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정치부장] 새해가 밝았지만 정국의 어둠은 걷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은 갈수록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올해를 개헌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때아닌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31일 이데일리가 새해를 앞두고 만난 정치 원로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계엄 사태를 통해 무소불위 권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온국민이 체험한 지금이 아니면 개헌 타이밍을 또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4년 중임제와 내각책임제(의원내각제)가 주로 거론된다.
|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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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은 국가적 위기다. 이럴 때 전환적으로 새로운 장을 여는 게 좋다”며 “평온할 때는 권력구도를 못 바꾼다. 대통령제의 모순이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개헌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장 주도로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우원식 의장을 중심으로 해서 여야 대표, 현역 의원들, 원로들, 전·현직 국회의장들이 모여서 새로운 공화국, 제7공화국의 미래를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당장 개헌이 어렵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면서 “지방자치의 범위를 넓혀준다든지 책임총리제를 강화한다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 문희상 전 국회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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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헌정 체제’를 새롭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개헌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임기 중 개헌을 완수하지 못했다. 국민투표부터 실시해 개헌 시기를 못박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일호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집권 세력이 되면 개헌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며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친 후 10년 후에 효력이 생기는 식으로 못을 박으면 개헌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백날 가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 전 위원장도 “대통령이 뽑히고 나면 개헌이 어렵다. 모든 대통령이 다 개헌하겠다고 하고선 당선되고는 안 바꾸려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 유일호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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