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돈 풀겠다고 난리인 대선 [현장에서]

수십조 정부 적자 안중에 없어
경기하강, 인플레이션 걱정 높은데
여야 상관없이 돈 풀기 경쟁
  • 등록 2022-02-05 오전 11:01:28

    수정 2022-02-05 오전 11:01:28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코로나19 펜데믹 걱정으로 위기감이 높던 2020년 5월 일이다.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이 풀리자 삼겹살과 목살 등 돼지고기 값이 올랐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품목일 수록 가격 상승 폭이 더 컸다.

이는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포털 ‘참가격’을 보면 명확해진다. 국내산 돼지고기 중 목살 가격(2020년 5월 기준)은 100g 기준 19.8%(2177→2608원) 삼겹살 가격은 17.5%(2364→2778원) 올랐다.

고기 뿐만 아니었다. 참기름, 콜라, 두부 등도 가격이 올랐다. 소비자원도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국내산 고기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

화끈하게 돈 풀었던 미국, 인플레이션도 화끈하게

고기 가격 상승을 업자들의 얄팍한 상혼과 연결지어봐야 할까. 우리보다 더 화끈하게 시장에 돈을 풀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보자.

미국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7%였다. 1982년 6월(7.1%) 이후 최고다. 1982년은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임하고 고금리 정책을 쓰던 때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년동월대비) 출처 : 인베스팅닷컴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준이 올해 안에 수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던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가를 끌어올리게 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결정적인 한 가지가 바로 ‘돈의 양’이다.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살림살이 씀씀이를 늘리는 게 바로 ‘돈의 양’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돈의 양이 늘어난만큼 경제가 성장한다면 큰 문제될 것은 없다. 경제 규모가 커진만큼 적절하게 돈의 양도 늘어나줘야 디플레이션 우려가 없다.

문제는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있을 때 돈의 양만 늘릴 때다. 재화와 용역의 양은 그대로인데 돈의 양이 늘어나면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최악은 경기는 부진한데, 물가는 상승할 때다.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근로소득 외 수입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제가 더 풀게요’ 화끈하게 경쟁하는 후보들

걱정되는 점은 양당 후보 모두 돈 풀기에 따른 부작용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당장의 지지율 획득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수십조원 돈풀기 얘기를 너무 쉽게 한다.

3일 열린 대선 TV토론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추경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더 많은 추경을 위해 상대방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실랑이었다. 그 규모가 적게는 35조원, 많게는 50조원이다. 한 해 우리 정부 예산의 10분의 1 규모다.

심상정(왼쪽부터)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35조~50조원의 돈 규모는 2020년 M1통화량(협의통화) 1059조원의 3~5%되는 엄청난 규모이기도 하다. 이만큼 정부 빚을 늘리는 그들의 ‘호연지기’도 인상적이지만 이를 정부 빚으로 충당한다는 ‘배짱 자체’도 두둑하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풀릴 돈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특히 2022년 경제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직접 맞닿아 있다.

늘상 그래왔듯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 자산 시장은 침체됐다. 일부 국가는 경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최근 증시 부진도 이런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선행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자칫 경기는 안좋은데, 물가만 치솟는 악몽같은 상황에 우리 국민들이 직면할 수 있다.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대선 후보들은 너무 쉽게 ‘돈을 푼다’고 얘기하고 있다. 위기의 자영업자들을 돕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 이후에 있을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생각하고 있기나 할까.

설마 이것도 모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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