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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물가·금리 3高 쓰나미 다시 온다"…韓, 내수·수출 모두 흔들[환율 1400원 시대②]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고환율이 촉발한 ‘3고(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하고 금리인하기에 접어들었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우리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촉발한 달러 강세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외환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감세, 고관세,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것은 물론 통상 비용을 증가시켜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향후 물가와 내외금리차 전망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역시 제약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환율 상단 1500원까지 열어둬야…고개 드는 물가1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유로, 파운드, 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의 지난주 종가는 106.41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초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원·달러 환율은 1399원대에서 거래를 마쳤고, 달러·엔은 155.51원, 달러·위안은 7.186위안을 각각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달러 환율 상단을 단기적으로 1450원까지 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1450원까지는 열어놔야 한다. 며칠 사이에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며 “이걸 막기 위해선 (외환)당국이 달러를 계속 풀거나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결국 환율이 올라가는 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우리뿐 아니라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 통화가 다 약세인 국면”이라면서도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1450원을 상단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트레이드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연말까지는 1430원, 내년 1분기에는 1450원을 상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당 1500원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달러·위안 환율이 7.3위안을 뚫는다면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며 “1500원도 갈 수 있다. 1500원이 넘어가면 100원 단위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세돈 명예교수는 “현 상황에서 3개월 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면 1500원도 장담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환율 불안이 증시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한다면 국내 물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미 지난달 수입 물가가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10월 수출입물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2.2% 오르며, 올해 4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수입 물가는 통상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 금리인하도 제한…“수출 둔화 우려에 내수 회복도 꺾일라”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은 지난달 38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방향 전환)을 결정한 한은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큰 변수다. 환율은 다시 통화정책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고, 둔화 기조를 확신했던 물가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이지만 수출 둔화 우려에 성장률 방어를 위해선 내수 경기 진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시장 컨센서스와 한은의 최신 전망치를 모두 밑도는 부진한 성장률의 주요 원인으로는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점이 꼽혔다. 수출 가격은 전망치에 부합했으나 물량이 다소 부진했다는 것인데, 일회성·단기적 원인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발간한 ‘2024년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는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이 반년 만에 사라졌다. 수출 중심의 지속적인 경기 회복 흐름 속 내수 회복세를 예상했던 정부의 경기 낙관론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되면서 내수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환율이 오르는 것이 수출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미국 정책 변화로 수출이 나아지기 힘들다”며 “절대적으로 어느 쪽이 맞다고 하기보단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와 같은 3고 시대가 다시 오진 않겠지만 그 압력들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물가는 원래보다 덜 떨어지고, 연준도 정책금리를 덜 낮출 것 같고, 중장기적으론 달러 약세로 가겠지만 간헐적으로 강세 흐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시장이나 국민들의 우려와 달리 정부와 한은 모두 현 상황이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GDP 대비 수출은 1분기를 정점으로 꺾였고. 통관기준 수출 역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환율 급등은 트럼프발 정책 리스크의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 경기를 비롯한 국내 성장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 역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경기 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트럼프 리스크도 기회도 있다…조선업 협력 극대화 고민할 때"[만났습니다]①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우리는 트럼프 리스크(위험 요소)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있으면 트럼프 오퍼튜니티(Opportunity)도 고민해 봐야 한다. 위기를 예상하고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다. 