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하는 명대사 중에 항상 상위에 오르는 대사가 있다. 1992년 작 ‘어 퓨 굿 맨’에서 나단 R 제셉 대령(잭 니콜슨 분)이 다니엘 캐피 중위(톰 크루즈 분)에게 했던 “넌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라는 대사다. 제셉 대령은 끝까지 본인의 행동을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관행’이었다고 합리화한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인되었던 ‘얼차려, 기합, 구타’를 의미하는 코드레드를 밝히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마주한 정의롭지 못한 권력과 관행으로 포장된 폭력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잘 묘사한 수작이다.
청렴의 리스크는 모두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곳이 아니라 모두가 고민 없이 관행적으로 수용한 일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저명한 수필가 요시다 겐코의 저서 ‘쓰레즈레구사’에는 리스크를 인식하는 ‘나무타기의 달인’ 이야기가 나온다. 달인은 나무타기를 이제 막 시작한 어느 사내가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는 한마디 하지 않다가 그 사내가 지붕 높이 정도로 내려오자 그제야 “조심해야 한다. 발 헛디디지 말고”라며 주의를 줬다. 일반사람들이 그 정도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오히려 사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달인은 정확히 예측한다. 청렴이 무너지는 지점 또한 마찬가지다.
올해 공공기관은 327개로 예산은 900조 원이 넘는다. 정부의 1년 예산보다 크다. 공공기관의 자산과 예산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역할에 따라 규모가 커진 만큼 높은 수준의 청렴 경영이 요구된다. 청렴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이 높아졌고 공공기관도 내부 신고망 구축, 규정 마련 등을 통해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율기육조 청심 부분에는 ‘청렴이란 천하의 가장 큰 장사와 같다. 그러므로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고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미 200여 년 전의 정약용 선생은 청렴의 개념을 멀리 바라봤다. 대한민국의 청렴 문화도 새마을 운동처럼 ‘K청렴컬처’가 돼 타 국가의 모범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