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시한폭탄 자영업, 출구전략이 시급하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 등록 2024-10-22 오전 5:00:00

    수정 2024-10-22 오전 5:00: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자영업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사태의 심각성에 정치권과 정부도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영업 위기는 예견됐던 것이다.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대응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이미 잉태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자였다. 그러나 영업 제한이나 금지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정작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피해 지원이 집중되지 못하고 전 국민에게 선심성 나눠주기식으로 돈이 뿌려졌다. 보전받지 못한 손실은 빚을 내서 메우는 수밖에 없었고 빚이 빚을 불러오며 결국 자영업 부채 급증을 초래했다.

손실 보상을 제대로 못 했다면 코로나19로 발생한 부실에 대한 채무조정이라도 적극적으로 해 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시늉만 하는데 그쳤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저조한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피해자가 자영업이 아니고 기업이나 은행이었더라도 이렇게 무관심과 무성의로 일관했을까. 정부는 자영업의 위기를 고금리, 고물가 같은 외적 환경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정책실패에 있다. 지금의 자영업 위기는 정책실패의 청구서다.

자영업 부채는 시한폭탄이다. 시간이 갈수록 폭탄이 터질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진다. 시한폭탄이 터지면 신용불량자와 실업자가 양산되고 사회안전망 비용이 크게 늘 것이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빚만 늘려온 지금까지의 미봉적 대책 말고 자영업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책의 시발점은 채무조정과 폐업지원이다. 자영업자가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빚이 너무 많다.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한들 빚만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더욱이 내수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으니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인구가 줄어드는 국내시장에서 지금의 빚을 안고서 생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자영업 부실 정리를 위한 채무조정이 필요하다. 개인이 진 빚을 왜 나랏돈으로 메워 주느냐는 비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자영업자 빚의 일정부분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영업 타격에 뿌리가 있다. 영업제한이나 금지를 감내한 자영업자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코로나19로 한국경제가 받은 충격은 훨씬 컸을 것이다. 한국경제 전체가 자영업 부문에 큰 빚을 진 것이다. 그 빚을 갚아야 하고 그 한 방편이 자영업 채무조정이다.

폐업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 등 아예 자영업 시장을 떠나기 위해 폐업하는 경우는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폐업지원은 소모성 비용이 아니다. 자영업시장은 과잉이다. 내수시장이 쪼그라들면 과잉은 더욱 심각해진다. 자영업이 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영업자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폐업지원은 구조조정 비용이다.

시한폭탄 해체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임금 노동시장 개혁이다. 자영업 시장이 과잉임에도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자영업이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임금 노동시장에 변변한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금 노동시장은 소수의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 빼고는 다수의 열악한 비정규직, 중소기업 일자리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잠재적 자영업자군이다. 임금 노동시장에서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자가 된다.

임금 노동시장 개혁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자영업 대책이다. 경직된 임금 노동시장 구조를 유연하게 만들어 괜찮은 임금 일자리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열악한 임금 일자리들의 환경을 개선해 임금 노동시장의 매력도를 높여 줘야 한다. 어렵고 저항이 따르는 개혁이지만 해야 할 일들이다.

이제 폭탄 돌리기식 미봉적 대응에서 벗어나 시한폭탄을 해체할 근본적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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