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결자해지 실천한 '영원한 현중인'

  • 등록 2018-01-01 오전 6:05:00

    수정 2018-01-01 오전 10:33:31

2017년 마지막 근무일인 29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권오갑 부회장과 임원들이 종무식을 마치고 회사를 나서는 직원들에게 연말 인사를 건네며 올 한 해 노고를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저는 입사 이래 지난 40여년을 그렇게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영원히 ‘현중인(現重人)’으로 살 것입니다.” 지난 29일 권오갑 부회장이 현대중공업(009540) 대표이사직에 물러나며 임직원들에게 남긴 소회다. 깊은 아쉬움과 함께 묵직한 애사심이 함께 묻어나오는 한마디였다.

2014년 9월부터 현대중공업을 이끌어 온 그의 발걸음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의 침체에 따라 해운업황은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고 조선업은 이에 따른 직격탄을 고스란히 감내해야했다.

주목할 것은 위기의 때에 오히려 권 부회장의 뚝심과 추진력은 빛을 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이 2018년까지 실행을 약속한 자구계획은 총 3조5000억원 규모다. 여전히 자구계획 이행을 진행 중인 다른 조선업체들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10월 이를 모두 달성해냈다.

지난해 4월에는 현대중공업 각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분할도 단행했다. 당장 3분기 현대로보틱스(267250)현대건설기계(267270)는 각 사업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안정적 실적개선세를 보였다. 지난달 단행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 현대중공업의 1조2875억원(1250만주) 규모 유상증자 결정에서도 권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권 부회장의 담화문이 나온 같은 날,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현대중공업의 2016·2017년 임금협상이 이날 잠정 합의됐다.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각을 세워왔지만 노사 양측이 회사를 살려보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확히 1년7개월여만에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현대중공업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임기 마지막 날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하고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외부로부터 발생한 위기였지만 권 부회장은 이에 책임지고 향후 생존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노조 역시 이같은 회사의 노력에 공감하고 함께 ‘결자해지’에 동참했다. 여전히 많은 우려들이 국내 조선업계를 둘러싸고 있지만, 올해 현대중공업의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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