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 작가 "저 이래 봬도 박경리 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박경리 문학상 수상 작가 간담회'
신인시절부터 박 작가와 인연 이어져
"사람을 살리는 큰 작품 쓰라 조언"
"선생님 많이 그립고 감사해"
  • 등록 2020-10-23 오전 6:00:00

    수정 2020-10-2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저 이래봬도 박경리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윤흥길(79) 작가는 장난스레 웃으면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에 나오는 인물 권씨가 입버릇처럼 “나 이래봬도 안동 권씨요, 나 이래봬도 대학 나온 사람이오”라고 하는 말을 따라한 것이다.

윤 작가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박경리문학상 수상 작가 간담회’에서 고인이 된 박경리 작가와의 각별한 인연을 털어놨다. 박 작가와의 인연은 신인 시절부터 이어졌다. 1971년 첫 작품 ‘황혼의 집’을 발표했을 때 웬 대선배가 감동을 했다며 칭찬 메시지를 전해왔다. 당시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가 6년이 지나고 박 작가의 서울 정릉 자택을 방문해 만나고 나서야 그 대선배가 박경리였음을 알았다.

그때부터 윤 작가는 꾸준히 박 작가를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특히 박 작가는 항상 젊은 시절의 윤 작가에게 ‘큰 작품’을 쓰라는 조언을 했다. 윤 작가는 박 작가의 ‘토지’를 떠올리며 규모가 큰 작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선생님께서 20권짜리 토지를 썼으니 나는 30권을 써야겠다 생각하고 3부작짜리 장편을 구성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3부작은커녕 1부작도 자신감이 없어졌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연재 지면이 2차례나 폐간했고, 생계도 유지해 나가야 했다. 스스로 재능에 확신도 없었다. 결국 그는 한 동안 작품활동을 중단했다. 대학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토지문학관에 입주해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서야 박 작가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박경리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 규모나 분량이 아닌 인간, 인생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성찰하고 작품에 치열하게 다루는지였다”며 젊은 시절 철없던 자신을 떠올렸다.

박 작가는 또 살인의 문학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활인의 문학을 하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뜻을 이해했다. 그는 “한번은 선생님께서 백조가 겨울에 저수지가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날개로 살얼음을 깨는 소리를 직접 듣고 생명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말씀해 주셨다”며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쓰는 활인문학이 어떤 건지 깨달았고, 작품에 많이 살리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런 박 작가의 조언을 반영한 소설이 아직 집필중인 장편 ‘문신’이다. 현재 3편까지 출간돼 있고 4편 원고를 마무리한 상태다. 마지막 5편은 내년 봄에 끝내는 게 목표다. 그는 “‘문신’이야말로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어서 애착이 간다”며 스스로의 대표작으로도 꼽았다.

나이가 들며 토지문화관, 박 작가의 동상 등을 자주 찾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오랜만에 선생님의 흔적과 혼이 담긴 토지문화관과 주변을 보니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선생님 많이 그립고 감사합니다”라고 고인이 된 박 작가에게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은 2020 원주박경리문학제 기간인 오는 24일 오전 11시 30분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윤 작가에게는 상금 1억원과 박경리문학상 상장이 수여된다.

윤흥길 작가(사진=토지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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