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화산업 행사로 지방 전시장 활용도 높여야" [MICE]

손수득 부산 벡스코 대표 인터뷰
지난해 1052건 행사 개최, 최대 실적
지방 센터 활성화 2~3년이 골든타임
특화산업 연계 전시·박람회 육성해야
센터 기능, 행사 개최 위한 시설 넘어
정보·제품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봐야
  • 등록 2024-09-25 오전 12:14:16

    수정 2024-09-25 오전 5:38:30

[부산=글·사진 이선우 기자]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마이스(MICE)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단연 ‘벡스코’(BEXCO)다. 항구도시 부산은 2001년 해운대구 우동에 벡스코가 들어서면서 서울의 뒤를 잇는 대한민국 제2의 마이스 도시로 올라섰다.

전국 18개 전시컨벤션센터 가운데 고양 킨텍스 다음으로 규모가 큰 대형 센터인 벡스코에서 지난해 열린 행사는 총 1052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지난 2022년 실적(992건)을 10% 가까이 상회하는 수치다. 개관 이래 가장 많은 행사가 열리면서 줄곧 50% 후반대를 유지해오던 1·2전시장 가동률은 사상 처음 60%를 넘어섰다. 1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건립비로 난항을 겪던 3전시장 건립도 예산 확보가 마무리돼 내년 착공한다.
이달 초 한국전시산업진흥회 18대 회장에 취임한 손수득 부산 벡스코 대표는 전시업계 현안으로 지방 전시컨벤션센터 활성화를 꼽았다. (사진=이선우 기자)
최근엔 대표가 한국전시산업진흥회 18대 회장에 선출되면서 전시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중책도 맡았다. 전국 전시컨벤션센터와 업종별 협회·단체, 전시 주최사(PEO)와 디자인·서비스 기업 등 전시업계를 이끄는 진흥회장직을 벡스코 대표가 맡는 건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무역·통상 전문가에서 전시장 대표로 변신한 지 2년 만에 전시산업진흥회장 직함까지 달게 된 손수득 벡스코 대표를 해운대구 센텀시티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뒤처진 전시산업

취임 1년 만에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비결에 대해 손 대표는 “코로나로 억눌렸던 행사 수요가 몰린 영향이 컸다”는 겸손한 답변에 이어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해 개발한 철도기술산업전, 수산엑스포, 드론쇼, 해양플랜트전시회 등 자체 주최·주관 행사가 뒤를 받쳐준 결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키워온 이른바 ‘내돈내산’ 행사들이 위기의 순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반전 카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기후산업국제박람회를 비롯해 이달 초 연 안전산업박람회, 11월 첫선을 보이는 국제아동도서전은 국내외 시장 트렌드와 지역 특화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새롭게 주최·주관을 맡은 행사들”이라고 귀띔했다.

진흥회장으로서 바라본 전시 업계 최대 현안으로는 지방 전시컨벤션센터 활성화를 꼽았다. 전시산업이 세계 10위권의 국가 경제 규모에 걸맞은 경쟁력과 파급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도 좀처럼 간격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대도시와 지방 센터 간 양극화에 있다고 봤다. 손 대표는 “거의 모든 지방 센터들이 부족한 행사 수요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신규 센터 개장으로 시설 공급이 늘어날 경우 유사 행사 난립과 과당 출혈 경쟁이 심해져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뒤 “신규 센터 개장까지 남은 앞으로 2~3년이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 센터 활성화의 가장 확실한 해법으로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전시·박람회 발굴, 육성을 꼽았다. 당장은 예산 지원을 통해 외부 행사를 유치하는 게 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시설 가동 수요를 확보하려면 지역에 뿌리를 둔 행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 대표는 “일회성 행사 유치도 지역이 지향하는 도시 브랜드, 전략 산업과의 연계성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며 “매년 벡스코에서 열리는 커피 박람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제 커피 박람회인 ‘월드오브커피 아시아’와 최고 권위의 바리스타 세계 대회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유치해 연 것도 ‘커피도시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손수득 부산 벡스코 대표 (사진=이선우 기자)
안정권 접어든 행사도 변화·혁신 추구해야

2022년 벡스코 대표에 선임되기 직전까지 33년간 코트라(KOTRA)에 몸담은 손 대표는 대표적인 지독파(知獨派) 인물로 손꼽힌다.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프랑크푸르트, 뮌헨, 함부르크 등 독일 주요 도시 해외 무역관에서 근무했다. 그가 지방 전시컨벤션센터 활성화에 필요한 검증된 해법을 독일 사례에서 찾게 된 배경이다.

손 대표는 “독일이 전시산업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건 각 도시마다 지역 현실과 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꾸준히 자본과 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대형 센터인 코엑스, 킨텍스, 벡스코 조차 100명이 안되는 직원으로 연간 100건이 넘는 전시·박람회를 기획부터 마케팅, 운영까지 도맡는 인력 구조와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또 다른 지방 센터 활성화의 해법이자 전략으로 전시·박람회와 연계해 컨퍼런스, 포럼 등 컨벤션을 동시에 여는 ‘컨펙스’(ConfEx) 모델을 주목했다. 손 대표는 “전시컨벤션센터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이라며 “중소 규모 센터의 경우 시설 제약으로 인한 행사 규모와 콘텐츠의 한계를 산업 콘퍼런스, 세미나와 같은 동시 개최 행사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이스 분야에선 생소한 연구개발(R&D)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시·박람회 등 매년 열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행사도 끊임없는 프로그램 개발과 마케팅 대상 발굴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엔데믹 전환 이후 오프라인 행사 복귀와 동시에 급격히 줄어든 디지털 전환(DX)에 대한 관심, 수요는 업계 전체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손 대표는 “40년 넘게 세계 ‘최고’ ‘최대’ IT·전자 박람회로 군림하던 하노버 세빗(CeBIT)과 세계 5대 행사였던 제네바 모터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유는 급변하는 시장의 변화를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행사 기획은 물론 마케팅, 운영까지 전 분야에 걸쳐 쉼없는 ‘혁신’과 ‘변화’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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