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날따라 나는 평소와 달리 귀가 번쩍이는 말을 들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늘 모임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친구로 은퇴 이후 코로나 시기와 겹쳐 제2의 인생 이모작을 마련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녀석이었다. 삼식이 소리에 민감하고 큰 아이는 공부에 둘째는 취업 때문에 부모로서 늘 걱정이던 그였는데 그날따라 목소리도 커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작년 늦가을부터 삼식이 소리 듣지 않으려고 동네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요리 교육과정에 참여했다고 한다. 6~7명 정도 수강생이 있었는데 다행히 남자가 자신뿐이 아니고 나이도 비슷해 마음 편하게 수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만든 음식을 집에서 부인도 맛있게 먹자, 자신감이 붙어 더 많은 강의를 듣게 됐고 마침내 지난 6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자랑을 한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행한 ‘2022년 국가기술자격 수험자 기초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응시의 가장 큰 목적은 취업(40.1%)으로 여전히 제일 높다. 하지만 취업 이외에도 자기 계발(24.0%), 업무능력 향상(12.7%), 승진 등과 같이 다른 이유로 응시하는 비율도 지난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응시자 10명 중 3~4명은 취미나 자기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동기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필기시험 응시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54.4%로 가장 많지만, 고령화 추세와 함께 50대 이상의 응시자도 15.8%로 매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식 조리사 기능사 시험의 경우 50대 이상이 26.9%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격증 취득자의 취업률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능사 자격증의 취업률은 60%를 상회하고 있고 취업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과정 평가형 자격 취업률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필자가 몸담게 된 기관이 국가기술자격 시험관리 부실로 국민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는 감독 부실의 책임도 크지만 어쩌면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는 국민의 노력에 성의 있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더 크다 할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신임 이사장으로서 정수리에서 바닥까지 닳도록 희생한다는 ‘마정방종’(摩頂放踵)의 각오로, 국가기술자격 및 전 국민 인적자원개발 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것을 이 글을 통해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