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세와 주택시장 반등,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 등이 한 데 맞물리며 대형 은행들의 수익성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6대 美대형銀 7년만에 사상 최대 순익
지난주 실적을 공개했던 미국 대표 6개 은행들의 2013 회계연도 연간 순이익은 총 760억달러(약 80조674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6년에 기록했던 사상 최대 순이익 820억달러에 불과 60억달러 모자라는 역대 2위 기록이다.
6대 대형은행은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다.
대규모 과징금과 벌금에 발목을 잡힌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이 179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012년에 비해 이익이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 씨티그룹(141억달러), BoA(114억달러), 골드만삭스(80억달러), 모건스탠리(31억달러) 등이 모두 이익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최대 모기지 은행 웰스파고는 주택경기 호조에 힘입어 215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JP모건을 앞지르기도 했다.
또한 6대 은행의 지난해 연간 매출(영업수익)도 전년대비 4% 늘어났다.
미국 소형은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소형은행 실적이 아직 발표되기 전이지만 6900개 상업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사상 최고치였던 2006년(1452억 달러)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제러드 캐시디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은행산업이 돌아왔다”고 단언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로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올해 미국 경제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올해 순이익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낙관적 전망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표 은행업종지수인 KBW은행지수는 지난해 35% 상승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수익률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주 JP모건와 웰스파고 주가는 2005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는 올해 경제 회복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덩치를 키운 은행들이 더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대손충당금 감소 등도 수익을 늘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크레딧 질(質)이 개선되면서 은행들이 쌓아야할 대손충당금이 줄어드는 것도 수익 개선의 직접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6대 은행이 줄인 대손충당금은 150억달러에 이르며 이는 순이익 증가로 직결됐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주 컨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두는 준비금을 더 줄여야만 한다”고 밝혔다.
대형銀 마진 정체·ROE 하락 등 과제 수두룩
다만 은행들이 본질적인 영업과 투자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개선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대 은행의 대출은 2% 증가했지만 대출에 따른 마진은 정체양상을 보였다. JP모건과 BoA, 골드만삭스 등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ROE는 지난 2006년 기록했던 33%에 크게 못미치는 11%로 악화됐다.
저스틴 풀러 피치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은 비용을 깎고 충당금을 줄이는 것과 달리 본업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제부터 은행들에게 진정으로 힘든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