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속수무책 주임법…임차권설정등기가 해법"

■만났습니다- 이강천 대한법무사협회장
"현행 주임법으론 전세사기 예방 어려워"
전세사기 피해 확산…목숨 끊는 피해자도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로 재산권 보호해야"
  • 등록 2024-10-22 오전 5:00:00

    수정 2024-10-22 오전 10:52:1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수년째 연이어 터진 전세사기 사건 여파로 주택 임차인들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강천 대한법무사협회장은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강천 대한법무사협회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최근 대구에서 80여명의 임차인을 상대로 71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가로챈 60대 임대인의 전세사기 사건 등은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사건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20~30대 사회 초년생이고, 임대차 보증금은 피해자들의 사실상 전 재산이었다. 보증금 84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강천 협회장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으로는 이와 같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차권설정등기가 의무화되어 있었다면, 임차인들이 사전에 임대인의 보증금 상태와 기존 임대차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 이런 대규모 사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주택임차권의 공시 제도는 임차권등기와 주택의 인도 및 전입, 확정일자에 의한 공시로 이원화돼 있다. 이 협회장은 이러한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주택의 인도와 전입이라는 대항요건만으로는 전세 피해 등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며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입세대 열람이 불편하고 그 열람한 자료 또한 정확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가 시행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이 협회장은 “임차권에 관한 사항인 점유 및 전입 일자,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임대차 기간 등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며 “이로 인해 주택을 매수하려는 사람 또는 임차인으로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돈을 빌려주고 주택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려는 사람 등이 임차보증금 또는 대출금 회수 자금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다만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를 위해서는 주임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협회장은 구체적인 개정 방향에 대해 “주임법 제3조(대항력 등) 제1항을 개정해 임대차등기를 마치면 임대차는 제3자에 대해 효력이 있고, 임차권등기를 마친 임차인은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법 개정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협회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학계, 많은 전세 피해자들이 임차권설정등기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며 “최근 경실련과 공동으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고, 앞으로도 국회는 물론 정부, 언론에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비용이 들고 번거롭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 협회장은 “등록 면허세와 지방교육세는 몇천 원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고,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면 등기의 번거로움은 전입을 하거나 확정일자를 갖추는 정도”라고 반박했다. 그는 “임차인은 물론 제 3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면서 전세사기의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 약간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무시돼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대한법무사협회가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전세사기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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