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어떻게 '미디어 제국'이 됐나

디즈니만이 하는 것
로버트 아이거|416쪽|쌤앤파커스
  • 등록 2020-05-27 오전 5:03:00

    수정 2020-05-27 오전 5:03: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컴퓨터로 모든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이폰이 등장하기 2년 전 로버트 아이거 전 디즈니 CEO(최고경영자)가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게 한 말이다. 잡스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대답한다. “지금 개발 중인 제품이 있는데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것에 대해 나중에 다시 논의하죠.”

2006년 밥 아이거는 디즈니 CEO가 되자마자 픽사 스튜디오를 74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디즈니는 진부한 스토리에 평면적 화면, 경영분쟁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반면 잡스가 세운 픽사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3D 기술에서 독보적인 기업이었다. 현실적으로 모든 면에서 픽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아이거의 솔깃한 아이디어는 잡스의 마음을 흔들었다.

픽사(2006년)·마블(2009년)·루카스필름(2011년)·21세기 폭스(2019년) 같은 콘텐츠 거물을 차례로 인수해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 제국’을 만들어낸 밥 아이거. 뉴욕 가난한 집 장남으로 피자헛에서 피자를 굽던 평범한 청년이 ABC 방송국 막내에서 디즈니 회장이 돼 글로벌 기업을 15년간 이끌기까지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한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이뤄낸 아이거가 인수를 포기한 사례도 눈길을 끈다. 아이거는 픽사·마블·루카스를 인수한 후 새로운 혁신을 위해 트위터를 인수하려 한다. 하지만 증오발언, 언론의 자유, 알고리즘을 이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쏟아내는 허위계정 등 트위터가 가진 문제들이 디즈니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까 걱정스러웠다고 포기 이유를 밝힌다.

미디어가 쇠락하고 모바일이 부상하는 콘텐츠·미디어 업계의 지각변동에도 디즈니를 이끌어온 아이거가 ‘요즘 같은 세상에 디즈니 공주가 갖춰야 할 자질’을 고민하는 동시에 ‘앞으로 8년간 마블 영화들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모습에서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다면 그것을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어라”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아이거는 하루 업무를 수행하기 전 사색·독서·운동할 시간을 가지려고 매일 새벽 4시 15분에 일어나는 생활을 한다고 한다. 이메일과 문자, 전화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새벽 시간이 없다면 생산성과 창의성도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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