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국토와 하늘 그린 지도들[알면 쉬운 문화재]

조선후기 지리지 '여지도서' 보물 지정
국토 정밀하게 묘사한 '대동여지도'
고대 하늘 그린 '천상열차분야지도'
  • 등록 2024-02-24 오전 7:00:00

    수정 2024-02-24 오전 7:00:00

우리 ‘문화재’에는 민족의 역사와 뿌리가 담겨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수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죠. 문화재는 어렵고 고루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최근 조선후기 지리지 ‘여지도서’가 보물로 지정됐어요. 여지도서는 조선 후기 사회 경제사와 역사·지리를 연구할 때 필수적인 자료예요. 영조 대에 각 군현에서 작성한 읍지(한 고을의 연혁, 지리, 풍속 등을 기록한 책)를 모아 55책으로 만든 것인데요. 1760년대 전후에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기존 지리지와 달리 각 군현 읍지 앞에 지도가 함께 실린 점이 특징이에요. 경기도와 전라도를 제외한 6개 도의 지도와 영·진 지도 12매, 군현 지도 296매 등이 포함돼 있어요. 지역의 산과 하천, 성씨, 풍속 등 38개 항목을 담은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현재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데 현존하는 유일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조선의 국토와 하늘을 그린 다른 지도들은 어떤게 있을까요.

조선후기 지리지 ‘여지도서’(사진=문화재청).
우선 학창시절 시험문제에도 자주 등장했던 ‘대동여지도’가 있어요. 대동여지도는 성신여대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대 규장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3개가 보물로 지정돼 있어요. ‘대동여지도’는 실학자이자 지리학자인 김정호(1804~1866 추정)가 만든 조선시대 지도예요. 10리마다 점을 찍어 거리와 면적을 추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160여년 전에 만들어진 대동여지도는 오늘날 지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요. 김정호는 우리나라의 국토를 남북 120리 간격으로 22층으로 나누고, 각 층에 해당하는 지역의 지도를 각각 1권의 책으로 엮었죠. 국토의 뼈대가 되는 산줄기를 중심으로 우리 국토의 자연환경을 정밀하게 묘사했어요. 백두산에서 비롯돼 방방곡곡 이어진 산줄기의 모습과 물줄기까지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대동여지도(사진=문화재청).
지리지는 아니지만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국보로 지정돼 있어요. 태조가 1394년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긴 것을 기념해 그 이듬해 돌에 새긴 천문도예요. 중국의 순우천문도(1247년 제작)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천문도로 꼽혀요. 현재 석각본, 모사본(석각본 탁본), 필사본이 모두 존재하고 있어요.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겨진 별자리는 1세기경 위도 39~40도에서 관측된 것임이 현대 천문학으로 확인됐어요. 가장 오래된 고대의 하늘이 그려진 천문도인 셈이죠. 놀랄만한 정밀도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 이후 300년간 만들어진 천문도를 통틀어도 독보적인 수준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선조들의 빼어난 천문 과학력을 엿볼 수 있어요.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그려진 별은 총 1467개이고, 밝기에 따라 다른 크기로 그려져 있어요. 특히 이 밝기는 현대에 관측된 등급과도 일치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만원’권의 뒷면을 자세히 보면 배경으로 그려져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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