동시에 트럼프 2기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국제 경제통’으로 꼽히는 전광우(사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세계경제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번째 임기를 맞아 위기를 잘 분석해 대응하는 한편,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기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편 관세 부과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우리나라에 부담이 되는 이슈가 많지만, 기회 요인도 병존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전 이사장은 “외신에서 더 주목하는 부분인데 미국이 우리 조선업 역량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제법 오래된 이야기”라며 “미 군사력의 약한 고리가 해군이다. 2차 대전 이후 군함을 비롯한 장비들이 많이 노후되면서 신규 건조는 물론 유지·보수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한 이슈이긴 하다”면서도, 분담금을 더 내는 대신 핵 방어력을 대폭 증강시키거나 안보를 더 굳건하게 하는 등 우리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중국에 대한 고액 관세 부과 등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중간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품질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와 북반구 저위도 국가들)와 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적극적으로 다각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 이사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에 투자를 안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채찍’ 방식으로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려는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해당 기업의 존립이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선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줄고 고용도 감소하면서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나 고사양 반도체 제조와 같은 핵심·미래 기술 관련 설비를 해외에 두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국내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점은 기업의 장기 경쟁력 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다음은 전광우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트럼프 2기를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 증가를 비롯해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우리가 트럼프 리스크만 이야기하지만 항상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있으면 트럼프 오퍼튜니티(Opportunity)도 고민해봐야 한다. 위기를 예상하고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위기상황 겪을 때마다 느끼는 게 새로운 기회도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비교우위를 활용해서 국익증진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에서 주목하고 우리 조선업 역량이라든가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 또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무조건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득실을 잘 따져볼 수 있다. 핵 방어력을 대폭 증강시킨다거나 안보를 강화시킬 수 있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경우 예컨대 트럼프 당선인의 면을 살려주면서 우리가 다른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민감한 이슈다. 다만 우리가 증액을 할 여력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같은 것들이 다 패키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1기를 생각해보면 우방국이나 동맹국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해 봐야 한다. 조선업 협력도 이야기했지만 원전 수출 관련해서도 미국 쪽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경제와 안보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내는 방법 고민해 볼 필요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엔 예고된 미·중 무역전쟁에 대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의 경우 2가지 걱정이 된다. 직접적으로 우리 제품에 관세가 더 부과되면서 충격이 오는 것이 있고. 다른 하나는 중국을 통해서 간접적인 충격도 받는다. 지금 이야기 나오는 것처럼 미국이 중국에 60% 고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수출에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중국에 중간재 수출하는 부분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비하는 방법은 품질경쟁력과 다각화다.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 유럽 등 수출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분산해서 다각화해야 한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트럼프1기를 경험했기에 2기 때는 중국도 대응 수단을 더 준비하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 않을까. 그냥 얻어맞고만 있는 입장은 아니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미국 포함 서방국가들에 희토류나 핵심 광물 수출 제한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금융시장과 관련해선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갖고 있으니 이를 팔 수도 있다. 물론 일부 투자은행(IB)들은 60% 관세 그대로 맞으면 중국 성장률 반토막 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고, 당연히 충격은 있을 것이다. 특히 이미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같은 충격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60% 관세 부과를 실제로 시행할까. △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해온 이야기도 있고,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도 그렇다. 그러나 만일 시행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되긴 어려울 것 같다. 전문가들의 경고가 초관세를 매기면 그 피해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것이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미국 내 물가 다시 오르고 소비가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대중 강경 노선은 미 국민들이 원하고 있어서 어떤 형태로든 가겠지만 미국에 유익한 거래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협상도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 반영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환율 1400원대 시대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가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 환율은 상대적인 가격인데, 이미 ‘나홀로 호황’ 보이는 미국 경제를 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달러 가치 상대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또 고관세 충격은 중국이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텐데 중국 경기 위축 심화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 가치도 떨어지면서 환율 고공행진 상당 기간 갈 수 있다. 12월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인하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환율 상승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아주 오래전처럼 환율이 우리가 약세로 돌아서면 수출경쟁력 올라가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 수출이 예전처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품질 경쟁력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여전히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제 전체에 어떤 효과를 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는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겠지만, 부담이 되는 측면과 일부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모두 있다고 본다.