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에너지가 응축되는 시장과 달리 주주행동주의를 보는 국내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주주행동주의를 언급할 때 적대적 인수합병(M&A)에나 쓰는 공격(attack)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부정적 인식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기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주주행동주의의 행태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주행동주의에서 타깃기업의 장기 성장에 관한 내러티브를 찾기 힘들다. 기업의 장기 성장과 가치 제고를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지만 정작 행동주의 캠페인에서 장기성장 전략 스토리는 찾기 힘들고 단기적인 주주환원 확대 요구만 부각된다.
실제 작년 주주제안에서 이사 선임과 주주환원 요구가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다. 이런 요구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에 대한 스토리와 연결되지 않는다. 행동주의가 기업 투자 기반을 훼손한다는 오해와 부정적 시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밸류업정책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보완하는 기업의 장기 주주가치 정책으로 평가된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부족한 장기 성장 관점을 밸류업정책이 보완한다. 일본의 밸류업정책은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가 중심이 돼 성장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고 소수주주와 충분히 소통해 주주가치 경영을 중장기적으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밸류업정책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은 주주환원이나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인적자본 개발 등 장기 성장전략에 관해 이사회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장기적 관점에서도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밸류업정책을 통해 기업 성장을 고려하는 장기적 관점의 주주행동주의의 성장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단기주의를 극복하고 기업과 소통하는 장기적 파트너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주행동주의 생태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장기투자를 하는 우량 기관투자가들이 밸류업 기반의 행동주의 투자전략을 채택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단, 높은 지배주주 지분과 매출기반의 성장 관행이 밸류업정책의 실효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처럼 기업의 밸류업 전략은 이사회 주도로 주주와 소통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밸류업정책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되고, 이렇게 강화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인 주주가치 경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