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뗀 코스닥 공시대리인 제도, 현장에선 ‘시큰둥’

제도 개선 후 첫 공시교육 참여자 10명 미만에 그쳐
회계사·변호사 등 자격자들 “현업 있는데 굳이…”
  • 등록 2019-07-04 오전 5:30:00

    수정 2019-07-04 오전 5:30: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5월 코스닥 시장 공시 건전성 제고 방안의 일부로서 도입된 ‘공시대리인 제도’가 시행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공시대리인을 선임한 곳이 없어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시대리인 업무 교육 이수자도 10명이 채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7일부터 공시대리인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를 활용하는 상장사는 없다. 도입 이후 코스닥협회가 공시대리인 업무를 포함한 ‘제3차 공시담당자 전문과정’을 마련했지만 참여자 총 87명 중 공시대리인 희망 자격으로 교육에 참여한 이들은 10명 미만에 그쳤다.

공시대리인 제도는 코스닥 시장 상장법인 중 3년 이하 신규상장법인과 중소기업들이 부족한 공시역량을 보완하고,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회사가 외부 전문가를 ‘공시대리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공시대리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코스닥협회에서 실시하는 공시담당자 전문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코스닥시장 공시규정 제21조에 따르면 공시대리인은 △코스닥 및 유가증권시장의 공시담당 경력 2년 이상 △변호사 자격자 △공인회계사 자격자 △투자매매·중개 회사에서 기업금융, 조사분석 혹은 고유자산운용 업무 경력 2년 이상 중 하나를 갖춰야 자격이 인정된다.

공시대리인 자격을 갖춘 변호사나 회계사들은 굳이 공시대리인을 자청할 만한 유인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기본적인 제도의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해당되는 기업의 폭이 좁고 규모에 한계가 있어 굳이 현업에 종사 중인 회계사들이 공시 업무만 처리하는 대리인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계업계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법을 전문으로 하는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 역시 “아직까지 관심 있어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이 굳이 중소기업의 공시대리인까지 맡을 이유는 없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기존 법무법인이나 회사 법무팀 등 업무 범위와 기회가 충분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공시만 전담하는 공시대리인에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공시대리인을 선임하는 비용을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는 점도 한계다. 담당자를 따로 둘 수 없는 규모의 중소기업들이 외부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해 대리인으로 두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회계사는 “중소기업이나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법인들이 과연 현업을 수행중인 회계사들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를 주는 것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는 공시대리인 제도에 긍정적이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 및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지만, 공시 분야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강조될 것이므로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용 문제는 기업과 대리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 공시업무 참여자가 늘고 비용 효율화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용어설명=공시대리인제도

코스닥 상장법인 중 공시업무 관련 지원 필요성이 높은 3년 이하 신규상장법인과 중소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공시업무 경력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공시대리인’으로 선임해 업무를 대신 수행토록 하는 제도다. 해당 자격자들은 코스닥협회의 공시담당자 전문과정을 수료해야 공시대리인으로 선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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