-우리 기업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미국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까. △딜레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으로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당근’ 정책을 썼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안 들어오면 불이익을 주겠다면서 ‘채찍’으로 미국 내 투자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이 채찍 때문에 부득불 미국 투자를 늘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가 준다. 그러면 국내 고용도 감소하면서 문제가 된다. 우리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보면 국내 투자가 증가하면서 고용이 늘고 소득이 올라가면서 소비도 되는 경제 활성화 선순환 이뤄진다. 그런데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나 미국 내 투자를 강제하는 정책의 여파로 생산시설이나 신규투자를 미국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회사 존립이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SK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하면 ‘용인에 AI 관련 클러스터를 만들 여력이 남아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대 경영·경제학 석사, 경영학 박사 △미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미경제학회 사무총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현)
- 대출규제 '약발'에 은행권 가계빚 증가세 두달째 감소…"연말까지 둔화세 지속"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전월에 비해 3조 9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3조 6000억원 증가했으며, 기타대출은 한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9월에 이어 두달 연속 주담대를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 금융권 대출은 6조원대로 늘며 전월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제2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인데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 연합뉴스)◇가계빚 증가폭 9개월만에 3조원대…아파트 거래량 감소세 지속 1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4년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3조 9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가 3조 6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 등의 기타대출은 3000억원 늘며 한달 만에 소폭 증가 전환했다.주담대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도권 주택거래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주담대 증가폭은 올해 3월(5000억원) 이후 최소였으며, 전체 가계대출은 올해 1월(3조 3000억원) 이후 처음으로 3조원대 증가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월 3만 9000호, 6월 4만 4000호, 7월 4만 8000호. 8월 4만 2000호로 증가세를 지속하다 9월에는 3만호로 크게 떨어졌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5월 이후 넉달 만에 처음으로 1만호 대로 감소했다.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반적으로 주택 관련 대출이 계속 줄고 있다”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이후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와 거래량 감소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더해 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2~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추세와 연동되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줄고 있고, 은행권 대출 한도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가계부채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은측 전망이다. 기타대출은 한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전월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가 소멸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증가폭(3000억원) 자체는 크지 않았다.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추이와 아파트 매매 거래량 추이. (자료= 한국은행)◇제2금융권 대출은 급증…‘풍선 효과’우려엔 “경계감 갖고 주시”은행권 가계대출이 대출 규제 등 당국의 거시건전성 강화 조치로 감소한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늘면서 10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6조 6000억원)은 전월(5조 3000억원)에 비해 다시 확대됐다. 박 차장은 “10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다소 확대되긴 했지만 일시적 반등이고,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당시에도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주담대가 8월에 고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 줄고 있어서 전반적인 둔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계대출이 증가폭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은 맞다”면서 “제2금융권으로 일부 (대출) 수요 이동도 있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잘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기업대출 증가…은행권 수신 증가세 지속10월 기업 대출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모두 늘면서 증가폭이 상당폭 확대됐다. 은행권 전체 기업대출은 8조 1000억원 증가하며 전월(4조 3000억원)의 2배에 달했다. 중소기업대출은 9월 3조 5000억원에서 10월 5조 3000억원으로, 대기업대출은 8000억원에서 2조 900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부가가치세 납부(10월25일)와 시설자금 수요 등이 있었고. 대기업은 분기말 일시상환분이 재취급되면서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회사채는 기관들의 양호한 투자수요, 일부 기업의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7개월 만에 순발행 전환됐다. 지난달 순발행 규모는 6000억원이었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 일부 공기업을 중심으로 1조 5000억원 순상환 전환했다. 은행권 수신은 정기예금을 위주로 8조 4000억원 늘면서 증가 흐름을 지속했다. 정기예금은 은행의 규제비율 관리를 위한 예금유치 노력과 지자체 자금 일시 예치 등으로 증가폭이 14조4000억원으로 전월(6조 3000억원)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수시입출식예금은 12조 5000억원 줄었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유입됐던 자금 유출과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상당폭 감소 전환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펀드를 중심으로 29조 6000억원 급증하며 전월 14조 6000억원 감소에서 큰 폭 증가 전환했다. MMF는 분기말 유출 자금이 재유입되면서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채권형펀드(5조 6000억원)를 비롯해 주식형펀드(1조 3000억원)와 기타펀드(4조 8000억원) 등으로 모두 자금이 유입됐다.
