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한 코스닥 상장사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S씨. 오래전 금융감독원 국장까지 역임했던 경력 덕에 회사 측으로부터 감사위원직 제안을 받았지만 고민에 빠졌다. 감사의 책임이 늘어나면서 부담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장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을 찾아야 하는데 이렇다 할 방법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설득하는 회사를 모르는 척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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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은 ‘3%룰’로 인해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감사를 맡을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호소한다. 감사위원 선임 대상인 사외이사들은 외감법(외부감사법) 강화로 인한 업무 부담과 법적 소송 등의 우려로 선뜻 감사위원을 수락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둔 한 상장사 관계자는 “상장 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사람이라 감사직을 맡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선뜻 감사를 맡아달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감사 업무의 경우 한 회사의 내부 회계 사정을 전부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업무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계전문가들은 상장사 감사를 맡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외감법에 따라 2019사업연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올해 5000억원 이상, 2023년부터는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감사의 경우 회계 관련 문제로 회사에 손실을 입힐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피해금액의 20%)도 당할 수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내부 감사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단순히 들여다보는 것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다”며 “단순히 회계적 지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사나 경영 등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서까지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회계 관련 능력을 갖춘 이들이 상장사의 감사를 맡을 만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보수도 매력적이지 않은데 업무 부담 및 법률 소송 등의 부담까지 져야 하기 때문에 헤드헌터를 통해 감사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는 상장사 감사(위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상장사들도 내부 회계 관련 정보를 성실히 공유하는 내부 시스템의 투명화를 통해 같이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