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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맥주·탁주(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물가와 연동하는 건 소주·와인·위스키 등 과세체계가 다른 주종과의 과세 형평성 때문입니다. 2019년 정부는 주세법을 개정하면서 맥주·탁주에 대한 주세만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고, 소주·와인·위스키는 종가세를 유지했습니다.
종가세는 출고가격에 따라 세금이 붙는 방식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게 돼 자동적으로 물가수준이 세부담에 반영되게 됩니다. 소주·와인·위스키는 제품 가격을 올린 만큼 자연스레 세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맥주·탁주는 다릅니다.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종량세의 경우 출고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세율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실질 세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같은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인데도 과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겁니다.
과세형평성 때문이라지만, 굳이 물가에 연동해야 하는 건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물가 상승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재량껏 세금인상률을 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매년 세금 인상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물가연동제로 하면 물가에 따라 자동으로 세금이 결정돼 불필요한 논쟁과 행정 절차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입니다.
모든 술을 종량세로 바꾸면 물가연동을 하지 않고 정부가 재량에 따라 세율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따라서 도수가 높은 술에는 고세율을, 도수가 낮은 술에는 저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을 하게 됩니다. 실제 2019년 소주·와인·위스키 등 모든 주류를 종량세로 바꾸는 것을 검토했다가 접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표적 서민술인 소주와 고급술인 위스키가 도수에 따라 단일세율을 부과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주와 위스키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국제기준에 따르면 소주와 위스키는 같은 증류주로 분류됩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1997년 한국을 상대로 낸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난 결론입니다. 당시 국내 위스키와 소주 세율은 각각 150%, 36%로 달랐습니다. 하지만 WTO는 소송에서 “소주와 위스키는 같은 증류주로 국내·해외산 주류 차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위스키와 소주 세율의 중간인 72%로 세율을 통일했습니다.
또 다른 증류주인 전통주 업계에서도 종가세로 돼 있는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나옵니다. 고급재료를 사용해 맛과 향을 내는 전통주는 출고가격이 높아 종가세 보다는 종량세를 할 때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맥주·탁주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종량세로 체계를 바꾼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성숙하면 다른 주류에 대해서도 종량세 전환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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