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중 계약만료 통보한 대학병원…법원 "부당해고"

연구원 출산휴가 중 "근로계약 종료" 통보
법원 "갱신기대권 인정" 부당해고 해당 판단
"장기 연구사업, 계약갱신 폭넓게 보장해야"
  • 등록 2024-11-25 오전 7:00:00

    수정 2024-11-25 오전 7: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모 대학병원이 출산휴가 중이던 연구원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장기 연구사업에서 연구원의 근로계약 갱신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결로 평가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사진=이데일리DB)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A대병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B씨는 2019년 1월부터 A대병원과 임용계약을 체결하고 연구인력으로 근무해왔다. B씨의 근로계약은 이후 3차례 갱신됐고, 2021년 1월부터는 병원의 새로운 연구사업 수행을 위해 새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말까지였던 이 계약은 2022년말까지로 한 차례 더 갱신됐다.

그러던 중 B씨는 2022년 2월 임신했고, 같은 해 10월부터 12월까지 연차 및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했다. 그런데 병원 측은 2022년 12월 6일 B씨에게 같은 달 31일자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이후 B씨의 구제신청을 중앙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이자 A대병원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보고 병원 측의 행위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약직 임용규정에 ‘계약기간은 2년 미만으로 하되 필요시 재계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계약 갱신 가능성을 분명히 열어두고 있다”며 “특히 연구원에게 적용되는 연구계약직 운영지침은 연구사업의 변화에 따라 연구원의 근로계약이 연 단위로 갱신되며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병원 측이 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은 연구 고도화로 인해 B씨의 업무능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업무 내용이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았고, 오히려 B씨가 연구과제를 능동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장기간 진행되는 연구사업에 비해 짧은 기간의 근로계약만이 체결돼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폭넓게 보장해 연구원이 해당 연구사업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간제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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