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서울 침투…또 대통령실 이전 논란[김관용의 軍界一學]

과거 靑 상공 중심으로 비행금지구역 설정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과정서 P-73 구역 축소
당시 수방사 "北 위협 여전, 축소 안된다" 보고
일각선 P-73 공역 줄여 탐지·대응 늦었다 지적
  • 등록 2023-01-08 오전 8:00:00

    수정 2023-01-08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현행 항공안전법은 비행제한구역과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휴전선 접경지역(P-518), 수도권(P-73),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P-65), 원자력발전소(P-61~64) 상공 등은 비행금지구역입니다. 이중 대통령 집무실과 국가 중요 시설이 밀집한 수도권 상공은 P-73 A(알파), P-73 B(브라보)로 구분했었습니다.

과거에는 P-73 A와 B 지역에선 국가중요행사나 군 작전 등 사전 허가를 받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비행장치도 비행이 금지됐습니다. 대통령 전용기 정도를 제외하면 B구역에 들어갈 경우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받을 수 있고, A구역에 들어가면 격추가 원칙입니다.

이와 함께 비행제한구역은 R-75라고 부릅니다. P-73 B 공역 외곽부터로 서울 상공 대부분이 이에 속합니다. 이곳에서의 비행은 수도방위사령관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합니다.

종로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 이전…P-73 B 사라져

그런데 윤석열 정부들어 이같은 비행제한구역과 비행금지구역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종로구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입니다. 기존에는 청와대를 기준으로 반경 3.7㎞는 P-73 A, 반경 8.3㎞는 P-73 B 구역이었습니다.

즉, 비행금지구역 P-73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수도방위사령부가 설정한 구역이라는 얘기입니다. 당연히 윤 대통령의 집무실이 이전하면서 이 P-73 A와 P-73 B 비행금지구역은 해제됐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 특정 지점을 기준으로 3.7㎞ 반경으로 재설정된 것입니다. 용산뿐만 아니라 서초·동작·중구 일부가 해당됩니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청사 전경 (출처=연합뉴스)
이러면서 사실상 P-73 B는 없어졌습니다. 기존 규정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비행금지구역이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면 P-73에 서울 마포구 하단부터 성동구 하단까지 한강 수역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김포공항을 오가는 국내 항공편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관악구 신림동, 구로 디지털단지 등을 거쳐 비행하기 때문입니다. 한강 이남 쪽 항공로를 이용해 중국에서 동남아로 가는 일부 국제항공편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비행금지구역 반경을 P-73 A 만큼만으로 축소한 이유입니다.

北 무인기 침투, P-73 축소 도마위…軍 “문제없어”

지난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까지 내려왔던 북한 무인기 사태로 이같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또 불거졌습니다. 완충구역 역할을 했던 P-73 B 지역이 사라져 대통령 경호와 서울 중요시설 방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작년 5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수도방위사령부가 ‘비행금지구역 P-73을 축소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수방사는 △북한 공중위협 대비를 위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적 공중위협이 감소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기존 P-73 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군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특히 P-73 구역을 줄이더라도 충분한 요격거리 확보를 위해선 최소 5.6㎞(3해리)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청사 이전 후 비행금지구역 변경 내용 (출처=연합뉴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기존 비행금지구역을 유지했다면 북한 무인기를 보다 멀리서 일찍 탐지해 대응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의 군은 P-73 축소가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 P-73 B 구역인 완충지대가 없어짐으로써 작전 수행 자체는 더 수월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작전을 제한하던 규정이 사라져 현장 요원들의 작전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현재 서울 상공에는 P-73보다 더 넓은 범위로 비행제한구역 R-75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미확인 비행체에 대해 경고방송을 하고 위협으로 판단되면 경고사격 또는 격추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 실패 지적에 대해 “비행금지구역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설정한 구역으로 군 관할 구역이고, 경호 구역은 말 그대로 대통령실 중심의 경호처가 관리하는 구역”이라면서 “물론 경호구역이 비행금지구역에 포함이 되지만,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온 것을 경호구역 침범으로 보는 건 야당의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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