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태(72)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1974년 재무부 공무원으로 출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OECD 대사 등을 지낸 그는 최근 경제성장과 분배,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담은 책 ‘평등으로 가는 제3의 길’(박영사)을 출간했다. 이 전 원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이냐, 분배냐 양자택일로 싸우는데 이 두 가지는 동시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심화된 소득 불평등, 양극화 문제가 최근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득 분배 효과의 가장 큰 전달체계는 일자리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성장은 괜찮은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어냈고 이는 경제 평등과도 연결됐다”고 말했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간에 대해서는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성장과 일자리의 연결 고리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경제가 1% 성장하면 40만~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지만 지금은 10만~20만 수준이다. 그마저도 선진국처럼 금융, IT, 소프트웨어가 아닌 음식, 숙박 등 부가가치가 낮은 직종에 집중돼 있다.
이 전 원장은 ‘이해관계자 상생형 기업’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현대 기업의 지배적 체제인 주식회사는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인건비라는 것이다. 반면 이해관계자 상행 모형은 직원, 협력업체 등을 비용 발생 주체가 아닌 파트너로 생각한다. 그는 “기업이 적절한 임금, 인센티브로 분배를 하면 직원은 애사심을 갖게 되고 열심히 하는 요인도 된다. 상생을 위한 메커니즘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 상생 모형이 활성화된 대표적 예로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북부 유럽 국가들을 들었다. 그는 “이들 국가에서도 노사의 오랜 투쟁 끝에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의 권리 강화, 사내 복지제도 도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미국에서도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주주이익 극대화에서 탈피해 이해 관계자들을 고려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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