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AI시대는 인간의 종말을 가져올까

AI경제
로저 부틀|544쪽|세종연구원
  • 등록 2020-08-19 오전 6:00:00

    수정 2020-08-1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온전한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인간 종족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

블랙홀을 발견한 스티브 호킹은 2014년 BBC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슷하게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영국 왕실 천문학자인 마틴 리스는 인공지능이 ‘슈퍼지능’을 획득하는 지점을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로봇과 AI의 발전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해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로봇이 사람 위에 군림하면서 사람은 가난에 허덕이고 심지어 인간이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술 혁명이 우리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며 단조롭고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AI 시대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AI 시대에 어디까지 로봇이 역할을 맡게 되고 어떤 직업군이 로봇으로 대체될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기술의 발달로 로봇과 AI가 지금보다 더 중요해지긴 하겠지만 인류가 인공지능에 의해 소멸되기는커녕 따라잡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저자는 AI 혁명의 영향은 산업혁명 이후 일어났던 사회·경제적 변화와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평가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고용에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오래된 직업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한 일, 소득, 교육, 여가 등 인간의 생활과 관련한 모든 것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거시적인 측면에서 예견한다.

AI 시대 비관론자들은 임금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소비가 줄어들어 결국 총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AI 시대와 더불어 새로운 소비가 일어나고 국가 간 경제 격차가 좁혀지며 AI 설비 투자가 계속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경제가 오히려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은퇴자들이 대량으로 나오면서 보다 많은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계화·자동화로 노동 시간은 줄어들면서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라고도 한다. 결국 인간의 레저시간이 늘어나 소비를 더 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저자는 반박한다. 세계경제포럼과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합동 연구에 따르면 2026년까지 미국에서 12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전망이다. 특히 보건부문에서는 개인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30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여가활동을 비롯해 ‘인간적인 요소’가 여전히 중요한 활동에 대해서 고용이 늘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예로 배관공, 전기공, 정원사 등 숙련된 손재주가 필요한 육체노동 직업군을 든다. 기계는 손재주가 서툴러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최초로 일어난 산업혁명은 국제적인 힘의 균형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저자는 AI 혁명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AI시대 선두주자 자리에 올라서기 위한 핵심적 특징으로 △인공지능 개발 및 연구에 투입되는 노력과 예산의 양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및 세금의 강도 △사람들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수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문화적 요인 등을 꼽는다.

저자는 특히 AI 발전을 국가가 나서서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의 놀라운 발전으로 우리 경제 성과가 한껏 성장하는 현 시점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복지 혜택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세수를 늘리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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