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美 APT 수주 실패…혁신 없는 방산 현주소

보잉-사브 컨소시엄 저가 입찰에 밀려 고배
가격 이면에 기술·경영 혁신 부족 과제로
"고강도 규제에 '실패=적폐' 부정적 인식 아쉬워"
  • 등록 2018-10-01 오전 5:34:05

    수정 2018-10-01 오전 5:34:05

경남 사천시에 본사가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생산 현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가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수주전에서 쓰디쓴 고배를 마시며 국내 방위산업 업계 전반에 충격을 던졌다. 수주 실패의 주 요인으로는 큰 가격 차이가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경영 및 기술 혁신을 어렵게 하는 우리 정부의 보수적 정책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문제는 가격?…“혁신이 발목 잡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군은 APT 입찰 결과 미국 보잉과 스웨덴 사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입찰에 뛰어들었던 KAI는 당초 시장의 우세 예상과 달리 수주에 실패한 결과다.

미국 공군이 보잉-사브 컨소시엄을 선택한 주 요인은 낮은 가격이 꼽힌다. 미국 공군은 이번 APT 예산으로 160억달러(한화 약 17조8000억원)를 책정했으며 시장에서도 이번 입찰 규모를 163억달러로 예상했지만, 보잉-사브 컨소시엄은 이보다 크게 낮은 92억달러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KAI 역시 입찰 결과 발표 직후 “보잉의 저가 입찰에 따른 현격한 가격 차이로 입찰에서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배후에 혁신적인 기술 개발 노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국내 방위산업 업체들의 한계가 여실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록히드마틴-KAI가 입찰에 내세운 T-50A 기종은 전 세계 계열 기종 160기 이상을 배치한 이미 안정성이 입증된 기종이다. 개발 단계부터 초음속 비행 능력을 갖추는 등 경쟁기종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이에 맞선 보잉-샤브는 이번 입찰에 나서면서 미국 공군의 요구에 최적화된 BTX-1을 신규 개발했다. 3차원(3D) 프린팅과 복합소재를 대량으로 적용해 제작비용을 크게 낮췄다.

결과적으로 미국 공군의 선택은 안정성이 아닌 혁신과 가격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 업체들이 기존 기술을 답습하고 있는 반면, 이번 보잉-사브 수주는 항공산업이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특히 방위산업도 시장이 기본으로 가격이 입찰에 제일 중요한 요소인데 설계 패러다임 변화로 과감한 원가절감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우리 업계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APT 사업 전개도.KAI 제공
적폐 틀에 갇힌 방산업계

KAI가 수리온(KUH-1) 헬기 결함 관련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를 받을 당시인 지난해 10월, 직무대행을 맡았던 장성섭 부사장은 “운영 초기 발생하는 일부 결함을 방산비리로 보고 회사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몰아 참담한 심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기영 인하대 교수는 “감사원에서 수리온에 대해 인증을 거친 제품이 왜 결함이 생기냐고 하지만, 항공기 인증이라는 것은 새로운 결함이 발견되면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 자체를 의미한다”며 현재 방산 개발과정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이같은 지적들은 현재 정부의 정책 기조상 경영 및 기술 개발 혁신이 사실상 쉽지않은 국내 방산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예외 없이 정부가 방산을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방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규제가 강한 국가는 없다고 입을 모으는 현실이다. 실제로 KAI뿐 아니라 한화, LIG넥스원 등 방산 관련 업체들은 최근 검찰, 국세청 등으로부터 다양한 이유로 조사를 받았던 터다. 제2의 APT 사례마저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강한 입김이 작용하는 국내 방산업계 특성으로 업계 자율적으로 혁신에 나서기 어렵다”며 “더군다나 최근 방산비리로 인해 업계 전체를 적폐시하는 시선까지 강해진 상황에서 자칫 경영·기술 혁신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이에 따른 감사나 수사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높아져 ‘시키는 일만 하자’라는 수동적 태도가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기술 혁신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방산에 대한 규제나 인식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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