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년에 걸친 ‘그림 대작 사건’을 두고 대법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조영남(76)이 3개월만에 신간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혜화1117)로 돌아왔다. 가수, 화가로 알려진 조영남이 책으로, 그것도 시인 이상에 관한 책을 썼다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을 수도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가진 조영남은 “책은 내 60년 덕질의 끝판왕”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이번 책을 쓰게 된 것은 대작 사건으로 칩거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들은 말러의 3번 교향곡 때문이었다. 그는 “3~4년전 아침에 일어났는데 말러의 교향곡 3번을 듣고 순간 전율이 왔다”며 “이상의 작품을 보며 수없이 느꼈던 것과 비슷한 전율을 느꼈다”고 전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세계 각 분야 최고의 천재들과 이상을 견주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쌓았는지 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영남의 이상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그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이상의 소설 ‘날개’를 읽은 후 ‘이상 덕후’가 됐다. 그는 “남이 보기에 어려운 시를 쓰는 작가를 안다면 폼 나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이상을 추종하게 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후 7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조영남은 이상의 거의 모든 작품을 섭렵할 정도로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그는 이상의 여러 작품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이미 10년 전에는 평생 숙원이었던 이상 작품 풀이집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한길사)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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