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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는 요인 중 하나로 메모리반도체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 대표는 “주문형인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미리 생산해두는 범용 메모리반도체는 재고를 쌓아두게 된다”며 “기존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서버·모바일용은 각각 월과 분기 단위로 고정거래가격을 협상해서 정하고, 재고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수요 불확실성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부각 이후 등장한 HBM은 메모리반도체임에도 ‘주문형’으로 기존과 달리 멀티플을 높게 줄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HBM은 연간 단위로, SK하이닉스에 대해 조단위 선지급금을 지급할 정도이고 주문한 물량은 고객사가 다 사가야 한다”며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HBM 비중이 연간으로 20% 이상인 걸로 추정되는데, HBM의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80%로 전망돼 관련 매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계속해서 멀티플 리레이팅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상반기 국내 반도체 관련주의 반등세가 부각된 것은 전통적 수요 관련 전공정 사이클과 함께 AI 관련 후공정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렸다”며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3년째 역성장하고 있고, PC 수요는 지난 8월 들어서야 반등하는 등 전통적 수요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깨지면서 최근 주가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하반기 모바일 수요가 개선되는 흐름이 예상되면서 그간 소외됐던 전공정이나 소재·부품 관련 반도체 기업을 다시 주목하는 게 유효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지능화를 위해서 일본의 소부장 기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TSMC가 일본에 첨단 후공정 시설을 짓고, 삼성이 R&D센터를 설립하는 배경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이보다도 중국은 배제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새로운 표준에 한국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한 상황이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테크 기업은 12년 전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들 중 비중이 2곳에 불과했지만, 이제 9곳으로 대폭 늘었다”며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이들 테크 기업에 있어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을 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