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상장을 철회 및 연기하는 기업들이 나타나며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달 들어 증시가 쪼그라들며 상장한 기업들 모두 주가가 신통치 않은 상황인 만큼 온라인 간담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설명(IR) 활동에 나섰음에도 결국 철회를 결정하는 등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 (자료=한국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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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메타넷엠플랫폼(5일), LS이브이코리아(13일), 에스씨엠생명과학(20일), 엔에프씨(20일) 총 4곳의 회사가 증권신고서 제출을 철회하고 IPO 일정을 중단했다. 코넥스 상장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을 추진하던 노브메타파마 역시 증권신고서를 철회하고 한국거래소에 ‘6개월 상장 유예’를 신청해둔 상태다.
이들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등 공모에 필요한 일정을 미룬 바 있다. 노브메타파마,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이미 3월 초로 예정돼 있던 수요예측을 한 차례 미뤘지만 결국 증권신고서를 철회했으며, 엔에프씨는 수요예측을 한 차례 미룬 후 지난 12~13일 공모가를 확정했음에도 개인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주주분산요건(소액주주 500명 이상)을 맞추는 데에 실패했다.
특히 노브메타파마와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예정대로 IPO 간담회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올해 처음으로 유튜브 등 온라인 화상 플랫폼을 통한 간담회를 시행했다. 엔에프씨 역시 기관 대상 수요예측 첫 날 유우영 대표이사가 직접 유튜브를 통해 기업설명에 나서며 “코로나19에도 1~2월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6% 가량 성장한 만큼 기업 가치에 주목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장 철회가 잇따르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공모 일정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증시 침체로 기업 가치 역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코스닥 지수의 낙폭만 27%에 달하며, 연일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실제로 이달 이미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5곳의 기업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들의 공모가 대비 현 주가는 평균 39% 하락해 코스닥 시장 전체의 낙폭을 넘어선다. 적게는 11%대(
서울바이오시스(092190))부터 많게는 50%(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274090))까지 주가가 빠졌다. 특히 코스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역대 2번째로 높은 경쟁률(1270.7대 1)을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플레이디(237820) 역시 코스닥 지수가 연일 하락함에 따라 현재 주가는 공모가(8500원) 대비 40% 가까이 떨어진 5150원에 머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이상 IPO 일정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기업들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상장을 철회한 이유를 들었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침체된 상태인데다가 상장 관련 업무도 화상 회의나 서면자료로 대체되고 있어 분위기가 긍정적이진 않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코스닥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 청구를 제출한 한 기업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는 코로나19 관련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상장 일정 역시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나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증권신고서를 철회했던 건축 구조 솔루션 업체인 센코어테크는 23일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 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센코어테크 관계자는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이 침체되고 투자자 설명이 어려워 지난 5일 철회를 결정한 후 위축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다시 준비했다”며 “내달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