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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다고 발언한 이후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자 다수의 FOMC 위원들과 연준 이사들이 여러 번 등판해 시장의 기대치를 재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창용 총재가 구두 가이던스로 향후 3개월간 익명으로 각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제시하면서 금통위원 입장에선 ‘소수의견’ 회피까지 가능해졌다. 작년 10월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은 ‘3.75%’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이중 1명은 좀 더 강한 매파 의견이었다고 공표했다. ‘강한 매파’로 추정되는 이 위원은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다음번 회의 때 추가 금리 인상을 포함해 의사결정을 하자’고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은 10월, 11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지 않았다. 금통위원 입장에선 소수의견을 내면 실명을 공개해야 하는데다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까지 붙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구두 포워드가이던스로 해결됐던 것이다.
미국과 달리 금통위원들의 외부 의견 표명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퇴임한 한 금통위원은 “일주일에 여러 번 얼굴을 보고 회의나 식사를 하는 데다 건물 한 층에 문만 열면 보일 곳에 다 몰려 있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바깥에 표현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금리를 본인이 하는지, 연준이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만큼 연준의 통화정책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섣부른 의견 표명이 오히려 혼선만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미 결정된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 정부 정책에 의해 흔들리는 것조차 금통위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홍기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은 “금통위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만 한 분 한 분이 어떤 분들인지에 대한 정보는 적다”며 “개별 위원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