- 해외 IB "트럼프 당선에 美 금리인하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제약될 것으로 분석했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25bp(1bp= 0.01%포인트) 인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내년 1월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다. (사진= AFP)국제금융센터는 8일 발간한 ‘미국 연준 11월 FOMC 회의 결과 및 평가’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확정 이후 상당수 IB들은 정책 불확실성 고조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전망 등을 반영해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다소 축소했다”고 전했다. 주요 IB들은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2.8%로 호조를 보이고 있고, 고용 여건 역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실업률은 4.1%로 낮은 수준이며, 10월 비농업 고용 부진은 허리케인과 보잉 파업 등의 일시적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우려는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도이치뱅크는 “예상보다 느린 주거비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와 견조한 소비 지출 등에 따른 임금 상승 압력 등으로 서비스 인플레이션의 하방경직성이 재개될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관세 부과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해소될 때까지 연준의 정책 결정이 보류될 것”이라며 “내년 금리 인하폭 전망을 100bp에서 25bp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시나리오로 연준이 12월 25bp 인하 후, 내년 상반기 4회 연속 25bp씩 추가 인하를 단행해 6월에 최종금리(3.25~3.5%)에 도달하는 상황을 제시했으나, ‘경제 여건’에 따라 한 차례 올리면 다음에는 동결하는 격회 금리인하(every other meeting pace)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자료= 국제금융센터)윤인구 국금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트럼프 2기가 상하원 우위와 함께 개시될 경우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수요가 자극되고, 관세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어 기존 예상 대비 금리 인하 폭이 축소되고 완화도 조기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격적 재정정책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를 촉진해 금융 여건 긴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 미국의 상황이 트럼프1기 행정부 때에 비교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등 정책 수단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10개 IB들 중 9곳이 다음달(12월) 25bp 인하를 전망한 가운데, 최종 금리 도달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6월이 4곳으로 가장 많았고 9월 1곳, 12월 2곳, 2026년이 3곳이었다.
- 트럼프 당선 확정에 결국 1400원 뚫은 환율…더 오를까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재돌파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조기 개표 결과가 나온 후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아들 배런 트럼프,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옆에서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8시 20분쯤 1400원 선을 뚫었다. 환율이 장중 1400원대를 넘은 것은 지난 4월 16일 이후 7개월 만이다. 밤 10시 10분 기준으로도 1403.65원에 거래되며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앞서 정규장(오후 3시 30분) 마감 시점에는 전 거래일 종가(1378.6원)보다 17.6원 오른 1396.2원에서 마감했다. 낮 12시쯤에는 1399.7원까지 오르면서 1400원 선을 위협했으나, 이내 다시 내려가면서 종일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였다. 외환당국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으나 당국 개입 경계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을 돌파한 것은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이다. 이날 오후 7시를 넘어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달러가 급격히 강세를 보였다. 6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오전 4시 47분 기준 미 대선 현황에 따르면 트럼프는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수인 276명을 확보했으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캐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인단은 219명이다.미국은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 된 셈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경합주 7곳 중 4곳에서 승리했으며, 현재시간 기준으로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등 남은 경합주에서도 우세를 보이고 있다.이에 서울 외환시장은 트럼프 당선 재료를 반영하며 1400원 선을 뚫었다. 달러 약세로 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반(反) 이민 정책과 관세 부과 방침은 달러 강세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1기 당시를 봐도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자료= 블룸버그, KB증권)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트럼프 정책의 핵심은 ‘미국으로의 투자’인데, 이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미국 기업들에 혜택을 주고 관세 인상을 통해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미국으로의 투자를 계속하는 정책이 유지된다면 달러 강세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이 완전히 확정되면 달러 강세가 다소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시장은 원래 선(先)반영하는 속성이 있는데, 트럼프 2기 리스크를 어느 정도 미리 반영하고 싶어한 측면이 있다”며 “실제 정책이 어떻게 시행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환율이 계속 상승하기 보단 직후에 고점을 찍고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앞서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날 정규장 중에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은 항상 준비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대한 외환 시장 대응 시나리오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46년 6월 14일생으로,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 20일 기준으로는 만 78세다. 현재 최고령 대통령은 2021년 같은 날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도 만 78세였다. 그는 미 역사상 두 번째로 첫 임기 후 밀려났다가 재선에 성공한 ‘징검다리 집권’ 대통령이 된다. 그 전에는 제 22대(1884년 당선)·24대 대통령(1892년 당선)을 역임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유일한 사례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고 유죄 평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기도 하다.6일 원·달러 환율 추이. (사진= 엠피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