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눈에 띄는 것은 ‘자신 및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비중이 기존 조사보다 큰 폭으로 상승(2020년 17.4% → 2023년 24.2%)했고, ‘장남에게 많이 상속하겠다’는 비중은 2008년 21.3%에서 2023년 6.5%로 많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3년마다 하는 실태조사지만 짧은 기간 동안 노인들의 의식 변화가 커졌다.
재무설계사이자 라이프 코치인 스테판 폴란과 파트너인 마크 레빈이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컨설팅하면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살아 있는 동안 안정적이고 여유 있게 일과 가정을 지키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 1997년에 쓴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상속이란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고정자산의 승계로 이뤄졌던 고전적인 상속에서 뮤추얼펀드와 채권이 재산목록에 포함되는 지금의 상속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노인들이 재산을 모으고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좋지 않고 자식들에게 좋지 않으며 사회에도 피해를 준다고 본다. 상속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전달해 주는 매우 비효율적 방법이며, 그 이유는 엄청난 상속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테판 폴란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장례비 정도만 남기라고 강조한다.
그러면 생존하는 동안 재산을 가장 잘 쓰고, 노후까지 돈 걱정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부부가 같이 ‘전 자산을 연금화하여 관리’하는 것이다. 금융상품을 즉시연금 등의 상품에 가입해 죽을 때까지 원리금을 매달 연금으로 수령하고, 부동산도 주택연금을 활용해 매달 연금을 받아서 그 범위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스테판 폴란의 저서는 나이가 들어서 돈을 잘 쓰는 방법도 언급하고 있다. 그것은 부부나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자식들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휴가 때 집으로 오라고 비싼 비행기 요금을 내주거나 그들이 여행하는 동안 고용할 보모의 비용을 대주라고 한다. 여행을 통해 자신이 살았던 곳과 다른 미지의 세계를 새로 알아가고, 또 여행지에서 뇌가 자극받을 수 있는 강한 경험을 하는 것, 물가와 골프비가 저렴하면서 따뜻한 동남아시아의 휴양지에서 한달살이해 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권하는 것은 시니어 타운에 사는 것이다. 시니어 타운은 노인복지법에 따른 65세 이상이 이용하는 노인복지주택으로서 그 안에 공동식당, 주치의, 스포츠센터, 문화센터, 금융기관 등이 갖춰져 있어서 매우 편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보증금과 월세가 고액이라서 부유한 노인들만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와 같이 다양하고 저렴한 시니어 타운이 생긴다면 많은 노인들이 시니어 타운을 이용하면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니어 타운의 장점은 치매 예방이라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과 함께 같은 취미를 즐기다 보면 뇌에 자극을 주어서 치매의 발생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베이버부머 세대들을 포함한 많은 세대들이 시니어 타운에서 새로운 은퇴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 다 쓰고 죽는 좋은 방법으로 ‘시니어 타운에서 거주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테판 폴란은 ‘상속은 영혼을 망친다. 당신의 자녀가 자신의 미래를 상속에 의존하고 살다가 결국은 상속받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를 기다릴 때를 생각해 보라’라고 말했다. 현명하게 자신의 자산을 다 쓰고 죽는 방법에 대해 노후가 되기 전에 심각하게 생각해 보시길 권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