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동전을 스무 번 던질 때, 매번 앞면이 나올 확률은 정확히 50%다. 그런데 만약 스무 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면 스물한 번째는 뒷면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른바 ‘도박사의 오류’다. 인류는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지만, 도박사의 오류 같은 논리적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다. 최근 난무하는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속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인간의 비합리적 실수를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 중국 공산당은 참새를 ‘부르주아의 상징’으로 여기고 박멸시켰다. 유일한 천적이던 참새가 없어지자 대륙에는 메뚜기 떼가 들끓었고, 1959년부터 3년 동안 대기근이 찾아왔다. 정저쉰 등 과학자들이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오쩌둥은 오히려 정저쉰이 ‘권위적 반동분자’라며 사상재교육과 강제노동형을 선고했다.
저자는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일어난 ‘논리적 흑역사’를 탐색한다. 19세기 미국 대륙횡단 철도사업 당시 뱀 기름을 만병통치약으로 팔아 억만장자가 된 판매원, 혐오의 생산자이자 범죄 용의자인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아이를 위해 ‘자연적이지 않은 것’을 거부한다며 백신을 반대하는 자연주의 양육자 등이다. 이를 통해 도박사의 오류부터 생존 편향, 허수아비 논증,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 기계적 중립 등 다양한 논리적 오류를 밝혀낸다.
저자는 과학의 기본 태도인 ‘비판적 사고방식’을 인류의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분석적 사고 훈련을 통해 계속해서 통념을 깨부수고 다시 정립해나간다면 우리는 거짓과 나쁜 정치가들의 선동, 사기꾼들의 속임수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류가 전진하기 위해선 새로운 지식 습득보다 과거의 오류를 수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