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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 주요 철강재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전방산업 업계와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조선업계와는 이미 지난해부터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고, 자동차강판과 관련해서는 현대제철과 기아차가 가격협상을 두고 ‘불협화음’을 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지난해 12월 조선업계와 협상에 돌입했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톤(t)당 5만원 인상안을 내놓았지만, 조선업계는 이미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하반기에 걸쳐 세차례 인상이 있었던만큼 동결로 맞서고 있다.
조선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조선업체들은 국내 철강업체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강행할 경우 중국 또는 일본에서 후판 수입을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을 지속 인상하면 조선사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지난해에만 상·하반기에 걸쳐 t당 10만원 이상 후판 가격을 인상한 상황에서 또 다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철강과 조선, 전·후방산업의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협상 테이블 셈법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수주잔량만 1698만9000CGT에 이르는 메가 조선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을 중심으로 가격 협상력이 강화돼 협상 테이블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기아차는 같은 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정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불협화음을 냈다. 기아차는 “현대제철도 수익률을 확보해야겠지만 현대제철의 위치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직계열화의 한 요소로, 자동차 산업의 지원을 위한 차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상 계획은 따로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압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