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측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 중단을 요구했고, 유엔(UN)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등 서방사회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상원은 1일(현지시간) 비상회의를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출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 요청을 승인했다. 이번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러시아 헌법 제102조에 따라 대통령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원 승인을 얻어야 한다. 상원 승인을 확보한 만큼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조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배치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곧바로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서부 지역에서 비상 군사훈련에 돌입한 러시아는 이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6000명의 병력을 크림 자치공화국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하루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크림반도 파견관인 세르게이 쿠니친이 자국 TV방송인 ATR과의 인터뷰에서 “13대의 러시아 항공기가 각각 150명의 병력을 태운 채 크림반도 심페로폴 인근 그바르데이스코예 공항에 착륙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지원 요청이 있으면 이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총리는 “(크림)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푸틴 대통령에게 크림 자치공화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행보에 서방사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푸틴 대통령과 가진 90분간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명백하게 위반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개입중단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또 “이는 국제사회내 러시아의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이 존재한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내 자국 이익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애쉬튼 EU 외교대표 역시 “러시아 의회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활동을 승인한 것을 개탄한다”면서 “이것은 분쟁을 부당하게 증폭시킨다”고 비판했다. 또 “모든 당사자들이 우크라이나 국법과 국제법을 완전히 존중해 당장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는 오는 3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특별 외교이사회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반 총장은 사태 해결을 위한 이해당사자 간 대화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