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눈맞춘 기업에 행동주의펀드 멈췄다…"과열 우려는"

얼라인, 금융지주 유의미한 주주환원정책에 환영 입장
"지속가능성 위해 눈높이 일부 낮춰 상생할 구도 꾀해"
트러스톤-태광산업, '불통'에 주총 앞두고 힘겨루기
상장사 "많은 변화에 따라가기 버거워, 시간 필요해"
"韓주주행동 아직 초기, 부작용보단 G문제가 더 시급"
  • 등록 2023-02-10 오전 5:15:00

    수정 2023-02-10 오전 5:15:00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올 봄 주주총회가 가까워지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기업들의 대응은 각기 다르다. 이해관계가 맞아 상생을 꾀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뤄내는가 하면, 주총을 앞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주주행동주의 과열 우려가 나오지만,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 상황을 감안하면 ‘시기상조’란 평도 나온다. 일부 상장사들은 향후 주주행동 과열 우려에 대응할 조치와 변화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생’ 꾀하는 행동주의 펀드·상장사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10일 올 초 자본배치정책과 중기주주환원 도입을 요구했던 국내 7대 금융지주들에 대한 최종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요구한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판단해 큰 틀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담을 예정이다. 향후 연도별 주주환원율이 유의미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요구에 부합한 은행지주들에 대해선 염두에 뒀던 주주제안을 거둔다고도 밝혔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금융지주들과 비공식 소통을 함께 이어왔고, 이들도 대체로 긍정적 변화를 꾀하고자 했던 만큼 건전한 주주 제안으로 변화의 계기를 만들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아직도 일각에선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보이는데, 소통해보면 내후년에는 주주환원율 50%인 은행지주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상생을 꾀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은행들도 주주들이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았고, 한 발씩 양보해 모두 ‘윈-윈’하는 게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하다고 봤다”며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우리금융이 발표한 배당성향 수준이 요구에 부합하진 않았지만, 자본비율 확충이 우선인 점을 고려해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불통’에 잡음도…3월 주총 표대결 앞두고 힘겨루기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태광산업이 그 예다. 지난해 지분관계가 없던 흥국생명에 대한 태광산업의 유상증자 참여를 저지한 이후, 이날 △배당성향을 20% 이상으로 상향 △3월 주주총회에서 공정한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조인식 전 국민연금CIO 직무대리 추천)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보냈다. 해당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조만간 정식 제출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입장은 각기 다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결국 표대결을 염두에 둔 주주제안 카드를 꺼내게 된 데 대해 “비공식적 소통을 위해 노력했으나 제대로 된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태광산업 측은 “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발표가 당황스럽다”고 했다.

트러스톤운용 관계자는 “2020년 말 태광산업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이후 비공개적으로 회사와 우호적인 소통을 이어왔지만 경영진이 바뀐 이후 소통이 끊겼다”며 “최근 2년 평균 0.3%인 배당성향을 상장사 평균 수준인 20% 이상으로 올리는 게 무리한 요구로 보긴 어렵고, 이사회 견제기능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와 관련 정관 없이 2명의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선임하며 회피하는 등 행보에 결국 대외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태광산업의 답변은 표현은 정중했지만 실질적 변화는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한국은 G 문제 시급”…상장사 “변화에도 시간 필요”

인사이티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아시아 기업 수는 185곳이다. 2019년(125곳)과 비교하면 60곳이 늘었다. 아시아에서도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한국 기업 수는 지난해 47곳으로 2019년(8곳) 대비 6배 가까이 늘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저평가된 기업이 많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평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주주행동주의 확대의 추세적 흐름과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기업 방어를 위한 조치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명선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연구원은 “기업 경영진들은 주주행동주의뿐 아니라 국민연금, 자산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택에 맞춰가야 하는데 버거운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해 다른 대주주나 일반 개인주주 동의를 얻어 기업 경영진에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 관련 사례가 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도 그렇듯 과도한 배당, 주가 부양 요구 등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어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주주행동주의에 있어서 초기로 이를 걱정하기엔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행동주의 펀드들도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올라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 것도 주주행동 증가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일 것이고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도 달라진 것”이라며 “다만 행동주의 펀드의 행태보다는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점이 더 크기 때문에 대주주나 기업 경영진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아직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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