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 겪은 행복·슬픔·괴로움 詩에 담았죠"

김해자 '해피랜드'·안주철'느낌은 멈추지 않는다'
김해자 "투병에 코로나 더 특별했다"
안주철 "당연했던 일들의 가치 알게 돼"
  • 등록 2020-11-03 오전 6:00:00

    수정 2020-11-0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코로나19 시기에 병원을 다니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생체험하다보니 코로나19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고통을 시를 통해 언어화 했죠.”(김해자 시인)

“코로나19로 인해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집에만 있으면서 시집을 차분히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안주철 시인)

코로나19 시기를 누구보다 힘들게 겪어내고 있는 두 시인이 쓴 시집이 각각 출간됐다. 김해자 시인의 ‘해피랜드’와 안주철 시인의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시집은 아시아 출판사가 2017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한영대역 시선집 시리즈의 열다섯, 열여섯번째 시집이다. 두 시인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힘든 시기를 싸우며 쓴 시에 대해 밝혔다.

지난해부터 암 투병을 하고 있는 김해자 시인은 코로나 시기를 ‘생체험’했다고 표현했다. 시인의 경험은 시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김 시인은 ‘자기공명’이라는 시를 꼽았다. 김 시인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기 위해 기계 속에 들어갔는데 뚜껑까지 닫힌 게 관속에 들어가는 고통스러운 느낌을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리는데 이게 마치 세계가 내지르는 소리 같았다”고 시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 시인은 고통과 싸우면서도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시인은 이웃과 자연이 준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담아 희망을 잃지 않고자 했다. 몸이 아픈 와중에도 아시아의 가난한 아이들을 공감하고 알리고자 했다. 김 시인은 “이 아름다운 세계가 망가져 가는 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느냐”며 “그 이면의 행복함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라는 것도 사람들이 비극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피랜드’의 해설을 쓴 노지연 평론가도 이날 간담회에서 “김해자 선생님의 시집을 독자로서 먼저 읽는 체험을 했다”며 “코로나19를 생체험으로 앓고 있는 이야기를 너무 아프게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픔이라는 것이 자기 고통으로 끝나기 쉬운데, 새 인류의 출현을 얘기하는 신호가 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는 지난 7월 시집을 낸 안주철 시인이 3개월만에 또 낸 시집이다. 문단에서 유례없이 짧은 시차를 두고 시집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일상에 금이 갔기 때문”이라고 안 시인은 설명했다. 안 시인은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그동안 한 번도 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살아 있다면 누구나 감각을 통해 행복, 슬픔, 괴로움을 느끼기는데, 그런 걸 통해 자기 자신이 살아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며 시 속에 이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집 제목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에 대해서는 “느낌은 살아 있는 사람만이 가지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모르지만 느낌을 계속 받고 있다면 생은 살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김해자 시인(왼쪽)과 안주철 시인(사진=아시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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