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세계적인 투자 은행 골드만 삭스의 최고 경영자(1999~2006)이자 미국의 74대 재무 장관(2006~2009)을 지낸 헨리 M. 폴슨 주니어가 1992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을 상대했던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폴슨은 25년간 100여 차례 중국을 오가면서 국영 기업의 기업공개를 주도하며 중국 경제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장쩌민, 주룽지, 후진타오, 시진핑까지 중국 지도자와 각별한 관계를 이어갔다.
폴슨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탄탄한 인맥을 꼽는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과 우호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사업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특히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중국 정재계 최고위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폴슨은 중요한 고객을 위해선 어렵고 이익이 되지 않는 부탁에도 기꺼이 응했다. ‘광둥 엔터프라이즈 구조조정’처럼 전혀 사업성이 없어 보였던 일들도 나중에는 큰 보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또 폴슨은 중국은 신호와 상징을 중시하는 나라이고 이를 잘 이용해야 된다고도 조언한다. 2003년 중국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해 국제 사회가 중국 여행을 꺼려할 때, 폴슨은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텅 빈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사업 미팅이 목적이었지만, 사스 이후 중국을 방문한 서방 최초의 최고 경영자로 중국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덕분에 중국은 자국이 정상을 되찾은 안전한 나라임을 홍보할 수 있었고, 폴슨은 국빈관의 스위트룸에 머물며 중국 정부로부터 후한 점수를 딸 수 있었다.
그가 미국 재무장관으로 후진타오 주석과 면담하기에 앞서 칭하이성(靑海省)을 방문한 것도 상징적인 제스처였다. 칭하이성의 메말라가는 칭하이호는 폴슨 자신이 관심을 쏟는 환경 문제를 잘 보여주는 곳이었고, 동시에 후진타오 주석이 과거 당서기로 지내며 애착을 보였던 지역이었다. 그는 호수 주변의 맥주 캔을 납작하게 만들어 수습했는데, 8개월 뒤 폴슨을 만난 원자바오 총리는 돌연 “중국을 걱정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라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