진= AFP)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산 AI 칩과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를 전 세계로 확대하고 수출과 재수출, 국가 내 이전 등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국가별로 수출 상한 할당량을 지정해 할당량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AI 칩의 수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약 20개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 대해서는 미국 기술이 포함된 AI용 반도체 판매에 제약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예외 적용대상에 포함됐고,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수출통제 예외 대상이다. 사실상 이번 조치가 미국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 이유다.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은 물론 첨단 기술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또 기존 중국에 대한 고(高)사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더해 중국이 제3국이 보유한 미국산 AI 반도체를 수입하는 등의 ‘우회로’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첨단 칩에 대한 중국의 접근성을 저해하고, 새로운 가드레일을 추가함으로써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4년간의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상무부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20여개 ‘우려국가’에 대해서는 기존의 AI칩 수출 통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폐쇄형 AI 모델이 이들 국가로 이전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새롭게 추가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번 정책은 AI와 관련된 국가 안보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의 기술 혁신이나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억제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번 조치로 우리의 국제 파트너와 산업계에 더 큰 명확성을 제공하면서 미국의 첨단 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악의적인 행위자의 안보 위험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무부는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700개(약 5000만∼6000만달러 상당)까지는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고 국가별 판매 한도에도 산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주로 대학교, 의료기관, 연구기관 등에서 AI 반도체를 사용할 때 구입 절차를 간소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 경제심리지수, 계엄사태 이후 처음으로 장기평균 웃돌아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강하했던 경제심리지수가 처음으로 장기평균을 웃돌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줄탄핵’ 리스크가 없어지고, 트럼프 신정부 관세 정책이 당초 예상보다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경제 안정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취재단)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뉴스를 통해 국민의 경제 심리를 측정하는 뉴스심리지수(NSI)는 지난 7일 101.21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장기평균인 100을 넘어섰다. 이후 가장 최신 지수인 12일까지 100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NSI는 한은이 국내 50여개 언론사의 경제 기사 표본 문장을 매일 1만개씩 추출해 인공지능(AI)을 통해 긍정·부정·중립 감정을 분류하고 각 문장 수 차이를 계산해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이를 넘으면 과거 평균(2005~2024년)보다 심리가 낙관적인 것으로, 밑돌면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자료= 한국은행)NSI는 한은의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소비자와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주요 공식 통계에 유의미하게 선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속보성과 일별 심리지수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인 반면, 일별 지수가 집계되는 만큼 당시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감안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 한은측 설명이다. 실제로 NSI는 비상계엄과 제주항공 참사 이후 급강하하며 소비 심리 냉각을 보여줬다. 지난달 3일 92.74였던 NSI는 당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해제되자 4일엔 87.54로, 10일엔 77.08로 급락했다. 제주항공 참사 전후를 봐도 지난달 28일 91.12에서 29일 88.57, 30일 84.02, 31일 82.6으로 떨어졌다. 1월 둘째주에 접어들면서 NSI는 급상승하며 장기평균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과 정부의 설 명절 기간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1일 103.03까지 올랐다가 12일에는 101.22로 내려가면서 꼬리 끝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 이후 장기평균을 웃도는 흐름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한은은 이날부터 이용자 편의와 시의성을 높이기 위해 NSI 일별 지수 작성 기준과 공개일을 변경하기로 했다. 일별 지수의 경우 기존에는 발표일 직전 7일간의 뉴스 기사를 통합해 작성했으나, 이날부터는 해당일 포함 최근 7일간의 뉴스기사를 분석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발표일은 매주 화요일에서 월요일로 하루 당겨진다.
- '역대급' 경상수지 7개월 연속 흑자…高환율 수출에 유리할까(종합)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90억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연간 900억달러라는 ‘역대급’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다만,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비(比) 정보통신(IT) 품목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수출이 둔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특히 올해는 미국 신 행정부의 정책 변화와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 등이 수출과 수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큰 변수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사진= 연합뉴스)◇‘수출 견인’ 반도체 힘 떨어져…車·화학은 마이너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93억달러(약 13조 5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수입과 배당 지급이 증가하면서 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가, 5월에 흑자 전환한 이후 7개월째 흑자행진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97억 5000만달러 흑자로 전월(81억 2000만달러)에 비해 규모가 늘었다. 수출은 571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30억달러가량 줄었으나 수입(473억 5000만달러)이 약 46억달러 줄면서 상품수지는 확대됐다.수출(571억달러)은 전년동기대비로는 1.2% 늘었다. 전년대비 증가세는 2022년 10월 이후 1년 2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증가율은 전월(4.0%)이나 지난해 같은달(6.7%)에 비해 낮아졌다. 품목 중에서는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29.8%)와 정보통신기기(8.5%) 등 IT 품목이 전년동기대비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 성장을 견인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다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월(39.8,%)과 지난해 연간(43.9%)에 비해 낮아 향후 수출 둔화세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비 IT 품목의 부진도 이어졌다. 석유제품(-18.6%)·승용차(-14.1%)·기계류 및 정밀기기(-12.5%) 등의 수출이 줄었다. 석유제품의 경우 9월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승용차는 10월부터 11월 초까지 주요 부품업체 파업으로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가운데 전기차 수요 부진의 영향도 있었다고 한은측은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20억 9000만달러 적자로 전월(-17억 3000만달러)에 비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가 7억 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0월(-4억 80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는데, 중국 국경절 연휴 효과 등이 사라지면서 국내 여행객이 줄어든 탓으로 분석됐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19억 4000만달러로 10월(34억 5000만달러)보다 줄었다. 분기 배당 지급 등으로 배당소득 수지 흑자가 전월 24억 9000만달러에서 6억달러로 큰 폭 감소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역대 세번째…문제는 올해 작년 1∼11월 누적 경상수지는 835억 4000만달러 흑자로, 2023년 같은 기간(280억 7000만달러)의 3배에 달한다. 한은의 지난해 연간 전망치인 900억달러에서 64억6000만달러가 모자란다. 마지막 달인 12월 통관 기준 수출 실적이 11월보다 높게 집계돼 전망치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12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상당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흑자 규모는 조사국 전망치 9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예상대로라면 2023년 경상수지 흑자는 2015년(1051억 2000만달러), 2016년 (979억 2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가 된다. 문제는 올해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편 관세 부과와 미·중 무역 갈등 심화가 예상되고 있어 수출을 비롯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산 저가 반도체 등과의 경쟁으로 반도체 수출의 구조적인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1400원 중후반대로 레벨을 높인 원·달러 환율이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예단하기 어렵다. 송 부장은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전통적인 시각이었으나, 최근에는 생산시설 해외 이전 등으로 수출의 환율 탄력성이 과거보다는 약화됐다는 분석도 있다”면서 “환율 변동 자체보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변화 등을 더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수요 위축과 더불어 해당 지역과 연계성이 높은 한국의 자동차, IT, 철강 업종 피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