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파괴하는 사기, 흉악범죄 막을 법 있어야"

■22대 국회에 바란다-사회정책부문
`사기 계좌 동결` 명시한 法 국회 계류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
안전한 사회 위한 `치안산업진흥법`도 주요 과제
  • 등록 2024-04-16 오전 5:30:00

    수정 2024-04-16 오전 5:3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제22대 국회에 맡겨졌다. 매년 진화하는 사기와 같은 민생 범죄, 그리고 지난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흉악범죄를 막을 법안들이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 중 윤재옥 의원 등 경찰 출신 7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임호선 의원 등 2명,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황운하 의원까지 총 10명의 경찰 출신 의원이 탄생했다. 이는 역대 국회 구성 중 가장 많은 숫자로, 경찰 내부에서는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현재 경찰이 추진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사기방지기본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사기범죄는 매년 평균 30만건 안팎이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매년 20~30조원, 신고하지 않는 범죄까지 더하면 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끼치는 해악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사기범죄의 추세를 보면 보이스피싱이나 전세사기, 다단계 등 범죄 수법이 다양하고 치밀해지고 있는 것에 반해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기방지기본법의 핵심은 이 같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사기범죄 관련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기정보분석원을 설치하고 의심 거래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 요청 및 의심 통신수단에 대한 차단 요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현재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계류된 상황이다. 아직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준배 경찰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불특정 다수가 사기를 당하는 것은 공동체를 파괴하고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에 범죄를 초기 단계에서 신속하게 차단하고 지급을 정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도 ‘사기방지기본법’과 같은 제도를 도입한 후 피해 회복률이 8배나 높아졌다. 사기범죄는 범죄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보다 피해를 미리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 제도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치안산업 육성을 위한 입법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안산업은 작은 국내 시장 등 이유로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신림역 등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등을 고려할 때, 경찰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위해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장비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은 지난 2월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 등으로 구성한 ‘치안산업진흥협의회’를 발족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치안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표준 제·개정 등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다음 국회 초반에 법률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치안산업 육성을 위한 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관련 연구개발(R&D)을 한 지가 벌써 10년 가까이 돼 가는데,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R&D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꽤 많다. 민간이 초기에 진입해 시장을 형성하기 어려운 분야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지난해 흉기난동에 따른 시민 불안 등을 언급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경찰에 좋은 장비를 지급한다고 하면 훨씬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고 일반 시민들도 일정 수준의 인증을 받은 호신장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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