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이 캠페인은 2012년 미국에서 흑인 소년을 죽인 방범 요원이 이듬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시작된 흑인 인권 운동이다. 8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다.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한 흑인은 백인 경찰에 목이 짓눌린 채로 “숨을 쉴 수가 없어”라는 비명을 지르다 숨졌다.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 때문이었다. 경찰의 과잉진압과 가혹행위에 대한 시민의 항의 물결은 미 전역을 휩쓸었다.
도대체 인종 차별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재미 사회학자인 저자가 인종차별의 역사를 파헤쳤다. 그에 따르면 인종과 인종 차별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고전 문학과 고대 언어, 중세 이전까지도 ‘인종’에 상응하는 낱말이 없다. 그러던 것이 16세기 대항해시대 미국에 정착한 이들이 신대륙의 낯선 사람들을 착취할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자,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것이 ‘인종’이라는 단어였다고 주장한다. 1680년대 후반에는 아메리카 식민지 전역에서 ‘백인’이라는 말이 새로 등장했다.
심지어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인류를 백인과 비백인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백인을 좁게는 ‘앵글로’와 ‘색슨’족으로 정의하고 이들만이 지구상에서 중추적인 백인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눈에는 독일인이나 프랑스인, 스페인인, 스웨덴인, 아일랜드인 등 북유럽계 백인도 그저 가무잡잡한 종족일 뿐이었다. 이들은 2등 백인 취급을 받았다.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은 제도적·사회적으로 이뤄졌다. 교회는 백인은 신에 의해 점지됐고 “검둥이는 인간과 다른 별도의 존재”라고 설파했다. 과학은 흑인이 동물 바로 위라는 ‘존재의 대사슬’ 이론을 주장했다. 법은 말할 것도 없다. 제헌의회가 흑인의 ‘몸값’을 백인의 5분의 3으로 계산했고, 비백인과 결혼한 백인 여성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인종 보전법’, 흑인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으로 간주한 ‘피 한 방울의 법칙’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인종주의가 미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라고 밝히면서도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20년간 모두 23차례 인구조사가 실시했으며 매번 인구조사 때마다 인종의 분류 방식을 달리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먼 미국의 얘기가 아니라 지적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미국식 ‘인종 질서’가 뿌리를 깊게 내렸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 사회의 인종 혐오나 ‘갑질문화’를 되돌아 볼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