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AMS 계산은 단순 정부의 재정지출액이 아닌 매입가격과 국제 가격과의 차이에 쌀 생산량 전체를 곱해야 한다. 이 때 보조 물량으로 정부가 매입한 물량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과 인도, 미국과 중국의 농업보조 분쟁사례를 보면, 명시적으로 해당 품목 생산량 전체를 대상으로 계산하게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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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매입가격을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하기보다는 시장가격으로 하고, 농안법 개정안 대상 품목에서도 제외해야 한다. 그러나 그래도 문제의 소지는 남는다. 기존의 식량안보용 공공비축제도와 차이가 없고 결국 공공 비축 매입량을 증대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공공 비축 물량은 시장 왜곡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그 물량을 법적으로 설정해 놓아야 한다. 그런데 의무 매입으로 사전 법령에 의거 정해진 양을 초과한다면 또 다른 통상분쟁의 소지가 있다. 이래저래 통상마찰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매우 정교하게 제도를 디자인해야 한다.
‘쌀 의무 매입제’와 차이 없어…막대한 재정 낭비 우려
이번에 다시 표결에 부칠 개정안에서 기존 정부의 쌀 의무 매입 조건이 삭제된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초과 생산량 매입을 심의, 결정하면 정부가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어 사실상 지난번 폐기됐던 양곡관리법의 쌀 의무 매입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쌀은 식량안보 관점뿐 아니라 농촌사회의 유지와 지속 가능한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일정한 생산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은 쉽게 수긍이 간다. 그렇다고 해도 지속적인 소비감소의 흐름을 무시한 채 구조적인 생산 과잉이 고착화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어떤 재화든 시장의 흐름을 거슬러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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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쌀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여야는 물론 정부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과도한 수급 불안이 발생할 때 이를 완화시켜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장기적으로 소비가 감소한 만큼 쌀 생산이 줄어든 소비에 맞추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그동안 경영안정을 해주는 것이 정부의 핵심 역할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는 어느 한 지표만을 가지고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쌀 수급은 생산량과 소비량의 불확실성을 포함해, 수확기와 단경기 가격 형성이 매우 복잡한 역학 구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생산량은 기후에 따라 크게 변하고 소비량도 오차가 매우 커 양적인 접근을 통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수확기 가격은 생산자인 쌀 재배 농민과 쌀 유통을 담당하는 유통업자 간의 줄다리기이다. 유통업자는 쌀을 매입해 단경기까지 저장해 팔아야 하기 때문에, 단경기 쌀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가 쌀 매입의 중요 변수가 된다. 그러니 쌀 시장에는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개재돼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세밀한 정책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식량안보와 우리 농촌사회 유지의 핵심인 쌀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쌀 이외 다른 중요한 품목이 있으며, 아울러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라든지 청년농 육성 지원, 스마트농업 구현 등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 제한된 재정 기반에서 어떤 것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 선택의 문제가 따른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가 현재의 농업과 함께 미래세대의 농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방향에서 합리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