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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저→기업실적 개선→투자확대…日경제 선순환 진입 문턱
- [이데일리 방성훈 장영은 기자] “일본 증시가 3만 3000선을 넘어선 것을 보고 과거처럼 거품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펀더멘털에서 나오는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지요. 일시적 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일본 경제가 자신감을 되찾았다. 증시는 1990년 3월 이후 약 33년 만에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 1분기 예상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디플레이션 원인으로 지목됐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4월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은행(BOJ) 목표치(2%)를 넘어섰다. 올해도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에 힘입은 기업실적 개선이 일본 경제를 밀어 올리고 있다면서 “증시 상승을 기회로 삼아 ‘경제 체질을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사진=AFP)◇“엔저 힘입어 日기업 실적개선…투자·소비 살아나”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엔저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난 이후엔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저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코로나19 등의 역풍을 상쇄하고 기업들의 실적 증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는 상황에서도 BOJ는 완화 정책을 유지해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전 110엔대에 머물렀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 16일 현재 141.88엔을 기록했다. 엔저는 기업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해외에서 달러화로 벌어들인 수익을 엔화로 환산하면서 장부상 이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탄탄한 펀터멘털도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혔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일본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다. 증시가 갑자기 호황이라고 해서 경제가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다. 꾸준히 경쟁력을 회복해온 것”이라며 “일본은 경제 펀더멘털이 상당히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 지원 효과가 맞물려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래픽=김정훈 기자)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투자 확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엔저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30년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1분기 소비가 확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투자를 통해 성장활력을 재고하고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본 경제는 내수 비중이 워낙 커서 투자 회복은 긍정적 신호”라며 “좋은 분위기로 반전된 것이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실제 올해 1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수정치)은 전기대비 0.7%, 연율 2.7%를 기록해 속보치(전기대비 0.4%, 연율 1.6% 증가)에서 크게 상향됐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0.5%)와 더불어 내수의 또 다른 기둥인 기업 설비투자가 1.4%로 속보치(0.9%) 대비 확대한 것이 GDP를 밀어 올렸다. 추가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일본 기업들의 내부유보금은 2022년말 기준 536조엔에 달한다. 미·중 갈등도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면서 마이크론, TSMC, 삼성전자 등이 일본 내 투자를 결정했고,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니, 덴소는 TSMC와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고 있고 소니는 인근에 신규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5월 일본 증시 강세장을 이끈 것도 반도체주다. 이지평 교수는 “일본 정부는 반도체 투자유치를 비롯해 산업계 전반의 투자 분위기를 살려 새로운 제조업 생태계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임금인상→소비촉진 주목…추세전환 여부 지켜봐야”예년보다 높은 임금인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금인상은 소비로 이어져 내수회복에 보탬이 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신년 연설에서 “올해 임금 인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 일본 경제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올해 춘투(매년 봄에 하는 일본의 임금 인상 투쟁)에서 가중평균 임금상승률이 3.67%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민간소비를 0.6%포인트, GDP를 0.4%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물가변동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연말엔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철구 교수는 “임금인상이 물가상승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고, 실질임금도 오르고 있고 앞으로 급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현재 일본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최근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추세적 전환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행이 과감하게 출구전략을 실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났다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추세로 봤을 때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손영환 전문위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일본 경제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해외 수요가 뒷받침이 돼야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이나 전기자동차 등 탈(脫)탄소로의 전환이 다른 국가들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은 여전히 주요 정책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인플레가 희망 됐다…'잃어버린 30년' 벗어나는 日
- [이데일리 방성훈 장영은 기자] 일본 경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엔저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이 물밀듯 밀려와 지갑을 열고 있고, 미·중 갈등으로 과거였다면 중국으로 갈 직·간접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수십년 간 본 적이 없었던 3%를 웃도는 물가는 일본 국민에게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곳은 주식시장이다. 닛케이지수는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 힘입어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3만 3706.08에 장을 마감해 199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6일 3만 3706.08에 장을 마감한 뒤 한 도쿄 시민이 종가가 적힌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니혼게이자이)미·중 갈등, 엔화 약세, 경기회복 기대, 기업실적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특히 5월 이후엔 반도체 투자열기가 강력한 상승 모멘텀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미·중 반도체 전쟁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글로벌 투자 열기를 일본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마이크론(5000억엔)과 삼성전자(300억엔)가 투자를 결정했고, TSMC는 일본에 추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마이크론에 2000억엔, TSMC에 4760억엔, 라피더스에 700억엔 등 막대한 보조금 지원도 서슴치 않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훈풍은 소니와 덴소 등 일본 기업들의 반도체 투자도 이끌어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증시 상승의 시발점은 4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지만, 5월 강세장은 주요 반도체주 폭등세가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경제지표에서도 부활 조짐이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7%를 기록해 속보치(0.4%)에서 상향조정됐다. 기업 설비투자(1.4%)가 속보치(0.9%) 대비 확대한 영향으로, 미국을 제외하면 주요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1분기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4월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3%대를 유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임금인상률(3.67%)이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도 소비 활성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아직 중국인 단체여행객이 없는데도 엔저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물밀듯 밀려오고 있다는 점도 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는 “최근의 일본 경제 호조세가 일시적은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증시가 3만 3000선을 넘었다고 이전처럼 거품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일본 경제가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내수와 함께 해외 수요가 뒷받침이 돼야 된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 어렵게 만난 미·중 외교 장관…"소통 지속해가자"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회담을 가졌다. 양국 간 갈등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외교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 부장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AFP)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외교부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쯤부터 회담을 진행했으며, 비공개 만찬을 이어가며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는 두 장관 외에 미국측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세라 베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 등이, 중국 측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화춘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양타오 외교부 북미대양주사(司) 사장 등 양측 각 8명씩 배석했다. 회담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양측은 미·중간의 갈등 고조에 따른 우발적 무력 충돌을 방지할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하고, 대만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충돌 방지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 후속협의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추진됐으나 올해 2월 이른바 중국측 ‘정찰 풍선’ 사태로 연기됐다.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으로 미·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우호적인 분위기였던 첫 정상회담 이후에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전략적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양국 간 갈등이 크게 완화되지 못했던 탓이다.전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는 양국의 기조에 변화가 없는 한 미·중 사이의 갈등 국면이 극적으로 전환되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의미가 있다.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자체가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이후 5년 만이고, 2021년 1월 바이든 정부 들어 최고위급이었다. 로이터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의 목적이 갈등 관리를 위한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을 시작으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지나 러먼도 상무부 장관 등이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으며, 향후 몇 개월 내에 더 많은 양자 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9일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등과 회담할 예정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7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미·중) 간 합법적 차이점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몇 달 내에 시진핑 주석을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