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2016년 4월 5일 암스테르담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그림이 공개됐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대표 화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AI(인공지능)가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작품은 곧바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끌며 트위터에서 며칠만에 1000만번 넘게 언급된다. 누구도 알고리즘이 어느 정도 렘브란트의 화풍을 담아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일명 ‘넥스트 렘브란트’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델프트공과대학교 데이터 과학자들이 “알고리즘이 렘브란트의 화법을 배우기에 충분한 데이터만 있으면 충분히 그만큼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18개월 동안 렘브란트 작품 346점을 살펴보며 150GB에 달하는 디지털 정보를 만들고 500시간이 넘는 랜더링 결과 작품을 만들어냈다.
AI 기술의 빠른 발전과 진화는 산업, 의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기계가 결코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 여겨지는 인간 활동 영역이 하나 있다. 바로 창조력이다.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예술 속 창의력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결과로 우리 뇌 속에서 발달해 온 일종의 코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의 ‘창조력 코드’마저 AI가 배우면 인간 못지않은 창조적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AI 작곡가 에미가 발표한 쇼팽 풍의 음악, 문학 창작에 도전한 AI 작가 보트닉의 새 소설 등 다양한 최신 예를 들어가며 이미 창조성을 드러내고 있는 AI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저자는 AI에 대체될까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기계가 독자적 의식을 갖기 전까진 그들의 예술품이 아무리 정교하다 한들 인간의 창조력을 확장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I의 창조력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