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AI 교과서…기대감 높아지는 공교육 출판업계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에 사교육·공교육 기업 희비 엇갈려
사교육 업계 세무조사 등 후속 여파에 촉각
공교육 출판 기업은 2025년 ‘AI디지털교과서’ 등 새 기회 관측
  • 등록 2023-07-03 오전 7:24:56

    수정 2023-07-03 오전 7:29:28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정부가 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에 칼을 빼들면서 교육업계가 그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사교육업계가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직면했고 교과서 등 공교육 관련 출판교육기업들은 숨죽이면서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지 자못 기대 중이다.

여기에 오는 2025년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육업계의 물밑 주도권 싸움도 감지된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자격은 기존 교과서를 만들어온 업체에게 우선권이 있어 에듀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부 ‘킬러문항’ 정조준에 엇갈리는 교육업계 분위기

정부가 킬러문항 출제를 배제하겠다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 이후 국세청은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종로학원 등 대형 사교육 업체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까지 단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사교육 시장의 부당광고 등을 집중 점검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능과 관련된 사교육 업계는 얼어붙었다.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발언을 꺼냈던 지난달 15일 6만1800원이던 메가스터디교육(215200)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종가 5만1800원을 기록했다. 메가스터디(072870) 역시 같은 기간 1만1200원에서 1만710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공교육 관련 기업들은 주가가 올랐다. 업계에 상장한 기업은 많지 않지만 NE능률(053290)의 경우 지난달 15일 4250원이던 주가는 한 때 6710원까지 치솟았고 비상교육(100220)도 5230원에서 6820원으로 고점을 찍는 등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자료=통계청)
정부의 급격한 제동으로 사교육 시장의 성장세가 꺾일지 주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5조9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2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교육비 총액이 가장 낮았던 때는 지난 2015년으로 17조8346억원이었다.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 등 사교육 대표 기업의 실적도 좋았다.

메가스터디교육은 매출이 2021년 7039억원에서 2022년 8360억원으로 18.8%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990억원에서 1354억원(36.8%) 늘었다. 시대인재의 경우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은 2747억원으로 전년대비 852억원(45%) 늘었다.

공교육 업체 관계자는 “최근 수능의 적정 난이도가 확보될 수 있도록 교과서 내용에 기반을 두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업계 역시 교과 중심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사교육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교육비 총액은 코로나 기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는데 학습결손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가 컸을 것”이라며 “킬러문항이 없어져도 준킬러문항에 대한 사교육 니즈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AI 디지털교과서, 새로운 시장 형성 기대감

2025년 도입을 앞둔 AI 디지털교과서 역시 공교육 업계의 새 먹거리로 기대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조’(兆) 단위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있어서다. 현재 초중고 교과서 시장은 연간 4300억원 규모로 형성돼있다.

현재 교과서 권당 가격은 3000~1만2000원 수준인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권당 5만~10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 출판업체 입장에서는 종이 교과서를 추가로 만들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스마트학습 ‘밀크T’를 선보이는 천채교육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서는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기존 검·인정 교과서를 낸 이력이 있는 출판사들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이들과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컨소시엄도 가능해 업계 내 활발한 이합집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과서 출판사와 에듀테크 기업이 AI 디지털교과서라는 거대 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오는 8월 교육부가 내놓을 가이드라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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