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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가 들어간 ELS는 솔직히 추천 못 드리겠고 그보다는 안전하고 조금이라도 예측 가능한 코스피200지수를 활용한 상품이 나아요. H지수는 지금도 변동성이 너무 크다 보니까…”(B증권사 여의도 지점)
5월 글로벌 증시 하락폭이 컸던 만큼 주요국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연중 고점 대비 7% 이상 급락하자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ELS 특성상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은 지금이 투자할 시기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난 주 주요 증권사, 은행 등 ELS 판매처에선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권하거나 추천하지 않는 등 의견이 갈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증시가 출렁거릴 수 있어 변동성이 큰 H지수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쇼크 이후 상환 늘어… “저점일 때 들어와야”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ELS 발행금액(공모)은 32조92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7~12월) 19조8100억원보다 1.6배 증가했다. 폭락장이었던 5월엔 ELS 발행액이 7조1300억원에 달했고 이달 들어선 4조원 가량 발행됐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2015년 낙인(knock-in) 구간까지 급락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겼으나 그 뒤로 꾸준히 조기상환되며 신뢰를 쌓았다. 실제로 올 들어 ELS 상환규모는 3월 6조원대에서 4~5월 9조원대로 급증했다.
무엇보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변동성이 높은 탓에 수익률이 높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H지수는 포함한 ELS의 상환수익률은 연 환산 평균 5.81%에 달했다. H지수를 포함하지 않은 ELS의 수익률이 2.6%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너무 높은 변동성… “H지수 위험해, 차라리 다른 상품”
그러나 일부 증권사에선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권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증시의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상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ELS는 H지수 외에 코스피200지수, 유로스탁스, 닛케이220지수 등 기초자산 3개를 묶는데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기준점 이하로 급락할 경우 조기 상환이 되지 않는다. 만기 시점에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면 그대로 손실이 확정된다.
H지수는 2015년 5월 장중 1만4962.74까지 치솟았으나 9개월 만에 7498.81선까지 고꾸라지는 등 반토막이 난 바 있다. 올해 연중 고점(11881.68)과 저점(9761.60)도 20% 가량 차이가 난다.
증시 변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선 ELS보다 다른 상품을 찾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직원은 “ELS는 수익률이 높아봤자 연 4~5%이기 때문에 무역분쟁 이슈 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H지수 ELS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원유를 포함한 파생결합증권(DLS) 등도 수익률이 10% 정도로 높기 때문에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스텝다운형 ELS(주가연계증권)
ELS는 보통 3년을 만기로 가입 후 3~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조기상환 조건을 만족시키는지를 판단해 상환 여부를 결정한다. 스텝다운형은 조기상환 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시보다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상환되는 구조다. 다만 낙인(Knock-in) 조건이 있는 ELS는 기초자산이 낙인 구간(통상 가입시 가격의 60% 이하)에 진입할 경우 만기시엔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해야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