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홍라희 여사와 함께 원불교 교단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91년에는 전북 익산에 있는 원불교 교무들의 교육 훈련기관인 중도훈련원을 기증했다. 훈련원 이름은 고인의 법호인 중산에서 중을, 아내인 홍라희 여사의 법호 도타원(道陀圓)에서 도를 따서 지었다.
이 같은 지원으로 이 회장은 원불교가 교단 발전에 기여하고, 덕망이 높은 교도에게 부여하는 법훈 ‘대호법(大護法)’을 받았다. 원불교는 수행력에 따라 법위를 총 6단계로 나눈다. 대호법은 6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한다.
이 회장은 생전 종교 생활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원불교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개인적으로 원불교 종교 행사에 참여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다만 홍라희 여사와 함께 원불교 성직자들과는 계속 인연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또 1987년 부친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 김대거 종사로부터 법문을 받고 큰 위로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원남교당에 신자로 등록돼 있다.
김씨의 영향으로 이 회장의 처가는 대대로 독실한 원불교 신자였다. 이 회장의 장인 고(故)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도 부인이 읽던 ‘원불교 전서’를 일독한 뒤 원불교에 입적한 것으로 유명하다. 홍라희 여사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등도 이후 차례로 원불교에 입적했다.
한편 원불교는 이 회장 가족이 신행생활을 해온 서울 원남교당에서 매주 토요일 6차례에 걸쳐 천도재를 열고 12월 12일 마지막 일곱번째 종재식은 서울 흑석동 서울교구청(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서울교구장으로 주관하기로 했다. 또 11월 8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추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