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스스로 나를 사랑하겠다고 마음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사회의 많은 것들이 같이 바뀌어야 해요.”
한국 내추럴 사이즈 모델 1호 치도(박이슬, 사진)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다들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가 좋다는 건 알지만, 실제 실천하기는 어려워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디 포지티브는 사회가 강요하는 전형적인 미를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몸을 수용하자는 의미다. BTS의 ‘러브유어셀브’와 비슷한 메시지다.
내추럴 사이즈 모델은 가장 일반적인 체형의 모델이다. 한국 여성 사이즈 기준으로 66, 77의 체형을 가진 이들이다. 모델이라면 떠오르는 과도하게 ‘마른 체형’도 아니고 일반적인 체형보다 더 큰 ‘플러스 사이즈’ 모델 중간에 있는 존재다. 일반인이라면 가장 보편적인 사이즈지만, 국내 모델계에서 배제된 유형이다.
치도는 특정 사이즈만 허락하는 기존 모델계에 편입하고자 부단히 자신을 채근했던 극단적 외모 지상주의자였다. 학창시절부터 온갖 다이어트는 다 해봤다. 폭식과 절식, ‘먹토’(먹고 토하기)를 밥 먹듯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섭식장애로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삶의 절벽 끝에 선 자신을 발견하고 ‘고작 예쁜 여자 하나 되는 게 자신의 꿈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가 더 크고 의미 있는 내추럴 사이즈 모델과 보디 포지티브 운동에 나서게 된 과정이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을 하면서 100분을 심층 인터뷰했어요. 관련 질문도 하고 보정 없는 사진 찍어주기도 했는데, 많은 분의 사연을 들어보니 정말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세요’라는 말이 얼마나 큰 기만이었을까 하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이후 제 보디 포지티브 모든 프로젝트 방향성이 더 확대됐죠.” 치도가 보디 포지티브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에도 관심을 갖는 이유다. 치도는 이 맥락에서 ‘평균 사이즈 마네킹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 흔한 쇼윈도의 마네킹이 현실과 동떨어진 체형을 강요하고 있는 데 대한 항거였다. 그는 전문기관 자문을 거쳐 한국인 평균 사이즈를 찾아내 실제 우리 몸을 반영한 마네킹을 만들었다.
꿈 많은 치도의 시선은 청소년을 향해 있다.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외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보디 포지티브 교육이 중요하고 교육하기에도 최적의 시기”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관련 책을 쓰고 있다. 곧 책이 나온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