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가 인공지능(AI) 위원회, 한미 AI연구개발 거점 ‘글로벌 AI프론티어랩’, 국가 AI 연구 거점, 이달 AI안전연구소 설립.
정부가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경쟁력을 미국,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 3위로 높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 뒤 정부가 가시적으로 가장 열심히 한 것은 위원회, 연구 거점, 연구소 등 각종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2022년 디지털정부를 만들겠다며 윤석열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만들고, 약 2년 뒤 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AI위원회를 또 만들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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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I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자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5일 ‘SK AI서밋 2024’에서 “우리가 협력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AI가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두 번째도 돈이 너무 너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정부의 AI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의 작년 AI 연구개발(R&D) 예산은 27억 5000만달러, 약 3조 8000억원이고 중국은 21억 1000만달러, 약 2조 9000억원인 반면 우리나라 내년 AI 예산은 1조 800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 중국 대비 경쟁력이 떨어짐에도 AI예산은 더 적다.
자본력이 부족할수록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우리나라는 AI관련 반도체 등 인프라부터 거대언어모델(LLM) 등 생성형AI 파운데이션 모델, 각종 IT서비스 등이 두루 갖춰져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한정된 자본을 각 분야에 고루 나눠 투자하는 것이 옳은지, 가장 경쟁력을 가질 분야를 찾아서 그 분야에 전력투자해야 하는 것이 맞는 지, AI학습 등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투자를 확대할지 등에 대한 가치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많은 위원회, 연구 거점 등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우리나라가 AI 어떤 분야에 어떻게, 얼마나 집중해야 할지에 대한 목표가 불분명하다. 이런 와중에 국회는 AI기술을 진흥시켜야 할지, AI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면서 AI기본법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에 글로벌 빅테크 관계자들을 불러다 놓고 호통을 치면서도 왜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느냐며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지난달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국가전략기술 특별법 시행 1주년 컨퍼런스’에 참석해 “20년간 ‘나노’에 투자했는데 12대 국가전략기술에서 빠져 있다. 나노가 성숙해져서 빠졌는지, 더 이상 전략기술이 아닌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다. 나노는 미국에선 자본이익률(ROE)이 가장 낮은 기술로 평가 받는다”며 “12대 기술은 거의 모든 기술 영역을 총망라하는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역량을 어떻게 고려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자본력 없고, 이공계 인재도 없고, 에너지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는 AI, 어떤 분야에서 전력투구해야 ‘나노’처럼 되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