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집중으로 2020년 글로벌 CRO 시장은 직전해 대비 11.2% 성장했다. 임상 참여자 모집과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웠지만, 원격 모니터링 등 비대면 임상으로의 대전환이 CRO 성장세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실제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도 스마트폰으로 임상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 임상 참여자들의 의료기관 방문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제를 통해 임상시험이 가능한 병원 등을 제한하고 있어, 환자모집 등 신속한 임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CRO 기업 임원은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제로 현재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중심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며 “더 많은 임상환자에게 혜택을 주고, 신속한 임상을 위해서는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제를 풀어 지역별 다양한 병원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제는 규제가 아닌 꼭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임상제도과 관계자는 “약사법 제34조 및 제34조의2에 따라 식약처가 지정한 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만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보호와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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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CRO 기업 LSK Global PS를 이끌고 있는 이영작 대표는 임상시험 선진국으로 올라선 한국이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환자가 임상시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제와 같은 낡은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항암 임상시험의 경우 암 환자의 3% 정도만 참여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경우 더 많은 환자가 임상시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일반 만성질환의 경우 일반병원과 개인병원에서도 환자중심 또는 분산형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의약 선진국에서는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제 같은 제도가 없다. 지역별 다양한 병원에서 임상시험이 가능해 환자 참여율이 높고, 환자 모집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일반병원, 개인병원 등에서도 PMS(시판 후 조사), 4상 임상시험, 관찰연구 등이 보편화 되고 있다. 임상시험에 요구되는 인력도 SMO(임상시험지원기관)에서 공급받을 수 있어, 지정제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 적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지정제가 폐지되면 환자중심 임상과 광범위한 임상시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중심체제인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후기 임상(2·3상)시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정제를 폐지하고 분산형 임상시험 및 환자중심 임상시험 환경이 마련되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