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간호사가 임금 10% 깎아도 주4일 하는 이유

[주4일제 확산]⑤노사합의 주4일 도입 선례
퇴사율 50%→0% '뚝'...임금삭감 힘 보태 추가고용
관건은 확대여부...노사 공통 정부지원 요청
"숙련인력 배출로 양질 간호 서비스 제공될 것"
  • 등록 2024-05-28 오전 6:05:40

    수정 2024-05-28 오전 7:20:37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에서 주 4일근무제(주 4일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례는 병동 간호사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적용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이다. 이 병원은 대기업 일부가 채택한 ‘탄력근무제’형 4일제(몰아서 40시간 일하고 하루 쉬기)와 달리 32시간만 일하는 데다 업무 특성상 시행에 필요한 추가 인력 고용을 자발적 임금 삭감 등을 통해 극복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신촌세브란스병원 3개 병동(30명, 1년 기준)과 강남세브란스병원 2개 병동(20명)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5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운용 중이다. 지원자가 많아 각 병동당 간호사 5명씩을 6개월 단위로 상하반기로 나눠 적용 중이다.

(자료=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노조는 지난 2022년 8월 연세의료원과 주 4일제 시범 운용에 합의했다. 신촌 2개 병동과 강남 1개 병동을 대상으로 병동당 5명 이내에서 대체인력 1.5명을 투입하고 참여자 임금을 10% 삭감한다는 조건에서다.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요구했지만 합의 과정에서 한발 물러섰다. 사측도 근로시간 단축은 시간의 문제일 뿐 장기적 방향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국내 병원 최초로 노사합의로 주4일제를 시행한 경우다.

노조가 주4일제를 요구한 것은 중증도가 높은 병동의 높은 퇴사율 때문이다. 주 4일제 대상이 된 선정 병동의 입사 1년 미만 간호사 퇴사율은 50%를 넘었다. 전체 병동 간호사 퇴사율(30%)의 1.6배 수준이다. 3조 3교대를 하는 병동 간호사의 노동환경이 그만큼 열악하고 노동강도가 셌기 때문이다.

주4일제를 체험한 간호사 반응은 긍정적이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체험자 반응은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며 “병동 퇴사율이 제로가 됐다. 충분히 쉬니까 환자에게 먼저 다가가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묻는 등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 태도도 달라졌다”고 했다. 지난해 상반기 시범사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원행복도 1.8점 향상 △직장생활 만족도 14.8점 향상 △이직 의향도 7.4% 감소 △의료서비스 개선 인식 10.9점 증가 등의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확대 가능 여부다. 주4일제 도입 합의의 실무 협상 책임자였던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추가 대상 확대는 힘들고 현상 유지는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은 돈 문제다. 인건비 외에도 복지비용, 보험료 등 부가비용까지 계산하면 28~30%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 병원 이익률이 5% 수준인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한다면 인건비가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주4일제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노조나 사측의 공통된 목소리다. 민간 차원에서 임금 삭감과 사측 지원으로만 추가 인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공적인 기능이 있는 병원에 인건비나 수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 신촌세브란스 병원 외과병동에서 주 4일제를 경험한 8년차 간호사인 최모(31·女)씨는 “주 4일제가 현재 6개월을 넘어 지속하면 숙련된 간호 인력 증가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주 5일제에서 이탈자가 이어져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해야 하는 비용까지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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