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샤워기와 씨름을 하는 이 여인은 ‘미영씨’다. 긴 머리를 엉키게 만든 물 탓인지, 아니면 샤워기가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지 미영씨의 얼굴빛이 좋지 않다. 심통이 난 듯도 하다. 혹여 늘 우리가 샤워할 때에 그랬듯, 오늘 있었던 ‘열 받는’ 일이라도 떠올린 걸까.
맞다. 그런가 보다. 작품명이 증명한다. ‘pm10:30 퇴근 후 샤워하는 미영씨’(2020)다. 작가 유재윤(32)은 ‘아트토이’를 한다. 펠트 인형으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면서 세상에 말을 건다. 천을 오리고 솜을 넣고 한땀 한땀 바느질로 마감을 한 뒤 납짝하지만 도톰하게 누군가를 ‘빚는’ 일이다.
비록 찌그러지고 엉켰으면 어떠랴. 작가가 분신이라 한 인형들 덕에 세상은 잠시 즐겁다.
1월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5길 도잉아트서 갑빠오·이지은·이미주와 여는 기획전 ‘각자도생’에서 볼 수 있다. ‘나’만의 행복이 모여 결국 ‘우리’의 행복을 기대하자는 콘셉트란다. 혼합재료. 82×260㎝. 작가 소장. 도잉아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