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토지 개발과 건축 활동을 위한 은행권 대출이 지난해 14년만에 최저 수준을 찍은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수요 증가로 초래된 주택 공급 경색(supply crunch)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토지개발 및 주택건축 위한 은행권 대출 추이 |
|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중 토지 취득과 개발, 건축활동을 위한 은행권 대출규모가 209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앞선 3분기의 2060억달러보다 증가한 것으로, 오름세가 3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가폭 자체가 크진 않지만, 전문가들은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전반적인 주택 공급 확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대출 자금은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건설회사의 주택 건축활동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주택 공급물량을 늘려 주택가격 하락을 이끌어 수요가 더 증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매도자 입장에서야 집값 상승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발을 빼게 만드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신규주택 평균 가격은 32만2100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10.2% 상승했다. 이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1963년 이후 무려 50년만에 최대 상승률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미국 건설업체들이 착공한 단일가구 주택수는 61만8000채로,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치인 100만채에 크게 못미쳤다.
데이빗 크로우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상황에서 건축활동을 위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며 “올해에는 단일가구 주택 착공이 82만2000채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출은 아직도 이전 고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토지 개발 및 주택 건축용 대출은 지난 2008년 1분기에 6318억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4분기 수치는 이에 비하면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크로우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건축활동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매우 멀다”고 지적했다.
통상 토지개발과 주택 건축을 위한 대출이 늘어난 뒤 실제 주택 공급물량이 늘어나기까지는 6개월 또는 최장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같은 추세 자체가 시장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른 지표들도 이같은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FDIC가 별도로 발표한 주거용 주택 건축만을 위한 대출도 지난해 4분기에 437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의 4070억달러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